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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안전전문가 정광량 회장에게 듣는다
지진 안전전문가 정광량 회장에게 듣는다
  • 송혜란
  • 승인 2016.12.19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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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과연 안전할까?
 

사건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요즈음,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지진’이었다. 지난 9월 경상북도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났다. 인근 지역인 부산과 울산, 창원은 물론 한반도 전체가 지진의 여파로 뒤흔들렸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수십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낳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여진에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언제 또 닥칠지 모를 지진에 우리 집은 과연 안전할까? 지진 안전전문가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회장을 만나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대명절인 추석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에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집안에서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던 이는 심하게 흔들리는 건물로 인해 극도의 공포에 시달렸다. 당장 대피하기 위해 옷가지를 주어 입으려고 해도 격한 흔들림에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웠다. 건물 밖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뛰쳐나온 사람들로 아우성이었다. 굉음을 듣고 부엌에서 빠져나온 어떤 이는 다리를 다쳐 119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당시 본진의 진동은 전국 대부분 지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고 한다. 지진 발생 직후에는 휴대폰을 비롯해 카카오톡 메신저와 일부 포털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지진 발생 이틀 뒤 정부는 부상자 23명이라는 발표를 냈고, 지붕과 담장, 차량이 파손되거나 건물에 균열이 가는가 하면 수도 배관도 파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경주 지역은 400회가 넘는 여진에 덜덜 떨며 괴로워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얼마나 지진에 안전한가일 터. 지진 발생 시 건물 대피 요령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 혼선이 오가고 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회장은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

고층보다 3층 이하 벽돌 건물이 더 위험하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1,000명에 육박하는 건축구조기술사들로 이뤄진 전문가 단체다. 건축물이 새로 만들어진 후 수명을 다해 철거될 때까지, 구조 안전에 대한 문제를 주로 처리하고 있다. 건물의 내진 설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다. 이 때문에 정광량 회장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지진 안전전문가로 손꼽힌다.
지난 경주 지진 때 유독 고층 건물이 많은 부산에서는 많은 사람이 좌우로 비틀거리는 집에서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었다. 이토록 큰 지진을 처음 느껴 본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계단을 통해 뛰어 내려가는 아찔한 모습도 연출되었다.
“지진이 일어난다고 해도 고층 건물이 붕괴될 위험은 적습니다. 흔들림은 더욱 강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유연함이 지진 에너지를 흡수해 화를 적게 받아요. 지진 하중이 덜하지요. 다소 불안하더라도 지진 발생 직후 건물에서 뛰어 내려올 필요는 없습니다. 집안이 더 안전해요. 다만 건물 안에 있는 마감재가 떨어질 수 있으니 찬장이나 책장, 가전제품이 없는 화장실로 대피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건물 지하에 있는 사람도 고층 사람들과 대피 요령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지하는 땅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붕괴될 염려가 없다. 물론 끝까지 한곳에 머물러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본진 때 잠시 대기하고 있다가 비교적 안전할 때 비상계단을 통해 천천히 내려오거나 올라오면 된다. 대피 시 지진으로 문이 변형될 수 있으므로 출입문은 꼭 열어 두도록 한다.
고층이나 지하보다는 3층 이하의 벽돌 건물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는 정 회장.
“벽돌 건물에는 철근이 들어가지 않아요. 고층 건물이 지진에 끄떡없는 이유도 연성이 있는 철심 때문입니다. 철이 연성이라면 벽돌집은 취성이지요. 유리와 같이 충격을 받으면 곧잘 깨져요. 경주 지진 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도 벽돌집이 모여 있는 동네였습니다.”
벽돌 건물은 물론 기역자나 니은자를 닮은 비정형 건물의 위험성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직사각형 건물의 경우 지진이 오면 좌우로 흔들리지만, 비정형 건물은 마치 꽈배기처럼 뒤틀릴 가능성이 크다. 스카이 브리지나 필로티 구조, 즉 1층이 주차장이고 2층 윗부분이 주거인 다세대주택 건물 역시 지진에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모양의 집에 사는 사람은 지진이 발생하면 즉시 건물 밖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건물이 붕괴돼 매몰될 수 있어요.”

