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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해설가 하일성, 그를 애도하며
야구해설가 하일성, 그를 애도하며
  • 송혜란
  • 승인 2016.11.30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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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다
 

최근 야구해설가 하일성의 사망 소식이 전파를 탔다. 한때 방송은 물론 KBO 사무총장을 지냈을 만큼 승승장구했던 그였기에, 그의 죽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을 깊게 믿은 결과치고는 꽤 혹독한 대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이 이렇게 비참할 줄이야…. 생전 그가 뒤집어써야 했던 사기꾼이라는 낙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이제는 알려야 할 때도 되었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구수한 입담으로 KBS <가족오락관>, <아침마당> 등 방송을 비롯해 영화, CF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하일성. 2002년 1월 심근경색으로 투병 후 세 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다시 마이크를 잡은 그였다. 야구해설사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14년간 몸 담은 자리를 떠나 2006년부터 3여 년간 제11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을 지냈다. 성과도 대단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수상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국가대표 야구단 단장으로 일조했다.
총장 임기를 마친 후 이때를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회상한 그는 자신이 나중에 세상을 떠나면 묘비에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야구대표팀 단장’이라고 새겨달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리고 이듬해 10월 KBS 야구해설위원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와 다시 한 번 큰 감동을 전해준 하일성. 그는 오랜 세월 야구해설의 전설이 되었다. 자신이 받아온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며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 대표로 자원봉사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연이은 악재, 사기 혐의 너무 억울해

그러던 2014년 어느 날, 그에게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기꾼이라는 오명이 그를 뒤집어씌웠다. 지인의 아들을 프로야구단에 입단시켜주겠다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것이다. 당시 그는 “그냥 빌린 돈”이라며 청탁성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말을 믿어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그는 또다시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지인으로부터 30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기 혐의에 대해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던 그는 결국 심적 압박을 못 이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창 남부럽지 않게 잘나가던 그가 어째서 이곳저곳 전전하며 돈을 꾸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일까? 그리고 그는 왜 이토록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가? 지난 9월 10일 그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던 발인식에서 많은 이들이 오열했고, 통곡 소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네 안방에까지 울려 퍼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장례식에 다녀온 그의 측근에 따르면, 하일성은 30억 상당의 건물을 소유한 자산가였다. 이를 매각해 친한 친구와 새로운 사업을 할 꿈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사람을 너무 믿은 게 죄였던 것일까. 친구에게 건물을 대신 매각해 달라며 자신의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넘겨준 그는 이를 가지고 잠적해버린 친구로 인해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충격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놀란 부인을 다독이며 재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잃은 돈이야 열심히 일해 다시 벌면 그만이라고 애써 좋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건 또 웬 악재란 말인가. 건물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로 6억여 원을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그렇게 빚에 쫓기며 빚을 내고, 또 그 빚에 쫓기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후 오히려 자신이 사기꾼으로 보도되는 것이 부담되었던 듯, 그는 사회적 인식에 압박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난 9월 8일 오전 그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건 당시 식당 CCTV 앞에 잡힌 그의 마지막 모습은 뭇 사람들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무게에 짓눌린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쓸쓸한 마음뿐이다. 경찰 조사에서 그의 핸드폰에는 전송되지 못한 문자도 하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내에게 전하려던 그의 마지막 메시지조차 보내지 못하고 미련을 남긴 채 이 세상과 작별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그는 태극기에 덮인 채 운구됐으며, 곧장 현충원으로 향해 서울 충혼당에 안치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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