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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배우 전도연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배우 전도연
  • 송혜란
  • 승인 2016.09.3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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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굿와이프>로 돌아온 칸의 여왕
 

TV 화면이 그녀를 온전히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전도연.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그녀가 스크린을 넘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 만이다. 목소리 톤은 한결 낮아졌고 호흡은 길어졌다. <굿와이프>에서 부와 힘을 누리는 상류층 여자 김혜경을 연기하는 그녀의 움직임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tvN 제공

<굿와이프>는 승승장구하던 검사인 남편 이태준이 불륜 스캔들과 부정부패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결혼 이후 일을 그만두었던 아내 혜경이 사법연수원 동기 서중원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로 성장해 가는 법정 수사극이다. 쟁쟁한 배우 유지태와 윤계상이 각각 이태준, 서중원 역을 맡아 그녀와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남편의 불륜 현장이 전국에 방송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내. 부정부패 수사를 받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 그럼에도 아들과 딸은 꼭 지켜야 한다는 모성애가 꿈틀거리며 그녀는 수없이 되뇐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껏 어딜 향해 살아 왔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혜경이 태준, 중원 그리고 과거 남편의 불륜 상대였던 수사관 김단과 갈등하는 내면 연기를 그녀는 잘도 소화해 냈다. 원작인 미국 CBS 인기 드라마 <더 굿 와이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이번 드라마가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도 그녀의 명품 연기가 한몫했음에 이견이 없다. 다소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태준과의 부부싸움도 그녀였기에 품격 있었고, 중원과의 파격적인 키스신 역시 그녀였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불륜도 설득해 버리는 무서운 배우라는 평이 자자하다.
더 나아가 그녀는 마치 드라마 속 혜경과 일심동체가 되는 기분마저 들게 했다. 사회 초년생인 혜경은 어설프지 않은 용기와 타협하지 않는 지혜의 소유자다. 진실을 알면 다음이 있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을 보는 시선 자체도 다르다. 이러한 매력적인 캐릭터에 끌려 갑작스레 드라마 복귀를 결정한 것일까. 드라마 기획부터 여 주인공으로 전도연을 염두에 두었다는 제작진도 사실 그녀가 진짜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몰랐다고 한다. 전도연이 <굿와이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그녀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평소 감성적인 면에 끌려서 시나리오를 보는 편인 것 같아요”라며 운을 뗐다.
“그런데 처음으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보다 상황에 따라가게 됐어요. 상황에 따라가서 본 작품은 <굿와이프>가 처음이에요. 그런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이야기가 한눈에 들어와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그녀가 주체적으로 일과 가족, 사랑 등을 선택하며 성장해 갈 혜경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 줄지 기대감이 앞서는 이유다. 그녀의 각오도 남다르다.
“11년 만의 복귀라고 하니까 오래 일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긴 공백 동안 현장도 많이 변했더라고요. 4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갔는데, 이제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어요. 복귀보다는 첫 데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新흥행 보증수표

1990년 18살 때 베이비로션 CF 모델로 데뷔한 전도연. ‘깨끗해요’라는 광고 문구처럼 고등학생인 그녀는 맑고 투명했다. 그녀 특유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돋보였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녀가 1997년 영화 <접속>에서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는 수현의 심리 변화를 차분히 그려 내며 충무로 기대주로 급상승했다. 이후 그녀가 찍은 영화 <약속>, <내 마음의 풍금> 등이 연이어 흥행하며, 그녀 역시 톱 배우의 반열에 들어섰다. 특히 <내 마음의 풍금>에서 그녀가 그린 17살의 소녀 홍연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애정, 집착, 살의의 하모니라고 했던가. 농도 짙은 정사신이 다수를 차지한 영화 <해피엔드>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그녀는 이후 <너는 내 운명>으로 독보적인 존재감까지 과시했다. 그러던 2007년 한창 주가를 올릴 때 결혼과 동시에 출산 소식을 전하며 연예계에서 조금씩 잊히는 듯했는데….
그것도 잠시, 다시 영화 <밀양>, <하녀>에서 농익은 연기와 파격적인 베드신을 소화한 그녀는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이윽고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어 냈다. 11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굿와이프>에서는? 긴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명품 연기로 자타 공인 톱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하정우, 손예진, 이종석 등 스타 배우를 누르고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르기도 했다. 
순수한 듯 섹시하고, 때로는 난해할 때도 있지만 어떠한 역할이든 품격 있게 남을 설득하는 힘까지 지닌 배우 전도연. 탄탄하게 쌓은 실력만 믿고 자만하지도, 두 자릿수 연차는 숫자에 불과하듯 거만을 떨지도 않은 그녀에게 역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물씬 풍긴다. 스무 살 새내기인 양 새로운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전도연이야말로 진정한 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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