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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원작 웹소설가 윤이수
<구르미 그린 달빛> 원작 웹소설가 윤이수
  • 송혜란
  • 승인 2016.12.20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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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작가로 같은 길 걷는 남편이 든든한 지원군”
 

츤데레 왕세자 이영과 남장 내시 홍라온의 예측불허 궁중위장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여심을 저격하는 숱한 명대사를 남긴 드라마는 아쉽게도 이별을 고했다. 석 달 가까이 뭇 여성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드라마의 원작인 웹소설 역시 최고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로맨스 사극계의 한 획을 그었는데…. 드라마는 끝났지만 원작자 윤이수 작가의 집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사 3부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녀를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자료 사진 KBS 제공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날이었다. 황색으로 물든 단풍나무 사이로 등장한 윤이수 작가에게서 특유의 발랄함이 가득 묻어났다. 가히 로맨스 소설 작가다운 면모다. 드라마는 소설과 다른 영역인지라 가끔 밥차나 커피차를 보내 응원만 했을 뿐 본인 또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았다는 윤이수 작가. 드라마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꽤 두터웠다.
“제 소설이 원작이라고 해도 드라마는 각본가나 감독의 각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같은 평행 상에 있는 또 다른 작품이죠. 원작과 다르게 흘러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저도 시청자가 되어 상당히 재미있게 봤어요. 무엇보다 소설 캐릭터에 맞게 배우 캐스팅이 매우 잘 된 것 같아요. 박보검 씨의 처연한 연기도 아주 훌륭했고, 김유정 씨는 정말 예뻤어요. 머릿속에만 있던 친구들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 무척 신기했지요.”

스타 작가의 사무치는 글 사랑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인기를 실감할 만도 한데 글을 쓰느라 집밖에 잘 안 나간다는 그녀는 아직도 어리둥절해 했다. 그도 그러한 것이 그녀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훨씬 전부터 웹소설계의 스타 작가로 통했다. 조선시대 효명세자를 주인공으로 한 <구르미 그린 달빛>을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해 누적 조회 수 5천만 회를 넘겼으며, 이어 집필한 최신작 <해시의 신루>는 세종 시대 권력의 암투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로 전작의 누적 조회 수를 경신했을 뿐 아니라 평점 9.98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찾아온 산후우울증도 소설을 쓰며 이겨냈을 정도로 글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애틋하다.
“산후우울증은 정말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더군요. 호르몬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니까 저도 모르게 감정 기복이 심해졌어요. 출산하고 50일쯤 되니까 제 자신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더라고요. 나는 아이한테 밥 주는 기계인가? 고립감에 빠졌을 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남편 모르게 조금씩 쓴 소설이 <구르미 그린 달빛>이었어요."
사실 결혼도, 아이도 싫다는 남편을 어렵게 설득해 얻은 그녀는 출산 후 만 2년은 오직 육아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간절히 원했던 아이였기에 자신 있게 약속했지만 꿈틀꿈틀 올라오는 글쟁이의 본능을 어찌할 수 없었다.
“처음엔 육아에만 신경 썼는데 8개월째부터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동료 작가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나만 웅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남편이 일하러 가면 몰래 애 업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두 달 만에 들켜버렸지 뭐예요. 남편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며 정 하고 싶으면 숨어서 하지 말고 당당히 하라고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한번 글쓰기에 집중하면 그 세계가 너무 좋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윤이수 작가. 한 번은 아픈 아이를 두고 내리 9시간 글에만 몰두한 탓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애는 다행히 약해 취해 고이 자고 있었어요. 저는 모성애보다 자기애가 더 강한가 봐요. 글 쓰느라 아픈 애까지 까마득히 잊어버리다니…. 남편은 제가 마치 무당 같대요. 한번 글쓰기 시작하면 신들린 것 같다나요. 그래도 저는 참 복 받은 케이스죠. 제가 글 쓰는 시간만큼은 남편도, 아이도 절대 터치하지 않아요. 모두 제게 과분한 사람들 같아요.”

