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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홍춘욱과 함께하는 유쾌한 경제공부
이코노미스트 홍춘욱과 함께하는 유쾌한 경제공부
  • 송혜란
  • 승인 2016.06.29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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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기술
 

사학도 출신, 국내파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독서를 통해 경제를 공부한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 23년간 격변기 금융 현장을 지키고 연간 500조 규모의 자산 운용을 뒷받침한 그가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유쾌한 경제 공부의 길을 제시한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요즈음. 그에게 경제 문외한도 부동산 시장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공부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홍춘욱 박사, 원더박스, 서울신문 제공

홍춘욱 박사는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와 명지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 국민은행,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에서 23년간 금융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경제는 물론이고 심리, 역사, 사회, 생태, 과학 등 폭넓은 관심으로 연간 200여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게재하는 다독가이자 파워 블로거로도 유명하다.
그가 운영하는 ‘시장을 보는 눈’ 블로그는 일 평균 방문자 수 7천명을 상회하고 정기 구독자가 3만5천여 명에 이른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속 5년간 네이버 경제, 비즈니스 부분 파워 블로거로 선정된 바 있다. 대중은 그를 베스트셀러 <환율의 미래> 작가로 많이들 알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가 사학도 출신이라는 것이다. 학부 시절 그는 서구 열강들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지구 반대쪽으로 팽창해 나갈 때, 왜 조선은 은둔과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는지 탐구했다. 이 사학도가 어떻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가 되었을까? 최근 그는 이러한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만한 저서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를 출간하기도 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오래된 의문, 즉 조선왕조가 어떻게 500년이나 유지되었고 또 그렇게 무기력하게 망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풀 단서가 ‘경제학’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경제사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지요. 더 나아가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쯤 여러 가지 길이 열릴 여지가 있는 경제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겁니다. 고민 끝에 들어간 경제학과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의 바다에 풍덩 빠져 버렸죠.(웃음)”
경제학이 그를 매료시킨 가장 큰 이유는 실증학문이라는 데 있다. 데이터에 입각한 학문, 그리고 현실에서 자신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 덕에 지금껏 23년 넘게 이코노미스트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의 경제 공부는 자력으로 시작되었다. 문자중독증이라 할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책을 탐닉한 독서 이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폭넓은 독서는 일시적인 유행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관점이 필요한 이코노미스트의 자질을 탄탄히 다져주었다. 그가 공개한 부동산 경제의 공부법도 그간 자신이 탐독한 책을 수없이 종횡무진 한다.

개론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경제학적 사고방식 익히기

부동산 시장은 경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경제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의 큰 그림, 흐름을 보는 것이다. 전체적인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빅 피처를 바라보는 데도 역시 기초 공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홍 박사 역시 부동산에 접근하기 전에 기본적인 개론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제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도 책에서 ‘매직경제학’ 같은 쉬운 개론서를 읽으며 참고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책들 위주로 조금씩 외연을 확대했어요. 예를 들어 매직경제학을 읽은 후에 ‘경제학의 향연’이나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같은 책으로 조금씩 심화학습을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경제학 관련 책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익히게 됩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사회의 여러 현상을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특히 수요와 공급에 입각한 분석이 잘 들어맞지 않는 예외적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아 나가다 보면 조금씩 경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유가의 변화겠죠. 2014년 여름까지 원유시장은 공급의 증가에 별로 반응하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셰일 오일 혁명이 발생해 공급능력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지만,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 수준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2014년 가을부터 갑자기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어요.”
왜 그랬을까? 그는 그 원인을 수요의 변화에서 찾았다.
“바로 ‘원자재 먹는 하마’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며, 수입이 줄어든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수입증가율과 국제유가의 변화율을 함께 보면,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시각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경제학적 관점 혹은 빅 피처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코노미스트 서재에서 살아남은 책

