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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 한양대 교수에게 듣는 흥미진진 과학사
남영 한양대 교수에게 듣는 흥미진진 과학사
  • 송혜란
  • 승인 2016.12.0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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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위대한 혁신가들은 모두 잡종이었다
 

한양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5大 명강의로 손꼽히는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흥미진진한 과학사는 창의융합교육원 남영 교수에 의해 완성되었다. 단순한 학문적 융합을 극히 경계하는 그의 강의는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다가오는데…. 달의 뒷면을 들여다보는 수업이라는 호평이 자자한 그의 강의가 이토록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를 잡종이라고 부르는 남영 교수를 만나 그 답을 풀어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다빈치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남영 교수가 첫 만남에 던진 질문이다. 어떤 이는 화가나 건축가 혹은 기계공학자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다빈치를 이 같은 직업으로 나누는 순간 그의 정체성은 곧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오로지 작품으로만 그를 바라보아야 한다.
“사실은 제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거죠. 다빈치는 이 모든 직업군을 포괄하는 잡종의 전형이에요. 이는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다 공유하는 부분입니다.”
시대적 딜레마를 파악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혁신가들은 당 시대의 유행 학문 전반과 대안이론, 그리고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조합하며 자신만의 답에 접근해 갔다. 이에 그는 뛰어난 학생들이 자기 역량의 다양성을 보지 못하고 그저 하나에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 낮게 설정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직업으로 꿈을 분할하는 것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남영 교수. 어느 날 한 아이가 자신은 커서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아이에게 그는 왜 하필 소방관이냐고 물었다. 아이가 말하기를, 어릴 때 집에 불이나 엄청난 슬픔을 겪었다고 했다. 그래서 꼭 재빨리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의 목표는 화재를 진압하는 일일 터. 그런데 꼭 소방관이 될 필요가 있을까?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국회의원이 되어 불이 적게 나는 법을 발의할 수도 있고, 과학자가 되어 애초 불이 안 나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소방관이라는 특정 직업만 생각하면 인생은 축약되고 말아요. 잡종이었던 위대한 혁신가들은 이미 이러한 생각을 뛰어넘은 사람들이었어요. 결국 모든 혁신은 잡종의 출현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융합의 폐해가 낳은 신조어 잡종

그가 강조하는 잡종이란 단순한 학문적 융합 그 이상이다. 근본적이고 올바르며 절묘한 다양성의 조합. 그는 잡종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사를 가르치는 그는 간혹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당신은 과학자입니까? 인문학자입니까?’ 이러한 물음이 못내 우스꽝스러운 듯 그는 오리너구리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조류나 포유류 그 어떤 것으로도 분류될 수 없는 오리너구리는 평행선상에 있는 학문을 자꾸 나누려고 드는 현 사회를 풍자하기 충분했다.
“잡종도 오리너구리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돼요. 새롭게 계속 비비면 되는 비빔밥이 융합이라면, 한번 출현한 잡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종이 됩니다. 지속 가능하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이미 비슷한 뜻의 융합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고 있지만, 굳이 그가 잡종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학문 간의 융합과 그 이상의 것들이 뒤섞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학문적 융합에 대해서만큼은 쓴소리를 늘어놓는 남영 교수.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융합의 시대를 살아왔다. 불과 500년 전만 해도 물리학이라는 단어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18세기에는 물과 불, 전기가 각각 따로 연구되는 게 당연한 때였다. 이들이 합쳐진 이유는 간단하다. 19세기에 에너지라는 용어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 에너지, 불 에너지, 전기 에너지 이게 융합되어 지금의 물리학이 탄생된 것이다.
자연 철학자였던 뉴턴에게 물리학과 철학이 같은 학문이었다는 사실도 더는 신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뉴턴이 살아 돌아와 물리학과 철학이 나뉜 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길 것이다. 인문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어국문학 역시 국어학과 국문학이 융합된 학문이 아닌가!
“지난 역사를 보면 이 시대가 특별히 융합의 시대도 아니에요. 단지 유행일 뿐이지요. 유행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요. 다만 억지로 이뤄지는 융합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벌써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을 합쳐 유럽 어문학부라고 하잖아요. 나중에는 국어국문학과 불어불문학을 묶어 그냥 어문학부가 될 판국입니다. 융합이 낳을 폐해는 미리 알고 막는 게 좋겠죠.”
 
