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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이 위로하는 마음 치유
혜민 스님이 위로하는 마음 치유
  • 송혜란
  • 승인 2016.12.21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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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벗어나 행복으로 가는 법
 

따뜻한 말씨와 포근한 감성으로 삶의 깨달음을 전하는 혜민 스님. 하버드대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를 지낸 스님은 지난해 미국 생활을 모두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했다. 혜민 스님을 만나기 위해 김포 아트홀에서 열린 마음치유 콘서트 현장(보현선행회 주최)을 찾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최근에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어요. 병실에서 혈압을 체크하고 있는데, 밖에 있는 어떤 분이 저 안에 혜민 스님이 있다고 막 떠들더래요. 무슨 소린가 가만히 들어 봤지요. 스님이 병실에 있다며 제가 있는 곳이 중환자실이라더군요.(웃음)”
가벼운 농담으로 콘서트의 포문을 연 혜민 스님.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심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해 봄, 혜민 스님은 서울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해 다양한 심리 치유 활동을 하고 있다.

적당한 책임

2년 가까이 마음치유학교 교장을 지낸 스님은 크게 두 종류의 사람에게서 심리 치유가 다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루는 독일에서 온 한 친구가 스님을 찾았다. 한국에서 산 지 5년이 넘은 그는 스님의 친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스님을 만날 때마다 늘 한국에서 사는 게 너무 싫다고 털어놓곤 했다.
“그래서 한번 물어봤어요. 왜 그러느냐고요. 한국 회사에서 위계질서를 너무 따지는 게 힘이 들더래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항상 어떤 대학을 나왔고, 고향은 어딘지를 묻더랍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도 윗선에서 다 잘리고요. 그렇다면 자신은 이 회사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아닌가 고민이 많았나 봅니다.”
이러한 그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이는 없을 터. 사실 그 친구는 원래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가고 싶어 했다. 일본 대학에서는 장학금을 받지 못해 차선책으로 한국에 온 것이다. 원체 매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하는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었다. 반면 일본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그런 그에게 스님은 일본에 가서 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그가 또 일본 생활은 한국보다 더 힘들다며 진저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그 친구가 일본에 있는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대요. 그런데 막상 가서 살아 보니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갑갑했다지 뭡니까. 한국 사람은 싫으면 싫다고 감정을 다 드러내는데, 일본 사람은 전혀 표가 안 나더래요. 우리나라도 싫고 일본도 싫다면, 결국 전 그 친구에게 너희 나라 독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또 하는 말이 5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돼 버려 더는 독일에서도 못 살겠더랍니다. 하하.”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스님은 단연 의구심이 들었다. 그가 지금 힘든 이유는 어느 나라에서 사느냐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문제였다. 따져 보면 한국에서 살기로 한 것 또한 그 자신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니 문제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본인이 이렇게 불행한 것은 모두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성격장애’라고 표현한다. 심리 치유가 다급한 첫 번째 유형의 사람이다.
“현재 자신이 힘든 이유를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하지요. 그렇게 되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모두 다른 사람이 자기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 줘야 합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큰 회사에서 외국인 한 명을 위해 사내 문화를 바꿀 수는 없지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바깥에서 찾으려는 사람은 오랫동안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달리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이도 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는 것이다. 혜민 스님도 강연이나 법문을 위해 대중 앞에 설 때 반응이 안 좋으면 늘 자신 때문인 것만 같아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은 것은, 강연이 잘 안 되는 이유가 꼭 자신 잘못은 아니라는 점이다. 강연장 시설이 열악해 스피커가 안 좋았거나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끌려온 사람이 많은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4급 공무원 이상쯤 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저는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표정이 늘 그대로더군요. 그때도 저는 제가 말을 잘 못 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내로라하는 인기 강연자 김정운 교수에게 털어놓으니 그곳은 모든 강연자의 무덤 같은 곳이라더군요.(웃음)”
이처럼 자기 잘못이 아님에도 모든 것이 본인 때문이라고 뒤집어쓰는 사람을 우리는 ‘신경증 환자’라고 부른다. 심리 치유가 다급한 두 번째 유형의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염려하는 특성이 있다. 평가에 예민해 늘 착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어도 꾹꾹 참고, 최대한 남에게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잊지 말자. 우리에게는 적당한 책임만 있을 뿐이다. 너무 책임을 안 지려고 해도 문제고, 자기 잘못이 아닌 것까지 덤터기 쓰려고 하는 것도 위험하다.
성격장애나 신경증은 어릴 적 트라우마와도 관계가 깊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아버지가 일요일에 놀이동산에 가자고 약속했다고 해 보자. 아이는 일요일만 오기를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이와의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일요일 아침 다른 곳에 가 버린다면…. 더욱이 그러한 일이 자꾸 반복되면 아이는 더 이상 아버지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불행한 것은 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자꾸 밖에서 찾게 되는 성격장애가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또는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치자. 아이는 본인이 좀 더 착했으면 엄마, 아빠가 이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혼은 부부의 문제인데, 모두 자기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다. 이게 심화하면 신경증 환자가 된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이러한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렇다고 ‘혜민 스님이 그러는데 너 성격장애래, 신경증 환자래!’ 이러지 마시고, 이들이 지닌 어릴 적 아픔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셨으면 합니다.”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현재 주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 수용하지 못하고, 늘 저항하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혜민 스님.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입니다.”
스님은 부산에서 강연하다 만난 한 여성의 사연을 육성으로 들려주었다.
“스님~, 우리 아버지가요, 부산 사람이라서 집에 오면 말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서울에 있는 상냥한 남편 만나 집에서 대화의 꽃을 피우려고 했는데요. 진짜 그 남자를 만났지 뭐예요. 그런데 저한테만 상냥한 게 아니라 온 여자한테 상냥합니다.(울상)”
어떤 사람의 장점도 달리 보면 단점,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혜민 스님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가난했다. 그러다 보니 베풂이 약했다. 스님은 그런 아버지를 존경할 마음이 전혀 안 들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승려가 되기로 마음먹고 은사 선생님을 뵀는데, 딱 자신이 원하는 아버지상이었다고. 곳곳에서 선물이 들어오면 아래 스님에게 다 나눠 주고, 외식해도 항상 은사님이 다 계산했다. 드디어 원하는 은사님을 만났다며 좋아한 스님은 우연히 은사님의 신용카드 사용명세서를 봤는데, 빚이 엄청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입니다. 사실 부산 남자도 말은 투박하게 해도 속정이 깊잖아요. 저희 아버지도 다른 사람에게는 못 베풀었어도 우리 어머니나 저한테는 굉장히 잘했어요.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 본인이 받아들이지 못해 힘든 부분도 달리 보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우울하세요?”
갑자기 콘서트장에서는 옆에 앉은 사람들의 손바닥을 치며 퐁당퐁당 놀이를 하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뜬금없는 이 놀이에서도 삶의 중요한 의미를 되짚는 혜민 스님.
“행복은 이처럼 ‘연결감’을 느낄 때 옵니다. 현대인은 이러한 연결감을 잃고 고독해지며, 우울해져요. 연결감의 회복이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잠시 스님의 이야기가 휴식의 시간을 갖고, 마음치유학교의 동영상이 잔잔하게 울려 펴졌다.
‘오늘도 많이 힘드셨죠. 힘들었던 내 몸을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보세요.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고,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고. 숨이 깊어질수록 몸이 편해지고 마음도 따라서 편안해져요. 마음이 편안해지면 세상도 또한 평온해 보입니다. 이처럼 숨만 들여다봐도 몸과 마음과 세상이 숨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는 홀로 떨어진 외로운 섬이 아닙니다.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숨. 혜민 스님은 이 숨을 감정 조절에 활용했다. 우리가 감정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지만, 감정과 한통인 몸, 숨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
“요즘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버럭버럭 난다는 분들이 많아요.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나 봐요. 그럴 때 숨을 한번 쉬어 봅시다.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할 땐 숨을 편안하고 깊게 쉬어요. 반대로 마음이 거칠고 불안하면 거칠고 불안하게 쉽니다. 자신이 감정을 제어할 수 없다면 숨을 컨트롤하면 돼요.”

