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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살리는 농사가 답이다 6무 농사꾼 안종수 씨
땅을 살리는 농사가 답이다 6무 농사꾼 안종수 씨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7.2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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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피플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근교에서 땅을 일구는 도시농부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면 자연을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텃밭과 자연에 이로운 것일까? 그 답은 바로 땅에 있다.

취재 김이연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2천여 평의 대규모 땅을 놀랍게도 ‘6무(無)’ 재배하는 이가 있다. 한 눈에 보아도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소유자, 안종수 씨가 그다. 그는 40대에 흑산도로 내려가 미역 양식업을 시작하면서 농·어업에 눈뜨게 되었고,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평화운동과 생태운동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생명·생태학교를 만들어 생태농업을 실천했으나 경험부족을 절감하고 세계 35개국을 여행하며 생태주의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과 농사를 배웠다. 현재는 항공대 뒤편에 ‘자연순환 6무 농장’을 만들어 6무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무 농법의 노하우를 담은 <6무 농사꾼의 유쾌한 반란>을 출간했다.

집을 팔아 세계의 생태주의자들을 만나다

안종수 씨는 경기 용인의 한 폐교를 생명·생태학교로 만들면서 본격적인 생태농업을 시작했다. 심기만 하면 잘 자랄 줄 알았지만 현실은 맨 땅에 헤딩이었다.
“생태농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농사더라고요. 나중에는 땅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오랜 기간 동안 생태농업을 실천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한 외국의 생태주의자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죠.”
아이들은 모두 군대에 보내고 집을 팔아 아내와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부는 그저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협력자일 뿐, 욕심을 내어 땅에 많은 것을 가하면 그들의 메커니즘이 무너지게 되고 결국 땅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 생태농업은 우리나라의 전통 농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4천 년 전부터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학비료가 성행하고 생산량이 증대되면서 예전의 농법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농사에 실패하고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농부들에게 배운 것은 땅을 살리는 농사였어요. 그 이후 6무 농법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것에 전념하게 되었죠.”

땅을 죽이는 농사, 관행 농법의 문제점

우리는 많은 생산량을 얻기 위해 갖가지 화학첨가물과 인위적인 농법을 선택해왔다. 또 우리나라 토양은 유기물 함량이 부족해 농사를 짓기에 부적합하므로 다량의 비료를 사용했다. 이것이 일시적인 방편이 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땅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땅이 터전인 작물의 상태는 말 할 것도 없다. 이것을 생태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관행 농법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경운과 밑거름을 하면 토양 20cm 안팎의 겉흙에서만 작물이 뿌리를 내린다. 일시적으로는 땅이 부드러워지지만 경반 층이 생겨 작물이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릴 수 없게 된다. 또 땅을 갈아엎으면 토양 수분이 증발하고 미생물 등 유효성분이 깨지며 지렁이와 같은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물들도 빠져나간다.
비닐 멀칭은 땅을 숨 쉬지 못하게 한다.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뿌리가 활착되지 못하고 풀이 나지 않는 죽은 땅이 된다. 특히 여름철 비닐 속 온도는 50도 이상 오르기 때문에 땅 속의 미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다. 또는 그 온도에서만 살 수 있는 미생물 종이 과점하기 때문에 쉽게 병에 걸리게 된다. 오랜 기간 땅 속에 잔류해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한 작물은 쉽게 부패하고 인간에게도 질병의 위험을 안긴다.
발효퇴비도 마찬가지다. 발효퇴비는 축산 분료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가축이 먹는 사료다. 사료는 GMO(유전자변형생물체)곡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어떤 돌연변이 현상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지금 텃밭 농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관행 농사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거예요. 땅을 갈고 돌멩이를 골라내고 비료를 잔뜩 붓죠. 물론 작물은 잘 자라요. 비료의 힘으로 크니까요. 자생력을 잃었어요. 또 우리나라는 경운을 하고 비료를 많이 사용해서 땅이 딱딱해요. 유기물 함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작물이 잘 안자라고요. 지금 우리는 땅에 유기물과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급선무에요. 건강한 땅에서 자란 뿌리가 튼튼한 작물은 향부터 진하고 맛이 달라요."

땅을 살리는 농사, 6무 농법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6무(無) 농법에서는 경운, 밑거름, 비닐, 농약, 화학비료와 발효퇴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체의 친환경 농약이나 천연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작물 스스로 병을 이기게 한다. 이것은 모두 땅을 살리고 자생력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나아가 자연을 보호하고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길이다.
“6무 농사는 생태계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바라보며 자연의 메커니즘과 균형을 따르는 농법이에요. 자연에서 얻은 부산물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거죠. 기존의 농사보다 쉽고 누구나 실천 가능한 농사이기 때문에 도시민들도 동참하기 쉬워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는 생활운동이며, 미래를 준비하고 책임질 수 있는 먹을거리 운동인거죠.”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경운을 중단한다. 땅을 갈지 않으면 토양의 구조가 유지되어 물 빠짐과 통기성이 좋아지고 수분과 양분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 농사를 짓기에 더 좋아진다. 또 비닐 대신 유기농 멀칭을 한다. 풀이나 낙엽, 볏짚, 배춧잎 등을 땅에 깔아주는 것이다. 또는 초생재배를 한다. 호밀을 키워서 자른 후 땅에 그대로 눕힌다. 그러면 수분 손실을 막아주고 땅을 보습해 준다. 또 잡초 발생을 억제시켜 주고 겨울에 내리는 눈이나 비가 자연히 유기물을 녹여주어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땅을 만들어준다.
산에서 부엽토를 채취해 조금씩 이식을 해주면 미생물과 벌레들이 생기면서 땅을 부드럽게 갈아준다. 아울러 축분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최소 1년 이상 묵힌 후 부엽토나 낙엽과 함께 숙성시켜서 사용해야 한다. 무경운과 유기농 멀칭, 자연 퇴비를 한 땅에서 자란 작물이 3대째가 되면 밭에 정착을 하는데, 이 작물의 씨앗을 채취해 토종 씨앗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는 그 땅에서 정말 잘 자라는 작물들이 나온다.
그는 외국에서는 이러한 농사가 일반화되어 가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오던 것들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다. 그리고 자연의 순리에 개입을 최소화해 땅과 작물이 건강해지도록 돕고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도록 농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6무 농법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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