경주 지진 피해가 적었던 이유

사실 지진 안전에 있어 건물보다는 지반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다. 규모 5.8의 강진에도 경주 지역 피해가 적었던 이유도 땅이 단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땅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지진이 와도 그나마 피해가 적은 겁니다. 지진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5.8 강진이 내리쳤는데, 이 정도면 피해가 큰 것도 아니지요. 만약 이 같은 지진이 일본에서 났다면 큰일 났을 거예요.”
경주 지역 땅도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반이 거의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한반도 땅은 어디를 가든 50~60m 속으로 내려가면 암반이 나온다고 한다. 지질학적으로 보아도 우리 땅은 굉장히 오랜 기간 축적돼 왔다.
“땅의 중요성은 엄청납니다. 옛날에 일본 고베 대지진 때도 매립지에 지은 건물은 다 넘어가고, 산이나 언덕에 있던 건물만 멀쩡했어요. 멕시코시티 대지진의 피해가 막심했던 것도 그 땅이 매립지였기 때문입니다. 타이완 지진이나 쓰촨성 지진 때도 보면 지진 이후에 산 하나가 사라질 정도로 땅이 취약했어요. 우리나라에서 매립지라고 하면 군산과 포항, 김해 정도겠지요.”

국내 내진 설계율 30%
이마저도 안 지키는 건물이 태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의 내진설계 여부이다. 1988년 처음 도입된 우리나라 건물의 내진 설계율은 30%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러나 설계대로 지어진 건물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내진 설계의 상당 부분은 철근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데 이를 확인할  방법은 현재 아무것도 없다. 다 지어진 건물의 구조체를 어떻게 점검할 수 있겠는가. 결국 공사 당시 현장에서 내진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그 부분은 계속 검토하는 방법밖에 없다. 공사를 단계별로 나누어 설계도대로 잘 지어지고 있는지 완료 사인을 받아야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인을 못 받으면 다시 고치고 콘크리트를 부어야 한다. 1940년대 일본에서 들어온 건축법이 관습화된 한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시스템이 법제화되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데도 말이다.
“한반도 지진이 이슈가 될 때마다 내진 설계 강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숫자 바꾸기에 지나지 않아요.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 않고서 당장 가시화할 수 있는 숫자에만 연연하는 셈이지요. 내진 설계가 아무리 잘돼 봤자 그대로 건물이 지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요. 일각에서는 이를 밥그릇 싸움의 시각으로 보지만, 국민의 안전이 달린 아주 중대한 문제입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다 그렇게 하고 있고요. 해외에서 일을 많이 수주하려면 그러한 시스템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겠지요.”

고베 지진에서 배워야 할 것들

가장 이상적으로 그는 1995년 1월 일본에서 발생한 고베 대지진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일본보다 훨씬 더 도시 중심적인 사회다.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난 지역은 많지만, 그중 고베가 유일한 대도시다. 이후 일본이 어떻게 변해 갔는지를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다. 특히 고베에서는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돼 죽은 사람은 17%, 나머지는 모두 건물 마감재가 탈락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죽어도 즉사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구호가 늦어서 운명을 달리했다. 이제는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지진에 지능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광량 회장.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병원이나 소방서, 경찰서, 구청 등 구호하는 역할을 하는 건물들의 내진 설계 강도를 최고로 높여야 한다. 재난 안전 방송을 하는 방송국의 내진 설계 역시 매한가지다.
“고베 지진 때도 소방 헬기들이 떠야 하는데 헬기 창고가 무너져 난항을 겪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주 구호 도로, 메인 도로 인근에 있는 건물은 절대 무너지면 안 되겠지요. 똑같은 서울에 있는 건물이라도 구호 건물은 특1, 구호 메인 도로에 위치한 건물은 특2, 그 건물 뒤에 있는 아파트는 특3, 이렇게 내진 설계 강도에도 차별을 둬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쩌면 경주 지진은 신라시대 조상들이 현대 우리에게 노티스를 주려는 하나의 징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가 지진에 대해 너무 안일했던 거지요. 이를 계기로 안전 시스템도 재정비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일본은 내진 시스템이 잘 돼 있어도 고베 지진 때 몇 만 명이 죽었잖아요.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의 피해는 더 무수할 겁니다. 저 또한 지진 안전 선진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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