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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세군의 혼과 정신, 구세군 중앙회관
한국 구세군의 혼과 정신, 구세군 중앙회관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6.12.04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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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을 따라 이어지는 돌담길 끝자락,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기둥식 현관과 거대한 지붕이 인상적인 붉은색 벽돌 건물이 있다. 현재는 구세군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구세군 중앙회관. 바로 한국 구세군의 본관으로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한국 구세군의 중흥기인 근대화 과정까지 한국 구세군의 혼과 정신이 뿌리 깊게 배어 있는 건물이다.

진행 박소이 기자 글 사진 백남우(tbs TV 영상콘텐츠부장)

2층 평면 신고전주의풍의 벽돌조 건물로 좌우 대칭의 회랑, 그리고 4개의 원기둥과 박공지붕이 웅장한 중앙 현관이 당당한 인상을 주는 건물로, 현관 쪽의 바닥은 물갈기 슬래브이나 복도 및 계단 난간은 목조로 되어 있다. 1층은 사무실, 2층은 집회·예배당이 있고 특히 내부 기둥 없이 삼각형의 목조 빔 구조로 압력을 분산시킨 본당 천장 또한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종교적 역사성뿐만 아니라 근대건축으로서 좌우 대칭의 안정된 외관이 잘 보존되어 근대 건축의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19세기 중반 영국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1829-1912) 부부가 빈민층을 구제하기 위해 시작한 거리 전도에서 비롯된 구세군은, 이름 그대로 구세주의 군대란 뜻으로 전 세계 126개국에서 활동하는 국제 NGO 단체이다.
한국구세군은 1907년 구세군의 창립자 윌리엄 부스가 40일간의 일본 순회 선교 중 구세군을 통하여 조선사회의 개혁을 원했던 무명의 조선 유학생들을 만나 조선에도 구세군을 세워줄 것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1908년 10월 호가드(Robert Hoggard, 한국명: 허가두) 사관과 그의 부인 애니 존스(Annie Johns) 사관이 한국 땅을 밟으므로 시작되었다.
구세군 중앙회관은 1926년 조선을 방문한 구세군 대장 브람웰 부스(Bramwell Booth)의 일흔 살 생일을 기념하여 모금한 미국 사관들 및 구세군 신도들의 의연금으로 1927년 11월 신축에 착수, 1928년 준공되었다. 구세군의 역사성을 지닌 대표적인 건물로 영국 런던의 클랩톤 콩그레스 홀(Clapton Congress Hall)을 모델로 지어졌다.

 

건립 당시부터 1985년까지 구세군의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구세군 사관학교로 사용되었으며, 1955년부터 1981년까지는 구세군 대한본영으로 사용되어 신앙적 의미로서 한국 구세군의 얼굴인 동시에 르네상스 고건축 양식으로 건축학적인 큰 의미도 담고 있다.
1959년 1·2층 일부를 증축하고 강당 천장을 높이는 공사가 시행된 후 구세군 대한본영의 사무실 일부가 입주하면서부터 구세군 중앙회관으로 불리게 되었다. 2002년 3월 5일 서울시 문화재 위원회로부터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가 인정이 되어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되었다.
가난하고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아동복지시설, 첫 의약사업, 빈민 구제소 설치 그리고 한국 최초의 미혼모 시설. 공익법인 1호로서 한국 나눔 문화의 효시가 됐던 한국 구세군. 구세군 중앙회관이 건립된 1928년 겨울, 한국 구세군 사령관 조셉 박이 명동 등 20여 곳에 설치한 첫 자선냄비의 당시 모금액은 848원 67전이었다. 이후 80년 넘게 한국 구세군의 자선냄비엔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1년 모은 저금통을 들고 오는가 하면 어느 신사는 끼고 있던 금반지를 빼내 고아들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와 함께 냄비에 넣기도 했다. 버스표와 토큰을 넣는 학생, 양로원 할머니들에게 떡을 해서 전해달라며 떡가루를 가져온 시민. 가난한 대학생은 죄송하다는 편지와 함께 책을 넣고 가기도 했다.
우리에게 구세군 자선냄비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치르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또, 마음은 있지만 큰돈 낼 형편은 안됐던 서민들이 1년에 단 한 번 마음껏 이웃사랑을 펼쳤던 기회이기도 했었다. 올겨울 거리에도 서민들의 소박한 나눔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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