거시 경제에서 미시 경제까지…. 빅 피처를 보는 연습부터 시작해 부동산 경제공부까지 이어지는 커리큘럼으로 홍 박사는 자신이 읽은 책을 예로 들었다. 부동산 경제공부를 위한 ‘정도’는 없다는 말과 함께. 부동산과 관련된 책이 무수한데, 그가 선택한 책이라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다만 홍춘욱이라는 이코노미스트가 추천한 부동산 관련 서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난할 듯싶다. 그가 제일 먼저 추천하는 책은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인 박원갑 박사의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이다.
“이 책은 부동산 시장이 일반적인 상품이 아닌, 일종의 재테크 대상이자 지위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즉, 어느 동네 어떤 집에 거주하느냐가 한국에서는 신분의 상징이 되며 더 나아가 부동산이 아주 중요한 재산형성의 수단으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 사람들이 불행해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죠.”
예를 들어 부동산의 시세를 매일 쳐다보는 사람과 1년에 한번 재산세 낼 때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둘 중에 어떤 사람이 더 행복할까? 그는 재산세 낼 때 1년에 한번 쳐다보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은 끊임없이 변동하기 때문에 시세를 쳐다볼 때마다 시시각각 희로애락을 겪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특히 인간은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쁨보다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고통이 훨씬 더 커 시세를 많이 쳐다보면 쳐다볼수록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원갑 박사는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줍니다. 한국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부동산 공부를 하는 데 있어 그가 추천하는 두 번째 책은 세종대학교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인 김수현 박사의 ‘부동산은 끝났다’이다. 박원갑 박사가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한국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주목했다면, 김수현 박사는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에 집중한다. 즉 부동산은 분명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상품임은 분명하지만, 라면이나 볼펜과 같은 일반적인 상품과 근본적인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 박사는 부동산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쉽게 확인되지 않는 상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라면을 사재기해서 가격이 오를 경우, 공장을 밤새 가동하면 금방 가격이 안정됩니다. 그러나 부동산은 이보다 균형에 도달하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려요. 토지나 주택은 수급불균형이 발생했다고 해서 며칠, 또는 몇 달 만에 공급이 뒤따라 갈 수 없으니까요. 부동산의 경제적 특성을 가장 잘 정리한 책입니다.”
세 번째로 그가 추천하는 책은 부동산 전문가 이재범, 김영기의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이다.
“이 책은 ‘디테일’이 매우 강해요. 수많은 부동산 관련 책들은 부동산시장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무시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을 볼 때 항상 제일 먼저 정부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관찰하라고 이야기하죠. 부동산시장에서 각국의 정부는 대단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쉽게 ‘정부 탓’을 한다. 그런데, 왜 부동산을 매매하고 가격을 예측할 때는 정부의 정책을 예상하지 않을까?
“그게 다 희망과 전망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택을 팔아치우고 나면 주택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반대로 주택을 매입하고 나면 주택가격이 급등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희망’에 압도된 나머지, 주택가격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 정부의 태도를 무시하는 게 더 큰 문제지요.”
디테일과 더불어 이 책은 ‘밸런스’도 잘 유지한다.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책들은 인구 문제 등 주택의 ‘수요’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나 이 책은 수요뿐 아니라 주택의 공급 부분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90년 이후 일본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가장 큰 이유가 ‘지속적인 공급 확대’ 때문이었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소개한 책을 다 읽은 후 경매나 매매 등 실전 기법에 대한 책으로 확대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투자 안목을 기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부동산 시장 전망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인구감소와 공급과잉 등의 요인으로 인해 침체기라고들 한다. 이 시점에서 부동산에 투자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각 전문가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 경제서적을 섭렵하고 현장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홍 박사의 의견은 어떨까?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나라의 부동산 수요는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게 사실입니다. 다만 당장의 부동산 가격을 좌우하는 것은 공급이라고 생각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관련 공기업들이 부실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사실상 어려워진데다, 많은 건설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예전처럼 대규모의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2011~2014년 동안 줄어든 주택공급이 2015년 한해 반짝 증가했는데….
“그 또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2015년의 주택공급 증가가 이전의 공급 부족사태를 완전히 해소했다고는 보기 힘들어요. 따라서 2016년 부동산시장은 2015년처럼 뜨겁게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격히 하락하는 패닉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습니다.”

부동산을 활용한 노후자산관리 노하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최근 재테크에 있어 노후자산관리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홍 박사는 부동산을 활용해 은퇴 후 생활에 대비할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동산을 소유한 나이든 가구가 노후를 관리할 때 가장 유망한 상품은 단연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을 다른 말로 역 모기지론이라고도 하죠. 주택가격의 하락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데다, 자기 집에 그대로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을 지닌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속 등을 이유로 이 상품을 꺼리는 가구가 많았지만, 점점 기대 여명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할 때 주택연금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거예요.”
주택연금 못지않게 노후대비용으로 그가 추천하는 상품으로는 ‘해외 주식투자’가 있다. 해외 주식에 대한 그의 이야기 역시 빅 피처 안에서 부동산 경제를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 제가 국민연금에서 근무할 당시 해외의 연기금들이 한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지닌 적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국내 부동산을 버블이라고 생각하며 회피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알짜 부동산들을 다 사모았습니다. 한국 부동산이 싸기도 했지만,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죠. 해외, 특히 선진국의 주식을 보유한 연기금들에게 한국 부동산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귀한 자산 배분의 대상이었던 겁니다.”
해외 연기금이 보유한 선진국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한국 부동산이 강세를 보이고, 또 선진국 주식의 가격이 상승할 때는 한국 부동산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두 자산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큰 탈 없이 꾸준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외국 연기금의 투자 전략을 벤치마킹해 한국 부동산을 보유한 가구들도 선진국의 주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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