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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여성 대상 강력 범죄
도마 위에 오른 여성 대상 강력 범죄
  • 송혜란
  • 승인 2016.07.27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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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부터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까지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 살인 사건, 부산 묻지마 폭행, 전남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남성들 사이에 퍼져 가고 있는 ‘여성 혐오’ 분위기까지 더해져 이미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더욱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지난 5월 17일 강남역 부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무차별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살해 원인을 밝혔다. 사건 다음날 한 온라인 게시판에 가해자가 사건 이전에 썼던 글로 추정된다며 올라온 게시물에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 죽이겠다’, ‘클럽 다니는 여자들이 남자를 가려 받는다, 그런 여자들 다 죽이고 유영철 될까’ 등의 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알려지자 그동안 여자라는 이유로 범죄 피해를 당했거나 당할 두려움 속에 살아왔던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여성 혐오’와 여성 범죄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추후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가 그동안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와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강남역 사건이 일어난 지 9일 만에 부산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대낮의 대로변에서 두 여성을 잇달아 각목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남성은 그냥 지나치고 여성인 피해자들만을 폭행해 역시나 ‘여성 혐오’ 범죄를 의심케 했다. 이 가해자 또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신 질환 탓으로 돌리기보다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이 그동안 가해자들이 살아 온 환경과 문화에서 받은 영향 탓도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여성’과 관련된 영향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6월 4일 섬마을 여교사 집단 윤간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섬은 전부터 늘 말이 많은 곳이었다. 살인이 나도, 누가 노예로 살아도 정부와 경찰이 묵인해 주는 암묵적인 섬. 사건의 발달은 이랬다. 술 취한 여교사를 관사에 데려다 준다고 해놓고 학부모와 마을 주민 등 세 명이 그녀를 성폭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침착하게 잠에서 깬 뒤 첫배로 섬을 나와 체모와 흔적들을 내밀며 경찰에 고소했다. 그녀의 행동은 굉장히 옳은 일이고, 용감한 여성의 표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살인 사건이 나는데 서울로 가면 안 되겠네’, ‘남자들이 술을 마셔서 그런 걸 거야’, ‘여자가 먼저 꼬시는데 어떤 남자가 안 넘어가’, ‘이 사건이 퍼지면 관광지라든가, 이미지가 안 좋아지니 쉬쉬하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 가관이다. 구속된 가해자들은 분명 여교사에게 억지로 술을 먹여 취하게 한 후 서로 공모해 학교 관사에서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 중 한명은 미해결 사건인 2007년 대전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분명한 타깃 된 여성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오늘내일 있었던 일이 아니다. 과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나 유영철, 강호순의 연쇄살인 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이 대부분 여성들만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었다. 주차장 차량이나 주택 등을 대상으로 한 강도 사건들도 혼자 있는 여성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특정 대상 한 명을 노린 범죄일 때도 그 대상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쉽게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고는 했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며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지켜 줘야 할 부분이 남성보다는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여성 대상 강력 범죄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는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안전 특별치안대책 등
비난 목소리 높아

여성 대상 범죄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경찰과 정부는 각각 ‘여성 안전 특별치안대책’과 ‘여성 대상 강력 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여성 대상 범죄 취약지 파악 및 경찰력 투입과 CCTV 설치 등의 문제 해결, 대상자 조기 발굴 및 치료, 범죄예방 진단팀(CPO) 투입, 긴급 호출기와 비상벨의 보급, 여성 대상 범죄의 형사 처분 기준 및 범죄자의 가석방 심사 기준 강화 등이 주요 방안이다. 이들의 대책에는 경찰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중장기 과제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강화와 경찰의 범죄 예방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양성평등 문화 조성이라는 방안이 들어 있지만,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여성 혐오’ 문제나 차별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은 채 범죄자 관리·감독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경찰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여성 혐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혐오 폭력과 증오 범죄를 근절하는 데 책임을 다하고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부가 또 어떤 대책들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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