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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저녁 따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홍합
쌀쌀한 저녁 따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홍합
  • 유화미
  • 승인 2016.11.2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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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어느새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퇴근길 우연히 발견한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홍합탕 국물 한입이면 세상 시름이 없어지곤 한다. 가성비 최고의 홍합으로 오늘 밤 세상 시름을 잊어보는 건 어떨까.

취재 유화미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붉은 조개’를 뜻하는 홍합

홍합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중 하나다. 홍합은 원래 193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동해안의 북부에서만 서식 하던 한해성 어류였다. 그러나 현재는 홍합의 강한 번식력과 양식 기술의 발달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홍합은 주로 주심 20미터 정도의 암초에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접착성이 강한 단백질성 섬유 다발을 이용해 바위 등에 붙어산다.
홍합은 자연 상태로도 잘 자라지만 판매가 가능한 적당한 크기의 것을 채취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당하게 큰 홍합을 채취하려면 육지와는 조금 떨어진 암초까지 가야하며 바위 등에 단단하게 붙어 있어 잘 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1950년대부터 홍합 양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상남도 창원의 앞바다인 진해만에서 홍합 양식을 많이 한다. 홍합은  밧줄에 붙어 양식된다. 기다란 밧줄은 부표에 의지하여 바다에 떠있게 되는데 이렇게 떠 있는 밧줄의 길이는 한 줄에 약 200미터 정도이다. 이렇게 양식한 덕분에 홍합은 엄청난 수확량을 자랑하며 저렴한 가격에 어디서나 맛 볼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잡히는 만큼 지역마다 홍합을 부르는 용어에도 차이를 보인다. 영남지방에서는 합자, 열합으로 불리며 강원도에서는 섭이라고 한다. 정식 명칭은 홍합인데 이는 ‘붉은 조개’라는 뜻이다. 1809년 조선시대에 쓰인 <규합총서>에는 담채라고 부르며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짜지만 유독 홍합만 싱겁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홍합 또한 다른 조개류처럼 바닷물을 품고 있어 짤 수밖에 없다. 보관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홍합을 말려 건홍합을 만들어 보관하고는 했는데 홍합을 말리면 짠맛이 줄어들게 된다. 아마 이 건홍합을 두고 담채라 칭하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학자들이 많다. 현재는 홍합 살을 삶아 말린 것을 ‘담채’라고 한다.

좋은 홍합을 고르는 요령

정약정이 서술한 <자산어보>는 “홍합은 앞은 둥글고 뒤쪽이 날카로우며 큰 놈은 한 자나 되고 폭은 그 반쯤 된다. 예봉 밑에 털이 있어 수백 마리씩 무리 지어 암초에 달라붙어 있다가 조수가 밀려오면 입을 열고 밀려가면 입을 다물며 성장한다. 껍질은 검고 안쪽은 흑자색으로 광택이 나며 살은 붉은 것과 흰 것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정약용의 말대로 홍합의 길이는 약 140mm, 높이는 약 80mm로 긴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다. 껍질은 두껍고 단단한 편이며 검은색의 광택을 띠며 안쪽엔 진주 광택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홍합 껍질의 겉면에는 계절에 따른 성장속도로 인해 생긴 굴곡이 나있으며 해조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홍합을 구입할 때에는 윤기가 나며 비린내가 나지 않는 신선한 것을 고르도록 하며 껍질을 벗겨 보았을 때 살이 통통하고 붉은 빛이 도는 것이 좋은 것이다. 손질할 때에는 껍질을 바락바락 문질러 깨끗이 씻어내고 껍질에 붙어 있는 해초 같은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해 준다. 살을 발라낸 홍합은 소금물에 헹군 다음 건져내어 가장자리 검은 수염을 잘라내고 내장을 제거하여 사용한다.

동해부인이라고도 불리는 홍합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홍합을 동해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홍합이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꿔준다고 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홍합에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칙칙한 피부 톤을 개선하고 기미와 잡티를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또한 “음부에 상한이 생길 때도 불로 따뜻이 하여 그 재를 귀밑에 바르면 특효하다”고 전하며 부인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홍합에는 철분과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 예방에도 효과가 크다. 여러 면에서 홍합은 여자에게 참 좋은 식품이다. 여자뿐만 아니라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 현대인들이 먹으면 좋은 음식이 또한 홍합이다. 홍합에는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나트륨이 몸에 축적되면 몸이 붓고 위염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기가 쉬운데 홍합을 먹으면 이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홍합탕만큼 술안주로 제격인 음식도 없다.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홍합은 술안주로 그만이다.
홍합에는 간 보호와 숙취해소에 좋은 핵산과 타우린, 베타인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홍합이라도 산란기에 접어든 홍합은 피해야 한다. 보통 홍합은 5~9월쯤에 산란을 하게 되는데 이맘때쯤의 홍합에는 ‘삭시토신’이라는 독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성분은 언어장애, 입마름, 마비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홍합의 산란기에는 ‘주의보’를 발령해 홍합 채취를 금지시키고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포장마차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 홍합탕

재료 홍합(600g), 청양고추(2개), 육수용 멸치, 다시마,무

1. 멸치와 다시마, 무를 넣고 육수를 우려낸다.
2. 홍합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지저분하게 붙은 것들을 제거해 손질한다.
3. 홍합을 물에 한번 삶아 입이 벌어질 때쯤 건져낸다.
4. 미리 우려낸 육수에 삶은 홍합을 넣고 청양고추를 썰어 넣는다.
5. 5분~10분 정도 더 끓여 낸 후 취향에 따라 소금을 넣어 마무리한다.

든든한 한 끼 식사, 홍합밥

재료 : 불린 쌀(600g), 홍합(200g), 버터(취향에 따라 1~2조각)
     양념장 : 간장3, 고춧가루0.5, 참기름1, 채썬파, 통깨0.5

1. 홍합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지저분하게 붙은 것들을 제거해 손질한다. 
2. 홍합을 물에 삶아 입이 벌어질 때쯤 건져낸다.
3. 홍합을 삶은 물은 육수로 사용할 것이 버리지 않는다.
4. 삶은 홍합을 껍질과 살로 분리한다.
5. 체에 걸러 물기를 제거한 불린 쌀에 홍합 삶은 물을 적당량 부어준다.
6. 밥에 뜸을 들인 후 마지막에 삶은 홍합을 넣고 뚜껑을 닫아 마저 뜸을 들인다.
7. 취향에 따라 버터와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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