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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929번 Op100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929번 Op100
  • 송혜란
  • 승인 2016.06.29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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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트래블-우수에 젖은 비장한 멜로디
보자르 트리오 연주 음반(사진=김선호 대표 제공)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는 1827년 11월 이 곡을 완성하고 그 이듬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매독. 당시 기록으로 보면, 기억력이 감퇴되고 헛것이 보이며 혼잣말을 하는 등 정신이상의 증세를 보이다가 이틀 뒤인 11월 19일에 3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매독의 확실한 발병 증거는 1822년 12월 머리에 생겨난 매독진이었다. 가난하고 병약했던 슈베르트는 죽은 후, 당시 그를 돌보던 둘째 형 이그나츠가 베토벤의 옆에 묻어주고자 제안해 빈 중앙 묘지의 베토벤 무덤 옆에 묻혔다.
전해지는 바로는, 자신이 작곡한 많은 곡 가운데 그는 이 피아노 트리오를 가장 사랑하고 아꼈다고 한다. 이 곡은 1828년 3월 26일 슈베르트가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며 초연되었고, 당시 평론가나 청중들의 평도 꽤나 좋았다고 한다.  
피아노 트리오는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제 2악장 ‘Andante con moto’는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악장이다. 본래는 스웨덴 민요 <해가 진다>에서 따온 악상으로 아려졌는데, 심연으로부터 천천히 가슴을 흔드는 슬픈 첼로의 선율과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듯한 피아노 반주의 울림은 처절한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또 순서를 바꿔 피아노가 앞서서 무겁게, 그리고 첼로는 더 무거운 목소리로 뒤를 받치며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마도 죽기 전의 슈베르트가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또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가슴 깊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활이 아닌 손으로 뜯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피치카토 선율은 신과 교감하는 탄지의 언어처럼 들리기도 한다.
2악장이 영화 음악으로 사용된 경우는 제법 많다. 참으로 아름답고, 또 우수에 젖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한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의 1975년 작  <배리 린든(Barry Lyndon)>이다. 이 영화는 18세기 중엽을 배경으로, 사기도박을 일삼으며 상류사회를 기웃거리던 아일랜드 출신의 한 청년이 아름다운 여백작과 결혼해 꿈을 이루는 듯하다 몰락하는 ‘인생은 새옹지마’ 같은 스토리이다.
영화에서 배리가 전투에 나가서 총을 들고 적진을 향해 나아가는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 그리고 린든 여백작과 처음 마주 앉은 배리가 촛불 조명 속에서 도박을 벌이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 바로 이 아름답고 비장한 음악이 2악장이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라 할 만큼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촛불 조명 장면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배리린든에서는 실내 촬영 때 전기가 아닌 촛불 조명만을 이용했다고 한다. 촛불은 전기 조명에 비해 조도가 낮아 촬영이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큐브릭 감독은 NASA에서 천체 관측에 사용하는 특수 렌즈를 카메라에 장착, 아름답고 따뜻하면서도 오묘한 화면을 연출하고자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19일부터 금년 3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스탠리 큐브릭전>에서도 이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악장은 전시회의 주제 음악처럼 흘러나왔다.
이외에, 조금 변태적인 느낌을 받는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그리고 국내 영화로는 <해피엔드>에서 2악장이 사용되었고, 할리우드의 B급 액션영화 <메카닉>에서도 사용되었다. 이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메카닉>에서 LP판과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 그리고 진공관 앰프를 통해 피아노 트리오 2악장이 흘러나올 때마다 살인 청부업자가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튼 B급 영화라 할지라도 그 묘한 분위기가 참으로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글 사진 김선호
1958년 강경출생
외국어대학교 문학사, 성균관대학교 문학석사.
(전)IT 관련 공기업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
(현)라끌로에프렌즈 대표이사.
음악 에세이 <지구촌 음악과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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