참된 나란 무엇인가

혜민 스님의 마음치유 콘서트는 점점 더 정점을 향해 달려갔다. 유독 불자들이 많이 모인 이번 강연에서는 더욱 심오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우리가 열심히 수행하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진정한 나, 참된 나를 찾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다면 임시적인 내가 아니라, 참된 나란 무엇일까?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참 나와 임시적인 나를 가려내야 한다. 진짜 참된 나라면 관찰이 되면 안 된다. 관찰된다는 것은 대상이지 자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관찰이 되나요? 되지요. 눈으로 손, 발, 몸통 다 볼 수 있지요. 거울 앞에서도 관찰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몸이지, 참된 내가 아니에요.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도 관찰이 되지요. 생각도 내가 아닙니다. 정말 생각이 나고, 몸이 나라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지요. 나이 먹는 것, 숨 쉬는 것, 잠드는 것 다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감정 또한 관찰이 가능하니 내가 아니지요.”
마치 수수께끼와 같은 참된 나 찾기 과정. 생각도, 느낌도, 몸도 모두 내가 아니라면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멍 때리는 것? 관찰이 안 되지만 그 안에는 내용이 없다. 텅 빈 상태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깨어 있을 수 있는데…. 부처의 모든 경전에서 우리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미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내 안에 부처 성품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이미 갖춘 그것은 또 무엇일까?
“저도 이것을 깨닫는 데 무려 20년이나 걸렸어요. 부처는 다른 게 아니고 ‘앎’입니다. 무엇인가를 알다. 앎은 이미 처음부터 존재했어요. 없었던 것이 새로 생긴 게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앎은 늘 저절로 일어났지요. 단지 모양이 없었을 뿐이에요. 내 머리에 있는 내가 아는 것이 아니라, 텅 비어 있는 그것이 아는 거니까요. 앎은 내 머리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앎은 몸 안과 밖 구분 없이 하나로 관통돼요. 그것이 부처입니다.”
어떤 스님이 수행하다 밖에서 기왓장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는 말이 있다. 길 가다 종소리를 듣고 깨달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앞서 이야기했던 텅 빈 채로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무념의 상태에 들어갔다가 어떤 소리가 뽁 하고 나오는 겁니다. 아무것도 없는 이놈이 살아서 만들어 낸 게 소리라는 것을 그때 알아차린 거죠. 고요한 상태에서 소리를 내 보세요. 그 소리가 어디서 나올까요? 텅 비어 있는 그것에게서 나옵니다. 침묵이 만들어 낸 거예요. 결론적으로 이 앎이라는 것은 모양이 없지만 우주의 삼라만상을 다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깊은 상념에 빠진 가운데, 스님이 따뜻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명상의 시간을 선사했다. 15분 후 조심스레 마지막 인사를 전한 혜민 스님. 
“오늘부터 길을 걷다 몸이 불편해 보이거나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잘되기를 염원해 주세요. 그러면 내가 먼저 행복해집니다. 외로운 섬이 아니라, 삼라만상 다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혜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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