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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배우 한지민
착한 배우 한지민
  • 송혜란
  • 승인 2016.10.31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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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함 속 깊은 디테일이 매력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 <밀정>. 영화에서 의열단의 핵심 여성 단원으로 변신한 배우 한지민의 활약이 유독 주목받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매 작품마다 섬세한 감정 연기로 뭇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한지민. 이번 영화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뽐냈기에 연일 그녀의 소식이 전파를 타는 것일까. 최근 그녀의 행보를 들여다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서울신문 제공

한지민은 SBS <올인>으로 드라마에 처음 데뷔했다. 당시 송혜교 아역을 맡았던 그녀는 풋풋한 외모와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특히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브라운관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른 그녀는 일찌감치 배우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였다. MBC <대장금>에서는 똑 부러진 성격을 소유한 의녀 신비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이후 <좋은 사람>에서는 그녀 특유의 발랄함을 한껏 뽐냈다.
다수의 작품에서 존재감을 빛내 온 배우 한지민. KBS2 <부활>에서는 당당하면서도 자존심 강한 매력녀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녀의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여배우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 뒤로도 그녀는 엉뚱하고 서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각종 사투리로 능청스러움이 묻어나는 코믹 연기까지 선보이며 다양한 변신도 마다치 않았다. 다수의 사극에도 출연하며 두꺼운 팬 층을 확보한 그녀였다.
그러던 그녀에게도 어김없이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난해 찍은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상대 배우 현빈의 군 제대 복귀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음에도 늘 밝고 씩씩하기만 한 그녀의 진부한 연기력에 혹평이 이어졌다. 비슷한 캐릭터로는 좀처럼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질타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나날이었다. 영화 <장수상회>마저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이자 그녀의 존재는 서서히 잊히는 듯했다. 그래서 더욱 이번 영화 <밀정>에서 그녀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결같이 다시 새로운 그녀

한지민은 이번 영화에서 의열단장 정채산의 비서이자 핵심 여성 의열단원인 연계순으로 분해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연계순은 곱고 여린 외모와 달리 누구보다 곧고 단단한 강단을 지닌 여성 독립운동가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당찬 면모와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그녀는 잘도 소화해 냈다. 의열단 뒤를 바짝 쫓아오는 일본 경찰들의 추격에도 짙은 화장과 화려한 의상으로 변장한 모습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기필코 작전을 성공시키려는 의열단원 연계순의 강인한 배포와 대담한 행동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온 그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속 연계순을 만들어 내기까지 그녀의 고심도 꽤 깊었던 듯싶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그녀는 그간의 소회를 모두 털어놓았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아픔을 겪었던 시대의 인물을 내가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 마음가짐부터가 달랐어요. 특히나 여성단원은 한 명이고…. 그 어린 나이에 여자의 몸으로 강인한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지요.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온갖 상념이 머리를 가득 채웠어요.”
이에 영화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과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말하는 그녀.
“시작 전부터 그랬지만 현장에서 더욱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것 같아요. 대사 하나하나를 할 때도 무게감을 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사가 없던 부분에서도 표정에 독립운동을 하는 신여성의 강인함과 묵직함을 담으려고 애썼어요. 작은 체구인데,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할 정도라면 강단 있고 묵직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완성된 연계순 역은 그녀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신뢰감과 디테일, 섬세함으로 장르의 클리셰들과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아함 속에 숨은 그녀의 강인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김지운 감독도 “모든 디테일을 다 가지고 있어서 놀랐어요”라며 그녀와의 협업에 대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영화 역시 그녀의 한결같고도 새로운 연기 변신에 송강호, 공유 등 남다른 개성을 지닌 배우들의 앙상블이 더해져 9월 18일 기준 500만 돌파라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독보적인 여배우의 존재감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재회, 송강호와 공유의 최초의 만남,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등 개성파 배우들이 모여 흥행에 성공한 <밀정>. 영화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토론토 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런던 아시아영화제에 이어 미국 판타스틱 페스트, 아시안월드 영화제에까지 공식 초청되며 배우 한지민의 무대도 점차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명배우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그녀. 전 세계에서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극찬 릴레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그녀가 총을 쏘던 장면은 진동 때문에 몸이 밀리거나 눈을 깜박일 법도 한데 전혀 미동이 없어 많은 이들을 감탄케 했다.
“액션 신은 제가 안 해 본 영역이라 많이 어색했어요. 아무 준비도 못 해갔는데 다들 놀라며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굉장히 신나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분들이 고생한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닌데, 여배우다 보니 많은 분들이 기운을 복돋아 주신 것 같아요.”
개봉 후에도 많은 시간을 보낸 배우들은 그간의 에피소드를 연거푸 쏟아냈다. 특히 김 감독부터 송강호, 공유 등 남자들 속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녀는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사실 홍일점이라는 게 좋기는 한데요. 시작 전에는 아무래도 현장에 가면 많이 외롭지 않을까 걱정도 됐어요. 물론 제 우려와는 달리 다들 편하게 대해 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지만요.”
첫 촬영을 중국에서 시작한 그녀는 쉬는 날에도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꽤 많았다고 한다.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더 돈독해질 수 있었다고. 그녀는 또래 배우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인연이라는 게 굉장히 소중한데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생겨서 참 감사해요. 드라마 같은 경우는 배우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여유가 없거든요. 또래 배우들과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공유했던 게 저한테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의지도 많이 되고 든든했습니다.”
또래 배우뿐 아니라 대선배인 송강호와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영화가 그녀에게 준 의미도 상당할 터. 그와 꼭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던 그녀였다.
“마치 꿈같았어요. 송강호 선배님은 물론 김지운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지요. 영화 촬영 현장 자체가 저한테는 배움의 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착한 마음까지

한지민은 연기만큼이나 선행에 열의를 보이는 스타 중의 스타다. 서울여대 재학 시절부터 꾸준히 봉사 활동에 참여해 온 그녀는 법륜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국제구호단체 JTS에 10년째 모금 활동을 하며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를 보살피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사회복지대회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으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착한 마음까지 지닌 그녀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다.
친밀한 듯 신비롭게 대중을 유혹할 줄 아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 한지민. 천사 같은 면모까지 갖춘 그녀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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