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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텃밭과 사랑에 빠지다 파주의 베테랑 도시농부 김명희 씨
유기농 텃밭과 사랑에 빠지다 파주의 베테랑 도시농부 김명희 씨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7.27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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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텃밭
 

 김명희 씨는 올해 9년차 도시농부로 150평의 유기농 텃밭을 가꾸고 있는 베테랑 도시농부다. 그녀가 텃밭을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아들의 아토피를 치료해 주었고, 스스로 저질이라고 치부했던 체력과 건강을 되찾아주었기 때문이다. 텃밭 덕에 새 삶을 살게 되었다는 그녀의 러브 스토리를 들어보자.

 

취재 김이연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9년 차 도시농부인 김명희 씨는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잘 알려진 열성적인 유기농 애찬자다.  예전부터 좋은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고, 10년 전 파주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는 텃밭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먹거리로 온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아들의 아토피가 씻은 듯이 낫는 것을 보며 텃밭 연구에 몰두했다. 이후 고양도시농부학교, 용인농업기술센터, 파주시 문화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텃밭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기농 작물로 직접 만든 천연 제품들은 ‘동화의 뜰’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장터 마르쉐@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들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텃밭을 만들다.

만성적인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아토피는 병원 치료에 의존하기보다 몸에 닿는 제품이나 먹거리를 개선해 생활 속에서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명희 씨는 이러한 이유로 유기농 텃밭을 직접 만들어 가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토피 치료제에 의존했는데 어느 순간 먹을거리를 바꿔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처음에는 유기농 식품을 구매했지만 비용적인 부담이 있다 보니 직접 텃밭을 만들게 되었죠."
 그 나이 대의 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당시 초등학생이던 그녀의 아들 역시 햄버거나 라면, 아이스크림, 과자 등 인스턴트 가공 식품을 즐겼다. 그 때마다 아토피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잎채소부터 시작해 양파, 마늘 같은 뿌리채소까지 웬만한 작물은 모두 길렀다. 특히 뿌리채소는 알을 크게 만들고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천연 비료를 제조해 투여하자 알이 더욱 단단해졌다. 또 완숙이 덜 된 시중의 토마토를 잘 먹지 않던 아이가 텃밭에서 기른 당도 높고 잘 익은 토마토를 즐겨 먹는 것을 보면서 텃밭 가꾸기는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지긋지긋했던 아토피가 깨끗이 사라지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가장 먼저 만든 것은 효소 발효액이었다. 처음에는 산들에서 쑥이나 산나물을 캐서 발효액을 담갔지만 향이 강해 아이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실과 돌복숭아, 탱자, 모과 등 향이 좋고 단 맛이 나는 과일 위주로 재료를 바꿔 주었다. 그랬더니 음료수를 좋아했던 아이가 그 대신 발효액을 즐겨 마시기 시작했다.
 "발효액은 과일의 영양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감기 예방에도 좋아요. 아토피에 해로운 음식을 못 먹게 하거나 반대로 이로운 것을 무조건 먹게 하는 것보다 대안을 제시해 주면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선이 가능해요.
 발효액은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매실 발효액을 만든다면, 매실과 설탕을 1대1 비율로 버무린 후 용기에 담아 보관하면서 매일 위, 아래의 자리를 뒤집어가며 잘 저어준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거품이 사그라지면 발효가 끝난 것으로 건지를 걸러내면 된다. 토마토처럼 무른 과일은 일주일에서 보름, 표면이 단단한 과일은 3개월 정도가 걸린다. 김명희 씨는 일부는 냉장고에 넣고 나머지는 1년 정도 자연 발효 과정을 더 거친다. 매실 발효액은 음용해도 좋고, 나물 요리에 첨가하면 쓴맛을 잡아주며 약간의 단 맛을 가미해준다.
 두 번째는 허브 테라피다. 그녀는 히솝, 티트리, 야로우, 보리지 등 다양한 허브를 키운다. 허브는 피부 항염에 효과가 탁월하다.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말려서 가루를 내거나 정제수로 온침해 유효 성분을 추출한다. 여기에 유기농 오일을 가미해 얼굴에 바르거나 연고로 만든다. 그녀는 먹을거리 하나가 아닌 입고 바르는 것까지 모두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방식을 모두 개선하다보니 처음에는 힘이 들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웃게 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아들의 아토피가 모두 나은 요즘에도 그녀는 여전히 유기농 먹거리와 천연 제품을 만들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당부했다. 유기농 라이프를 1년쯤 지속하자 아이의 아토피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안심하고 먹을거리에 잠시 소홀해지자 원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1년이면 어느 정도 아토피에 대한 면역성이 자리 잡지만, 3년 정도는 꾸준히 유지해 주어야 완벽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조언이었다.

