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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 물들다, 하늘공원 나들이
감성에 물들다, 하늘공원 나들이
  • 최효빈
  • 승인 2016.11.29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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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코스모스와 은빛 억새풀이 말랑말랑 감성을 자극하는 하늘공원. 지루하고 답답했던 여름 끝 시원한 탈출구가 되어 준 은빛 하늘공원을 카메라에 담았다.

글·사진 최효빈 기자

유난히 무덥던 지난 여름이 지루했던 이유는 그만큼 야외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여름 특유의 싱그러움을 사랑하는 나였지만 올 여름은 뭐랄까, 해도 해도 너무 했다고 하나. 아무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로 버틴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에게는 무척이나 힘겨운 여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가을이면, (아니 사실 가을이 오기 전부터 가을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능력(!)을 발휘하며) 세상 고독한 여자가 되어 버리는 내가 올 가을은 어쩐 일인지 우울함이라곤 1도 없는 세상 발랄한 여자가 되어 야외활동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계획이라고 해봤자 조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대한 ‘가을여행지’스러울 것, 그리고 ‘가까울 것.’ 이 두 가지면 충분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늘공원은 최적의 장소였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억새풀과 코스모스는 그 어느 곳보다 ‘가을’스러웠으며 상암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퇴근길에 지나치는, 집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마침 딱!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최고의 가을여행지가 될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길. 하늘공원 입구에서는 ‘맹꽁이 전기차’와 ‘하늘계단’이라는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두 가지 경로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전기차는 줄이 너무 길어 계단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계단을 마주하는 순간 바로 후회했다.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분명 계단이 많기는 하나 금방 올라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계단이 무려 291개였기 때문이었다.)
291개의 나무 계단과 별 모양의 등이 지그재그로 이어져 있는 하늘계단을 오르며 너무 숨이 막히고 갈증이 났지만 그 힘듦은 무심코 옆을 바라보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앞만 보고 오르느라 옆을 보지 못한 사이 내 옆에 어느 샌가 숨통을 트이게 하는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왼쪽으론 월드컵 경기장이, 오른쪽으론 한강이 그림처럼 펼쳐진 그곳에서 참으로 오래간만에 마음이 뻥 뚫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힘을 내서 계단을 오르다 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 쯤 계단이 끝나고 서서히 하늘공원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억새풀에 앞서 먼저 사람들을 반기는 건 코스모스였는데, 분홍빛으로 가득 메운 코스모스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행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하늘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광활한 하늘공원을 뒤덮은 억새풀. 비록 억새풀이 채 다 피지 못한 날의 방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은빛으로 갈아입은 억새풀이 가을바람에 몸을 실은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억새풀이 더욱 빛을 발하는 때는 억새풀이 활짝 피는 10월 중순, 그리고 그런 억새풀을 아름답게 비추는 조명으로 풍경이 더 화려해지는 저녁시간으로, 다소 사람이 붐비더라도 억새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 위한 사람들은 일몰시간 40분 전, 석양이 가득한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지루하고 답답했던 여름 끝 작은 탈출구가 되어준 하늘공원.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은 물론 편리한 접근성으로 완벽한 가을나들이가 되었던 하늘공원에서 (올해는 나 혼자 방문으로 비록 셀카 다섯 장으로 끝났지만) 나도 내년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들과 멋진 스냅 사진을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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