역사 속 인물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글 안에는 도대체 어떤 세계가 자리해 있기에 그녀가 이토록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구르미 그린 달빛>부터 <해시의 신루>까지 그간 그녀가 쓴 작품은 모두 역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이다. 특히 이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어릴 적 역사라는 주제가 참 재밌었어요. 결혼 전에 외국을 많이 다녔는데, 자기 나라 역사에 무지한 사람들이 상당하더군요. 대개 식민지 체제 하에 있었던 나라 사람들이 그래요. 왜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라면만 봐도 반가웠죠. 태극기를 마주치면 뭉클하고요.”
불현듯 조상들의 위대한 업적에도 관심이 간 그녀는 우리가 한글 창제와 독립 국가라는 점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다. 이윽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역사 속 인물을 소재로 끄집어내 그들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호기심에 펜을 들었다.
“왕세자의 경우 업적은 있지만 사랑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잖아요. 역사적 사실을 큰 뼈대로 해 그 안에 제 상상의 여지를 넣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세계 곳곳을 떠돌다

물론 걸작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그녀는 일찍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많은 이들을 만났다.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성적에 맞춰 대학가고,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꾸역꾸역 살았다고 해야 할까요.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때 세상 밖으로 뛰쳐나갔죠. 한 10년간 관광지보다 실제 동네에서 한두 달 머물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지고 볶고 살았어요. 결국 제 고민에 대한 답은 글이었지만, 그때 쏟은 시간이 결코 아깝진 않습니다. 사람 구경을 많이 한 덕에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 소설 캐릭터도 많이 따왔다는 윤이수 작가. 세계 여행을 통해 내공을 꽤 탄탄히 쌓은 셈이다. 영감은 주로 궁에서 얻었다.
“또 제가 궁에 놀러 가는 걸 무지 좋아해요. 경복궁은 딱딱하니까 주로 창덕궁에 가죠. 하루 종일 툇마루에 앉아 있기도 하고, 쓸데없이 해설하시는 분을 졸졸졸 따라다니기도 해요. 이제 막 일곱 살 된 아들 손잡고 후원 산책하는 것도 제가 가진 취미 중의 하나입니다.”
후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특히 창덕궁에 있는 후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궁,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후원, 그 장소가 제게 많은 영감을 줘요. 박물관도 주로 가는데요. 효연 세자 캐릭터를 만들 때도 반쪽 자리 어진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어떻게 생긴 세자였을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 예술적으로 조예도 깊었다는데, 효연 세자는 음악으로 국가의 기강을 세운 이가 아니던가! 궁금증이 꼬리의 꼬리를 물며 발전하는 거죠.”
그녀의 기발한 발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섬세한 묘사, 운율감 넘치는 문체

웹소설가로 치열한 삶을 사는 작가 윤이수. 그녀는 기발한 발상은 물론 섬세한 묘사, 운율감 넘치는 문체를 구현해 아름답고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를 탄생시킨다는 호평을 종종 받는다. 인터뷰 내내 기자의 표정, 입 모양, 말투, 손짓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듯한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은 섬세한 묘사력이 어떻게 나오는지 또 한 번 증명해주었다.
“제가 사람 구경하는 거 즐긴다고 했잖아요.(웃음) 운율감 넘치는 문체는 아마 제가 시를  좋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같은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과도 서로 많은 영감을 주고받는다는 그녀는 남편을 향한 존경어린 마음도 내비쳤다.
“남편은 엽사라는 필명으로 판타지 소설을 쓰는 웹 작가예요. 처음엔 저도 웬 판타지인가 했는데, 그 사람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는지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성경책은 물론 신화책, 역사책을 다 섭렵하더랍니다. 사회, 경제, 역사 모르는 분야가 없을 정도예요. 참 배울 게 많은 친구예요.”
남편 복까지 더해져 드라마 쓰듯 피드백이 빨리빨리 올라오는 웹소설의 매력에 푸욱 빠져있는 윤이수 작가. 그녀는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해시의 신루>까지 조선사 3부작 중 2부는 모두 탈고한 상태다. 다음 작품도 조선시대 왕세자 이야기일 것이라는 그녀는 회마다 퍼즐 맞추듯 주인공이 누구인지 조금씩 공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치 소설가와 독자들만의 놀이처럼! 그녀의 남은 조선사 완결편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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