 

집에서 만든 천연 비료가 텃밭에 보약이다

 화학 비료의 독소가 작물들에는 물론 사람의 건강까지 해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자연히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 비료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에 그녀가 도시농부들이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도록 명쾌한 팁을 제공했다. 첫 번째는 제충국이다. 제충국은 벌레를 제거하는 국화라는 뜻이다. 제충국을 따거나 구해서 알콜에 침질시킨 후 건더기를 걸러내면 끝이다. 물에 희석해서 벌레가 있는 곳에 직접 분사한다.
 두 번째는 생선액비다. 생선의 머리와 내장 같은 부산물에 10배의 식초를 부어 비닐로 단단히 봉한 다음 가스가 빠져나가도록 이쑤시개로 구멍을 한두 개 만들어준다. 이것은 1년간 숙성시켜야 사용할 수 있다. 생선 액비에는 질소질 함유량이 높아 작물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특유의 비린내가 나비나 나방을 쫓아 작물에 유충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벌레가 잘 생기는 배추과 작물에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은 목초액비다. 목초액에 설탕과 물을 섞어서 활용하면 된다. 여기에 함유된 설탕은 작물의 키를 키우고 윤기도 나게 한다. 특히 흙 속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준다. 그녀는 “유기농 재배는 작물이 병들기 전에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액비는 200배 이하로 사용하면 살균제가 되고 그 이상 사용하면 작물의 성장과 당도를 높이는 영양제로 작용한다.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준 나의 텃밭

 자연의 선물은 끝이 없다. 텃밭은 아이의 아토피를 치료해 주고도 그녀에게 새 삶을 주었다.
 "저는 체력이 정말 약했어요. 명절에 시댁과 친정에 다녀오면 다음 날은 누워 앓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3년차가 되면서 그런 증상이 사라졌어요. 스스로도 전과 다르다는 느끼며 건강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어요."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말 못할 가려움의 고통에서 해방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에 호기심이 많아지고 능동적으로 학습하게 되었다. 특히 텃밭 한 편에서 기르는 닭들의 매력에 푹 빠진 모양이다.
 "책을 통해 공부하던 것들을 이제는 직접 찾아보면서 능동적으로 배워요. 예를 들어 닭 집에는 왜 백열등을 켜줘야 하는지, 닭들은 왜 흙 목욕을 좋아하는지, 이처럼 '왜'라는 호기심이 늘었죠. 예전에는 많은 부분을 제가 시켜야 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찾아보는 것을 좋아해요. 온전히 자기주도 학습이 되더라고요.“
 특히 재미있는 것은 큰 딸이 브라운 색 털을 가진 '브라우니'와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이다. 상추와 같은 먹이를 챙겨주는 것은 물론 닭을 무서워하지 않고 강아지처럼 자전거 바구니에 태워서 산책을 하기도 한다. 아울러 텃밭 강사로 활동하고 마르셰 장터에 참여하면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 소통하다보니 삶의 활력도 배가되었다.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는 초보 도시농부들에게

 작은 땅을 일구는 주말농장 농부들도 많지만 여력이 되지 않거나 즉시 수확이 가능한 베란다 텃밭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구했다.
 "베란다 텃밭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봄보다 가을이 좋아요. 가을에는 해가 낮게 뜨기 때문에 햇살이 안으로 깊이 들어와서 봄 햇살보다 좋아요. 웃자람이나 진딧물 피해가 덜해요. 또 훨씬 단단하게 키워서 먹을 수 있고요. 초보 농부에게는 쌈채소가 가장 쉬워요. 특히 청경채, 겨자채, 비타민 채 종류는 노지보다 병충해 피해가 훨씬 적어서 기르기 쉬워요. 치커리도 노지에서는 억세고 쓴 맛이 강한데, 베란다에서 키우면 맛이 연하고 잘 자라죠. 치커리는 꼭 키워볼 만한 작물이에요."
 흙은 반드시 상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노지 텃밭이나 화단에서 퍼 온 흙은 조화가 깨져 유해균이 많아지고 벌레가 딸려 올 수도 있다. 또 너무 크거나 작은 화분을 사용하지 말고, 작물의 생육 상태에 따라 분갈이를 3~4번 정도 해 줄 것을 권한다. 물을 너무 많이 자주 주어도 문제가 된다. 손가락이나 꼬챙이로 흙 속을 찔러보고 흙 속이 마르면 물을 흠뻑 준다. 아울러 물은 위에서 주는 것보다 저면관수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위에서 물을 주면 뿌리의 영양분이 물과 함께 아래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아래에서부터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저면 관수해 주면 영양분이 잎으로 흡수되어 훨씬 건강한 채소를 즐길 수 있다.
 우연 비슷하게 만났지만 인연이 된 텃밭. 그녀는 마지막으로 도시농부들에게 바람을 전했다. 
 “먹을거리를 마트에서 구입해도 되지만 길러서 먹는 즐거움과 그 본연의 맛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기른다면 퇴비만큼은 직접 만들어 주거나 버려지는 음식물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비닐 멀칭 대신 가을에 낙엽을 모아 땅에 뿌려주면 훌륭한 퇴비가 되고요. 자연에서 온 것을 자연으로 돌려주면 생태순환으로 텃밭과 자연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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