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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쇠꼴마을 귀한농부학교 김정호 교장,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파주 쇠꼴마을 귀한농부학교 김정호 교장,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 송혜란
  • 승인 2016.12.0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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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남짓을 달렸다. 임진강을 따라가다 금곡천으로 빠졌다. 파주의 한적한 시골길 끝에는 광평산 언저리가 있었다. 차에서 내려 산을 향해 발길을 옮기니 쇠꼴마을이 보인다. 귀한농부학교가 있는 곳이다. 마을 초입에서 교장 김정호 대표를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산과 들 사이로 강물이 흐르고, 나무가 모여 이룬 숲에서는 연일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우고 사시사철 허브 향으로 그윽한 곳…. 파주 쇠꼴마을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유토피아의 모습을 닮았다. 무엇보다 귀농?귀촌 체험의 최적지로 유명하다. 귀한농부학교는 귀촌을 넘어 귀농까지 계획하는 이들에게 농사를 가르친다. 이제 막 3년 차에 접어든 귀한농부학교가 탄생하면서 품었던 뜻이다.
“처음에는 귀농, 귀촌하시는 분들께 교육 겸 실천의 장을 제공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근래에 6차산업 인증을 받으면서 선진농가로 알려져 저 멀리 제주도에서도 선진지 견학 목적으로 오는 분들이 많아졌죠. 귀농귀촌학교가 이론만 가르친다면, 이곳은 실전 위주로 교육이 이뤄집니다. 후배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님의 의도와 딱 맞아떨어졌어요.”
사실 쇠꼴마을은 김정호 대표의 부친인 김교화 촌장이‘농업에 길이 있다’는 사명감에 30년 전 젖소 여섯 마리를 시작으로 일군 촌이다. 한때 200마리까지 불어났던 소들이 먹는 풀이 많다고 하여 이름도 쇠꼴마을이라 지어졌다. 목장에서 과수원까지 사업체가 점점 커지자 아들인 김 대표가 나서 귀한농부학교를 도맡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가 관리하는 학교 내에 있는 배나무만 4000주에 이르며 전체면적 7만5000평 중 과수원만 2만평을 차지한다. 나머지 부지에서는 생태캠핑과 주말농장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오는 주말 가족 체험객이 계속 늘자 그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아예 수영장과 눈썰매장, 허브 식물원 등의 시설도 마련했다.
“주말마다 숲 해설도 하고 있어요. 트렉터 마차를 타고 산에 올라 배 밭에서 다과를 직접 꺼내보고 닭도 한번 몰아보게 하는 거죠. 요즘은 꼭 가족 단위뿐 아니라 주말에 캠핑 온 젊은 친구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캠핑족들이 대개 시골 삶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또 젊은 친구들이 요즘 농촌 문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더라고요.”

농사를 귀중하게 여기는 교육

귀한농부학교 이름에는 김정호 대표만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옛날 옛적에 농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농민이 가장 좋은 직업일 때도 있었다. 지금은,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하찮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앞으로는 식문화가 큰 화두로 떠오를 거예요. 아직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농사를 귀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농사가 근본이 되는 가장 귀한 뿌리다’라는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학교 이름도 귀한농부학교라고 짓게 됐어요.”
덕분에 학교를 찾은 아이들은 ‘귀한농부’라는 이름을 부를 때마다 농업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일깨울 수 있다. 거기에 체험 하나하나의 재미요소까지 더해졌으니 귀한농부학교는 아이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이자 교육장인 셈이다.
“아이들이 고구마를 캐러 가면 고구마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못 찾아요. 마트에서 본 고구마가 다이기 때문에 심지어 아이들은 고구마가 땅 밑에서 자라는지조차 모릅니다. 그래서 보물찾기를 시작하죠. 모든 교육을 흥미 위주로 끌어가고 있어요. 어렵게 수확한 고구마를 가공도 해보지요. 피자도 만들고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하며 구워 먹습니다. 이게 바로 식문화예요. 아이들에게 다시 학교 이름 ‘귀한’을 상기시키곤 합니다.”
귀한농부학교를 들르는 아이들은 농촌의 꿈나무다. 아이들은 잠시나마 농사를 체험해봄으로써 미래 직업으로 농업직을 고려해보게 된다. 꼭 농업이 아니더라도 생태 캠핑, 체험 농장 등 농업과 관련된 직업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김 대표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귀농현상이 돋보인다고 하지만 아직 시골에서는 젊은 사람이 없어 힘들어합니다. 농사를 거들 사람이 부족해요. 젊은 층이 이곳에 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요. 롤 모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생들에게 먼저 접근해야겠더라고요. 그들이 나중에 커서 농업직에 종사할 수 있게요!”

자연이 주는 이로움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 그는 자연이 주는 이로움부터 가르친다. 배나무는 물론 교육상 키우고 있는 밤나무, 허브, 연꽃, 고구마, 매실, 사과 등 모든 작물을 저농약으로 키운다.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고 발효 퇴비만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캠핑 또한 일반 콘크리트 바닥 위에 마련된 호화로운 시설보다 기본 편의시설만 갖춘 자연 속 체험을 중시한다. 이른바 생태체험 캠핑이다. 한 시간 코스로 진행되는 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그는 숲의 역할,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이로움을 일깨워주는데….
“이제 농업은 서비스 산업이에요. 배 한 개를 시장에 납품했을 때 500원을 받는다고 하면 소비자 직거래가는 2000원입니다. 그것이 체험으로 가면 4000원, 8배의 부가가치가 발생해요. 배꽃방처럼 가공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도 있고요. 단순히 농사만 짓기보다 농촌 관광 사업을 해야 합니다. 시골에 많은 분이 오셔서 좋은 일을 같이 해나가면 좋겠어요. 자연이 주는 이로움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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