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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아티스트 최우현 대표 “보석은 자신감입니다”
주얼리 아티스트 최우현 대표 “보석은 자신감입니다”
  • 송혜란
  • 승인 2016.12.0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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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최우현 대표가 자신을 표현할 때 쓰는 수식어다. 25년 전 그는 유학을 위해 이탈리아로 향했다고 했다. 전혀 새롭고 낯선 세계는 그에게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었고, 동화 속 엘리스가 느꼈을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했다. 모든 것이 생소한 그곳에서 느낀 희망과 기쁨은 열정이 다리를 놓으며 또 다른 기회와 연결되었다. 흥미진진한 그의 이야기는 인터뷰를 위해 찾은 스튜디오에서 계속 이어졌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손홍주

피렌체에 있는 ‘레 아르띠 오라페’ 졸업을 앞둔 최우현은 학교 최초로 칠보 과목이 신설되며 강사 자리를 꿰찼다. 강의가 없을 땐 새벽부터 일어나 밀라노로 분주히 발길을 옮겼다. 가능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들러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상한 나라에서의 생활은 그리 낭만적이거나 재미있지도 않았다. 설렘은 늘 외로움을 동반했고, 기쁨은 좌절과 함께 찾아왔다.
그러나 엘리스는 곧 깨달았다. 새로운 세계와의 충돌로 인한 충격은 더 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준다고…. 이는 최우현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한껏 만끽한 낯설음을 자신의 세계에 듬뿍 채워 넣은 결과물이었다.
인생이 서사를 품으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최 대표는 이를 잘 아는 이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줄 아는 유혹의 힘을 지닌 최우현 대표.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도 그 묘약을 가감 없이 집어넣었다.

스토리를 품은 주얼리

2003년 배우 손예진과 조승우, 조인성 주연의 명작 <클래식>. 영화에는 두 연인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목걸이가 하나 나온다. 최우현 대표의 작품이다. 실버 체인에 자수정이 포인트로 들어간 펜던트는 영화 제목만큼이나 클래식한 매력이 돋보여 아직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60년 전에도 있었고 현대도 있을 법한데 디자인이 너무 올드 하지 않은, 지금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작품이었기에 가능했다. 마치 그림처럼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주얼리를 좋아하는 최대표는 클래식 목걸이에도 다양한 뜻을 부여했다.
“펜던트 중앙에 쓰인 자수정이 하늘의 하느님 색상과 인간의 붉은 피 빨간색을 섞으면 나오는 보라색이잖아요. 자수정을 메인 보석으로 해 인생의 고귀함을 표현했지요. 주위에는 우리나라 단초문양을 넣어 전통 느낌을 더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다 찰 수 있게 라운딩을 줬습니다. 모던하게 디자인하길 원하기도 했거니와 인생에 굴곡이 없어야 좋다는 뜻도 주고 싶었죠.(웃음)”
미디어에서 막 PPL이 시작될 때 즈음. 개봉 당시 <클래식>은 경쟁작에 밀려 흥행에 실패했지만 놀랍게도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요즘도 심심치 않게 클래식 목걸이에 대한 문의 메일이나 전화를 받는다는 그녀는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의 끊이지 않는 인기에 뿌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치유의 스톤

최 대표가 만드는 작품 스타일은 항상 이런 식이다. 무슨 작품이건 꼭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보석이라면 무조건 부의 상징으로만 보는 대중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주얼리에 더욱 친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녀는 보석에 깃든 의미가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보석이 약의 개념이었어요. 중세시대에는 눈병이 날 때 사파이어가 담긴 물에 눈을 씻으면 병이 다 낫는다고 믿었죠. 우리나라로 볼 때 민간요법 같은 의미가 컸습니다.”
한때 갑상선 암을 앓은 적이 있는 최대표는 수술을 위해 주얼리를 모두 풀어헤치다 보석이 주는 치유의 힘을 몸소 느꼈다.
“주얼리만 차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허리가 펴진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저는 전혀 못 느꼈었거든요. 아프고 나서 알았어요. 보석을 안 차고 있으니까 몸이 더 기운 없고 아프더라고요. 아, 진짜 보석에 기가 있구나….”
보석과 얽힌 여러 에피소드로 칼럼을 쓰기도 하는 최우현 대표는 10여 년 전 저서 <최우현의 보석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부유한 집안의 여성들도 보석을 차면 부를 과시하는 것 같아 꺼려하는 요즘 시대에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상당했을 것이다.
“꼭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결혼식에 메고 갈 좋은 명품 백 하나는 있어야 하듯 인생에 하나쯤 귀한 보석을 지니는 것도 좋은 일이죠. 천연 광물은 희소가치가 있으니 자산으로 간직할 수도 있고요. 결혼반지라는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또 그 반지를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스토리도 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나이 들면서 잃었던 빛을 보석으로 다시 채우기도 해요. 보석은 돈 이상의 자신감입니다. 충분히 욕심낼 만하죠.”

주얼리 아티스트의 철학

최우현 대표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석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얼리 아티스트로서 그녀가 가지는 철학도 남다르다. 터무니없는 가격 거품을 없애되, 프로젝트로 생산되는 제품을 제외하고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얼리만 내놓고 있다.
“보석의 세계는 굉장히 크고 아름다워요. 보석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담을 수 있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보석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창피한 일이에요. 전 세계에 몇 만 개나 팔려나가며 진품인지 짝퉁인지 구별도 안 되는 제품으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리도 만무합니다. 옷은 기성복으로 입더라도 보석만큼은 오뚜꾸뛰르로 하면 참 좋겠다 싶어요.”
오뚜꾸뛰르 주얼리가 가격까지 저렴하기가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도 생긴다. 그녀의 작품은 모두 수공예품임에도 적게는 만 원대, 많아도 몇 십만 원대로 그리 가격이 높지 않다. 자신은 취미와 일이 연결된 행복한 사람이라며 디자인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는 매일 다작을 하는 편이다.
“유니크한 주얼리가 매일 여러 개 나와요. 디자인에 대한 부가가치가 없으니 비쌀 필요가 없지요. 그저 제 소원은 많은 분들이 제 주얼리를 착용하는 거랍니다.”
그녀의 주얼리는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보석은 아니다. 산과 바다, 구름, 바람 등 자연을 고스란히 갖다놓은 듯 수려하다. 26년간 주얼리 작업을 하며 쌓은 원석은 다채로운 색감까지 표현할 수 있어 경륜은 그의 크나큰 강점으로 손꼽힌다. 부유한 사람보다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주로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고객은 곧 그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최우현 대표는 지난 10월 밀라노 한국인의 밤 행사에서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딸과 함께 모녀 첫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전통 옻칠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멋진 전시로 큰 호평을 받은 그녀는 주얼리 크리에이터로 더 큰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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