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나무 그늘 아래 심었던 우엉은 잎이 연잎처럼 크고 사슴이 먹으려고 접근하지도 않았으며, 반그늘에서도 잘 자랐다. 그래서 그늘 정원에 심을 채소로는 우엉이 제격인 것 같다.
글 사진 황유진(오가닉 식탁 저자)
일 년 내내 커다란 잎을 보는 재미가 있고 가을이 되면 뿌리를 캐서 요리에 쓰는 우엉이지만, 나는 몇 해 전 겨울 한국에 방문했을 때 사온 말린 우엉으로 차를 끓여 먹었다가 아주 혼난 일이 있다.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급기야 온몸이 차가워지면서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 몸이 흔들릴 정도로 오한이 나서 한참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체온을 높여야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엉차의 부작용이었다.
그러니까 몸에 열이 없는 사람이 집중적으로 우엉차를 마시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그 다음날 모과차를 끓여서 마시니까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모과차는 몸이 따뜻해지는 차이고, 우엉차는 몸이 차가워지는 차였다. 이처럼 제대로 알고 먹고 마시는 일이 때론 아주 중요하다.
우엉(Burdock, Arctiu)은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자란다. 우엉은 약간 습한 토양을 좋아하고 봄에 파종하여 가을과 겨울에 걸쳐 수확하는데, 뿌리가 30~60cm까지 자라고 줄기와 잎이 나온다. 병이 거의 없고 추위에도 강하며, 토질을 가리지 않아 키우기 쉽다.
우엉의 성장 시기는 지역에 따라 4~6개월이 걸리는데, 서리 내리기 전 가을에 파종한 우엉은 다음해 5∼7월쯤 수확이 가능하다. 우엉은 뿌리가 큰 것이 값이 비쌌지만, 커지면 질겨질 우려가 있어 어린 우엉으로 수확하는 것이 좋고, 줄기와 함께 수확 시 뿌리에서 6~9cm를 잘라 잎은 버린다.
나의 경험상 우엉을 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스파라거스 심을 때와 비슷하게 땅을 깊게 파서 도랑을 만든 후 부드러운 흙으로 채우고 씨를 심는 것인데,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비료 포대에 기르기를 권하기도 한다.
우엉의 품종으로는 뿌리가 길고 굵은 것, 뿌리가 짧은 것이 있다. 초여름에 출하되는 봄 우엉이 맛과 향에서 뛰어나며, 뿌리 굵기가 2cm 이하로 가는 것이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 우엉 뿌리를 이용한 일본 요리 긴삐라(kinpira, 고보)는 채 썬 우엉에 간장, 설탕, 미림 또는 술, 참기름을 섞어 당근과 조린 것이다. 영국에서는 중세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우엉을 민들레와 함께 청량음료에 사용해 왔고, 유럽에서는 맥주의 쓴맛(bittering)에 사용하였다.
우엉에는 식이 섬유, 칼슘, 칼륨, 아미노산이 적정량 들어 있고, 칼로리가 낮다. 우엉 뿌리가 자라면서 진흙투성이의 짙은 색과 거친 원인이 되는 것은 타닌과 철 복합체인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포함되어 있어서이다. 뿌리에는 이눌린과 약간의 팔미트산이 들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엉의 민간 약초 요법에서 건조 우엉은 발한(해열), 이뇨 및 혈액 정화제로 쓰였으며, 항균, 가래, 기침, 인후통, 독충의 해독, 위장 장애, 관절통(류마티스), 통풍, 방광염, 고혈압, 간 질환, 여드름 및 건선, 두피의 종기, 습진 등을 치료하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일부 백과사전에는 우엉이 하복부 장내 통증과 중풍에도 효과적이라고 나와 있다.
유럽에서는 우엉 오일 추출물(가시 오일)이 두피 치료 시 사용되는데, 현대 연구에서 우엉 오일 추출물은 식물 스테롤과 필수지방산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엉은 최유제(Galactagogue)로 여겨 수유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물 연구에 따르면 자궁에 자극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임산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우엉 잎은 식물이 생산하는 락톤에 의해 개인에 따라 알레르기성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