위대한 과학은 없다, 위대한 과학자들만 있을 뿐

남영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의 과학사 강의가 어떠한 성격을 띠고 있을지도 이내 짐작이 간다. 그의 질문이 또 한 번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달은 왜 지구를 돌까요? 밀물과 썰물은 왜 일어날까요?”
다들 초등학교 시절 암기한 가장 쉬운 답이 떠오를 것이다.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지구 주위를 돌고, 달이 바닷물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 이는 뉴턴에 의해 제시되고 현대인의 대중 교육에 선택된 답안에 불과하다는 남영 교수.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아인슈타인은 모두 똑같은 질문에도 각기 다른 답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답들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거꾸로 한번 답해봅시다. 어떤 일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같은 게 더 이상한 것 아닐까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과학만은 단일한 답으로 귀결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과학은 스토리가 없고 실용적이기만 하다는 거죠. 이러한 선입견이 과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크게 잘못된 그림을 그리는 오류를 범하게 합니다. 저는 그 과정을 바로 알려주고 싶었고, 현대 과학을 더 깊게 바라볼 여유를 제공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이를 위해 그는 과학혁명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지동설 혁명을 단일 주제로 해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강의를 개발했다. 역사에 인물과 스토리텔링이 빠질 수 없듯 수업은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갈릴레이, 뉴턴 등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의 인생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윽고 학생들은 각 인물의 생애에 감정 이입하며 과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쉽고 재미있는 역사 공부법임을 깨달았다.
과학사는 결국 역사였고, 과학의 역사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였던 셈이다. 더 나아가 뉴턴은 물론이거니와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모두 아리스토텔레스나 데카르트와 다름없는 인문학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과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이 인간 위주로 접근하면 다 인문학문에 포함될 법도 했다.
과학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시대의 문화적 맥락과 정치, 경제, 종교, 철학, 문화의 역사까지 함께 살핀 학생들이 엄청난 지적 쾌락을 느꼈음은 분명했다. 이쯤 되니 그의 강의가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던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기자 역시 과학 이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그와의 인터뷰는 학문하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누군가 제 수업을 듣고 뉴턴이 되겠다는 꿈만 품었다면 저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과학 이론이야 집에서 책으로 공부하면 되니까요. 제 수업의 목적은 빈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이 아니라 장작에 불을 지피는 거였어요. 재료는 다 각자가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일단 불만 붙여주면 혼자 잘 탈 것이라고 믿었죠.”

어떻게 뉴턴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어떻게 뉴턴이 될 것이냐는 물음만 남는다. 
“스스로 잡종이 되어야겠죠.(웃음)”
잡종이라고 하면 수많은 학문을 독파해야 할 듯 사뭇 난해한 길이라 여겨질 법도 한데….
“잡종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사람이 융합을 1 플러스 1해서 반드시 2가 되어야 한다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1.1쯤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인지과학 분야를 한 예로 들었다. 인지과학은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다 보니 심리학과 철학, 뇌공학, 컴퓨터 공학, 교육학까지 수많은 학문에 대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심리학 전반에 대한 이해나 철학, 뇌공학을 모두 파고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학문별로 필요한 부분만 쏙~ 뽑아 일정 부분만 이해하면 충분하다.
“그렇게 보면 융합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저 역시 과학사를 하는데, 과학 이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거나 역사에 대해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문학사가 제 전공은 아니니 무지할 수밖에요. 잡종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니 혁신가가 되는 길에 먼저 한 걸음 나아가 봅시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저술해 <태양을 멈춘 사람들>까지 펴낸 남영 교수. 그는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2권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주제는 과학자의 리더십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3권은 생물학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 진화론의 역사에 대해 구상 중이라는 그가 다음에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 곁을 찾아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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