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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인가, 박근혜 게이트인가?
최순실 게이트인가, 박근혜 게이트인가?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6.11.28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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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리더십 상실

최순실 게이트 1

 

대한민국 사상 초유로 대통령의 리더십 상실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현재 미래를 규정할 급격한 소용돌이에 들어서 있다. 11월 20일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기소하며 ‘대통령과 공모’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국민들을 실망시키며 박정희 대통령의 위업까지 깎아먹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취재 백준상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서울신문DB

나라 전체가 그야말로 혼돈이다.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한 지금 국정은 거의 마비 상태다. 심지어 공무원들조차도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은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들을 불러왔다.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꼭두각시에 불구하고 진짜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비선실세에 권력을 위임하는 직무유기를 법한 것이다. 국민들은 사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며 모멸감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보다는 자신과 가족과 측근들의 사익을 우선시했던 최순실 등이 개입된 비리 종합세트는 벗겨도벗겨도 끝이 나오지 않는다. 최순실은 대통령 비서진을 제 비서진인 듯 다뤘고 대통령 연설문은 물론 국방과 외교 문서에까지 손을 뻗쳤다.
문화·스포츠계를 쥐락펴락하며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장·차관 인사에까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앞서 딸 정유라를 체육 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켰고, 수족과 같은 차은택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이권사업까지 싹쓸이 하려 했다.
재벌들도 비리에 합세하며 고질적인 ‘한국병’의 치부를 드러냈다. 정경유착으로 인해 재벌 시스템의 개혁이 지연됨으로써 재벌이 대한민국을 좀먹고 서민을 해치는 폐해가 지속되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수십 년을 버텨왔던 한국의 정치행정 시스템이 한 정권에 의해 무참히 붕괴되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책임진 최고 엘리트들이 근본도 실력도 갖추지 못한 세력에 쉽게 무너지는 취약성을 보여주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들은 국가관, 직업관 자체가 없거나 미미했던 사람들로 대가를 이제 치르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치적 격랑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비리 세력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는 여당이나, 정치적 입지나 곧 다가올 대선정국을 계산하는 야당이나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국면이다. 민심을 수습하고 대의를 위해 역량을 결집하여 위기국면을 돌파해 나갈 인물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결국 국민들이 나서는 촛불정국을 이끌어내고야 말았다. 민심을 모은 촛불집회가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까지 평화시위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 아닌 박근혜 게이트

대통령의 하야나 퇴진을 바라는 민심을 생생하게 보여준 100만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은 꿈쩍 하지 않는 모양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배후인 대통령이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헌정 유지를 내세워 검찰 조사를 연기하고 임기를 이어가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 이르러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인가, 박근혜 게이트인가 냉철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순실게이트’에는, 최순실을 단순히 비리를 저지른 하수인으로 보고 꼬리를 자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박 대통령이나 그 지지자들은 ‘불쌍한 박근혜가 최순실에게 속았다’라는 논리를 펼치며 박 대통령이 피해자라는 주장하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는 ‘박근혜 게이트’라고 보는 게 맞으며, 적어도 ‘박근혜·최순길 게이트’라고 표기하는 게 맞는 듯하다. 대통령이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사실이 지금까지의 검찰 조사 결과 많은 증거를 통해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주권자 95%로부터 실질적으로 ‘파면 선고’를 받은 정치적 금치산자일 뿐만 아니라 피의자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주권자들의 퇴진 요구를 무시한 채 청와대를 지키겠다는 아집을 버리지 않자 야권과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을 체포해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천정배 의원(국민의당)은 당 모임에서 “헌법에 대통령은 소추, 기소를 받지 않는다고 되어 있을 뿐이지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한 칼럼에 “검찰이 박근혜를 형사소송법에 따라 강제 수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란죄’ 혐의를 적용해 형사상 소추를 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형법 제87조(내란)에 따르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91조는 ‘1. 헌법에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국헌문란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게이트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들의 다이어리, 휴대전화 기록 또는 구체적 진술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이 ‘국헌문란’을 자행한 사실들이 여지없이 드러난 상태다.
‘박근혜 게이트’의 향방은 우선은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 아쉽게도 검찰은 여러 정권에서 보여 줬듯 인사권과 감독권을 장악한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해 상층부뿐 아니라 평검사 다수조차 청와대에 맞서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제 검찰은 그런 굴종과 기회주의를 훌훌 떨쳐버려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수백만의 촛불이 박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단호하게 심판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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