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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였을까? 그 사람들
누구였을까? 그 사람들
  • 김도형
  • 승인 2016.11.30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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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의 한 터널 안에서 유치원 버스 전복사고가 있었다. 큰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21명의 아이들 전원은 무사 했는데, 당시 터널을 지나던 시민들이 공동으로 구조작업을 한 덕분이었다. 그 사고 영상을 TV로 보면서 내 자신이 겪었던 십 수년 전의 전복사고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날은 송파 쪽에서 업무를 마치고 코란도 승용차를 타고 귀사 하던 중이었다. 운전은 후배가 하고 조수석에는 내가, 뒷자리에는 한 여자 후배가 탔다. 올림픽대로 공항방향 한남 대교를 좀 못 미친 지점에서 2차로를 정속으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졸음운전을 하던 3차로의 베르나 승용차가 갑자기 우리 차 앞을 가로막는 순간, 충돌을 피하려 후배가 핸들을 급하게 꺾는 바람에 차가 그만 세 바퀴를 굴러서 끝 차선 쪽에서 멈췄다.

차가 구를 때 잠시 의식을 잃었다 깨어보니 차 지붕은 도로 바닥에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었고 우리는 차 지붕이 없어진 좁은 공간에 거꾸로 끼여 있었는데 운전석 밑 후배의 발이 엑셀을 밟은 채로 옴짝달싹 못하게 끼이는 바람에 최대 출력의 엔진이 내는 그 그악스럽던 소리와, 배기통이 막혔는지 실내로 차오르던 흰색의 배기 가스는 우리를 공포로 몰아갔다.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가득 찼던 가스로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하늘을 향한 바퀴를 최고 속도로 돌리고 있는 엔진에서 불이라도 날까봐 무서웠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꼼짝없이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몇 명의 사람들이 해머나 망치로 유리를 깨고 틈을 만들어 우리를 밖으로 빼내었다. 맑은 공기를 연방 들이마시며 멍한 채로 둔덕에 앉아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왔다. 병원으로 옮겨진 우리는 하늘이 도왔는지 별 다친 곳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회사로 향 했다.

그 날 평상시 퇴근하듯 집으로 들어가며 사고 현장에서 차 문을 부수어 우리를 구출해 주었던 그 사람들을 생각했다. 우리와는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었던 사람들, 자칫 차에 불이라도 났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기꺼이 구조에 나섰던 그 사람들에게, 아무리 경황이 없었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부산 터널사고 현장에서 구조에 나섰다가 부산 경찰청의 수소문으로 방송에 나온 김호신 씨는 본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했을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누구였을까? 십여 년 전의 그 사람들. 그 분들께 늦었지만 이 지면을 빌어 이 한 마디를 드리고 싶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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