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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다시 불거진 응급피임약 논란
3년 만에 다시 불거진 응급피임약 논란
  • 송혜란
  • 승인 2016.07.27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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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오남용 가능성” vs 여성단체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지난 5월, 정부가 피임제 분류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응급피임약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3년 전 식약처는 사전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한 반면, 응급피임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꼭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국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응급피임약의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인데, 여성단체들은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식약처는 지난 5월 20일 피임제 사용 실태와 부작용, 인식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임제 분류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응급피임제의 오남용 우려가 상존하고 피임제 관련 인식이 부족하며 중대한 피임제 부작용 보고 감소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전 및 응급피임제 생산, 수입액은 2013년 235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나 2014년 163억 원, 2015년 170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중 사전피임제는 2013년 208억 원에서 2014년 116억 원, 2015년 128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피임 목적보다는 생리 일정 연기 등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응급피임제는 2013년 28억 원, 2014년 43억 원, 2015년 42억 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1개월 내 재처방시 생리 주기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임에도 재처방률이 3%에 달해 오남용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식약처는 주장했다.
또한 여성을 대상으로 사전 및 응급피임제 사용법과 기간 및 부작용 등 피임제 사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여성은 사전피임제의 경우 33%, 응급피임약은 44%로 나타났다.
이어 식약처는 중대한 피임제 부작용 보고 감소에 대한 내용도 공개했다. 사전피임제는 혈전 색전증 등 중대한 부작용 보고가 3년 동안 감소했으며, 응급피임제는 부작용 발현 양상이나 중대한 부작용이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1개월 내 재처방률이 3% 달해 고용량 피임제 반복 사용 시 오남용에 따른 안전성 우려는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선진국의 경우…

응급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는 의약품 안전 사용을 위한 것이라는 식약처. 그러나 이에 대한 여성단체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여성보건의료단체연합은 4일 뒤 바로 성명서를 내 “응급피임약은 보호되지 않은 성관계를 가진 경우 임신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며 “여성에게는 그 마지막 기회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응급피임약을 전문약으로 묶어 두겠다는 결정은 임신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그도 그러한 것이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이후 복용까지 시간이 지연될수록 피임 효과가 급감하는데, 병원이 문을 닫는 휴일이나 야간에는 응급피임약이 필요해도 구입하기 어렵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도 같은 날 성명을 내 이들 단체의 의견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여성이 원치 않는 성관계 등으로 긴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임신을 피할 수 있는 합법적인 대안은 응급피임약이 유일합니다. 미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일반약으로 판매하는 건 약의 부작용이나 오남용 우려가 적고, 접근성 제한에 따른 낙태 시술의 위험이 더 크다는 고려 때문이에요.”
실제로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스위스·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전피임약은 색전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도록 규정한 나라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식약처도 2012년 의약품 재분류를 논의하면서 사전피임약은 전문약으로, 응급피임약은 일반약으로 분류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산부인과의사회와 종교계의 반발로 해당 안은 시행이 보류된 바 있다.

첨예한 쟁점이 엇갈리다

응급피임약 논란은 첨예한 쟁점이 엇갈린 이슈인 만큼 불가피하게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향후 식약처의 행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식약처는 추가적인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5년마다 허가된 피임제의 안전성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하는 품목 갱신제도를 통해 피임제 안전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건강한 피임과 출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피임제 안전 사용 지원정책도 지속적으로 주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결국 논란과 갈등만 남긴 응급피임약 이슈. 향후 상황이 재역전을 맞을 수 있을지 모두의 눈과 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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