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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생태교육원 조영권 대표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파주생태교육원 조영권 대표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6.29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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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텃밭

도시민과 어린이들에게 파주 청정자연의 기운을 나누고 있는 조영권 대표를 만나 어린이농부학교,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공부보다 인성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다. 이에 교육의 목적으로 어린이농부학교를 찾는 부모들이 늘었다. 아이들은 자연과 친해지면서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에 눈 뜨게 된다. 파주 월롱면 산자락에 위치한 파주생태교육원은 생생한 생태교육의 장이다. 아이들에게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숲 속에서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곳에서 텃밭과 논농사를 1년 동안 체험하게 된다.

아픈 아이를 위해 생태교육원을 설립하다

조 대표는 유년기부터 농사 짓는 부모님의 일손을 도우면서 늘 이 일을 꿈꿔 왔다. 당시는 생태라는 개념이 없어서 막연하게 ‘환경 치유사’가 되고 싶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뒤늦게 낳은 쌍둥이 아들 중 하나가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생태교육원을 설립했다. 인위적인 공간을 최대한 배제하되 곳곳에 놀이공간을 만들고, 동물들을 키우면서 자연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동시에 파주환경운동연합의 회원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대표를 겸하고 있다. 생태보존활동과 더불어 기후변화나 에너지 문제 등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일반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자연 치유활동도 한다.

논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열두달어린이농부학교

열두달어린이농부학교에서는 논농사를 진행한다. 어린이들이 논농사를? 이색적이다. 예부터 친근한 우리의 활동 영역이 점차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여기에는 그가 설명하는 논의 공익적 기능제도 담겨 있다.
“논은 벼를 생산하는 것 말고도 공익적 기능을 합니다. 습지의 특성에서 기인하죠. 습지는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서 가뭄이 들면 물을 공급하고, 홍수가 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물이 증발하면서 기후 조절 기능도 하죠. 논지 부근이 선선한 것과 비슷해요.”
우리나라의 논 면적은 계속해서 줄고 있고 최근에는 대규모 개발로 인해 큰 폭으로 증감했다. 이 때문에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러한 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하나의 작은 실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농사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말한다.

계절의 순환과 함께하는 농부활동

봄에는 못자리를 만들고 흙을 갈아 논바닥을 고른다.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논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진흙을 다져주는 과정이다. 한여름에는 김매기를 하고, 가을에 벼 베기를 한다. 자연에 대한 감사의식으로 고사를 지내고 고사떡을 나누기도 한다. 텃밭농사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봄에는 채소를 심고, 여름에는 쌈 채소를 풍성하게 기른다. 가을에는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토마토와 고추도 수확한다.
농사 외에 자연에서 만나는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고,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습지에서 흙 놀이도 한다. 가을에는 숲 속에서 씨앗과 열매를 모으고 낙엽을 모아 퇴비를 만든다. 겨울에는 김장을 담그고 비탈길을 따라 눈썰매도 탄다. 이렇게 계절의 순환대로 농사를 짓고 놀이를 구성하면, 모든 것이 자연의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생한 체험활동이 된다.
실제로 박하은(8) 어린이는 논에서 진흙놀이를 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박준(13) 어린이는 겨울에 눈썰매를 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곳에서 5년째 활동하고 있는 이윤(13) 어린이는 “도시는 갑갑한데 자연은 시원해서 좋아요. 그리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나의 어릴 적 경험과 기억들을 아이들에게

요즘 아이들은 기회를 만들어야 자연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에서 동떨어져 있다. 어린이농부학교나 생태유치원 등 어린이를 위한 농사나 자연놀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는 것만 봐도 그 필요성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조 대표는 이러한 세태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활동들은 제 어릴 적 경험들이에요. 어려서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느꼈던 경험이나 기억들은 지금도 제게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아이들이 생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한 답은 그러한 경험과 기억들을 고스란히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우리 세대가 자연에서 뛰놀며 성장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그 혜택이 온전히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조 대표의 남은 계획은 장애인들을 위한 생태교육을 꾸려 나가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 단계는 아니지만, 휠체어를 타는 친구들을 위해 문턱이나 비탈길 등 불편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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