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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주철환 대표, 더다이즘 문화 사회 꿈꾼다
서울문화재단 주철환 대표, 더다이즘 문화 사회 꿈꾼다
  • 송혜란
  • 승인 2016.12.2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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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에 새로운 대표가 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주철환 교수. 국어교사를 비롯해 예능 PD, 대학 교수, OBS방송 사장까지 대중문화 전문가인 그에게 서울문화재단 대표직은 딱 맞춤옷 같았다. 무엇보다 젊은이들과 함께할 생각에 잔뜩 들떠있는 주철환 대표.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청춘이라 불리는 그를 서울문화재단 사옥에서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유쾌, 통쾌하다. 밝은 기운이 온몸에 맴돈다. 늘 새롭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그 영혼은 자유로우리라. 주철환 대표를 만나자마자 든 생각이다. 서울문화재단을 어떻게 꾸려갈지, 설렘으로 가득한 그는 어쩌면 일찍이 이 자리에 맞게 재단되어 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창작활동 지원, 예술교육, 생활 속 문화·향수 기회확대라는 총 세 가지 사업을 큰 축으로 한다. 축제 기획·총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했던 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요. 방송국에서 PD생활을 하면서 연말 가요제 등을 수도 없이 진행해봤고, 중·고등학교 교사나 대학 교수 경력도 예술교육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책도 15권이나 냈고, 음반도 출시했으니 어떻게 보면 저도 생활 예술가입니다. 제 나이 60대인데 20대와 대화도 곧잘 통하잖아요. 여러 점으로 봤을 때 서울시에서 저를 적임자로 판단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주철환 대표는 소통의 대가다. 특히 젊은이와 있을 때 그의 소통 능력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부터 가싶남(가지고 싶을 만큼 매력 있는 남자),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까지 그들의 언어 세계도 모두 간파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의 행정직이 처음인 그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적지 않다. 박원순 시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문제 삼기 일쑤다. 그러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공개모집을 통해 임원추천위원회, 면접 등 여러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선정되고 있다. 시장이 제멋대로 임명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그는 OBS 경인 TV 사장을 역임하지 않았던가. MBC, JTBC PD 직 역시 절대 행정 일과 무관하지 않다.
“행정이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기 위해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후 그들에게 보상해 주는 일이잖아요. 행정 마인드가 없으면 애초 PD를 할 수 없지요. 예를 들어 <무한도전>이 이번 주에 홍콩에서 대작전을 펼치기로 했다고 칩시다.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홍콩 관광청에 협조 요청을 합니다. 우리가 홍콩에 한번 갔다 오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홍콩 여행을 갈 거라고 설득하지요. 이러한 효율적인 행정도 모두 PD의 업무예요.”

주철환에게 문화란

공평하고 정정당당하게 얻은 자리인 만큼 그의 경영 의지는 꽤 공고하다. 이는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실린 그의 대표 인사말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 제일 먼저 그에게 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문화가 무엇이냐는 것은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같기 때문이지요. 문화는 즉 삶입니다. 밥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에게 밥은 생계, 나와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체, 또 전쟁일 수도 있지요. 자신이 처한 처지에 따라 밥도 다르게 보이듯 문화 또한 누군가에게는 여유, 삶 자체일 수 있어요.”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 문화. 특히 그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리마인드시켜 주는 것이  문화라고 강조했다. 결국 문화란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언제나 축복받을 일이다. 그러나 학교와 방송사를 오가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을 자주 만났다는 그는 우리가 삶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요. 문화는 인간과 인간이 서로 유대관계를 맺고, 경쟁하기보다 공존, 공생하게 해주지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문화예요. 요즘은 잘못된 문화가 더욱 많아졌습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단결보다 충성을 더 강조하는 군사문화부터 직급이 낮은 부하 직원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계급, 직장문화까지…. 그래서 저는 서울문화재단을 시민들이 우리네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문화를 통해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문화로 누리는 더다이즘

주철환 대표 역시 시청률의 노예로 살던 때가 있었다. 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답을 그는 어떻게 찾았을까?  
“내가 왜 이토록 머리 아프게 경쟁해야 하는가 고민을 많이 했지요. 생각해 보니 시청자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였어요. 그러다 제가 너무 불행해진 거죠. 넌센스더라고요. 내 행복이 넘쳐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는 게 분명 좋은 문화일 겁니다. 내가 불행한데 남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그가 다시 물었다. 시간당 겨우 6천원 받고 6만 원짜리 음식을 서빙 하는 알바생은 결코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수 없을 터. 우울한 표정으로 서빙 하는 직원의 음식을 받아먹는 손님도 행복할 리 만무하다. 이에 그는 초현실주의를 추구하는 예술운동인 ‘다다이즘’을 패러디해 ‘더다이즘’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냈다.
“어느 날부턴가 혼자 더 잘살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 함께 다 잘사는 것이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저는 더다이즘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아야 행복해진다는 말은 아니에요.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는 없지요. 문화가 답입니다. 어떤 사람은 문화 혜택을 굉장히 많이 누리는데 자신은 기계처럼 일만 한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잖아요.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풀뿌리문화주의 실현할 것

‘더’가 불꽃 같은 경쟁이라면 ‘다’는 풀꽃 같은 공생이라고 말하는 주철환 대표. 그는 시민 모두가 생활문화의 주역이 되는 풀뿌리문화주의를 제안했다. 도심 속에 자리한 쪽방촌 등 문화에서 소외된 사람들까지 그 혜택을 누리게 함과 동시에 그들을 직접 예술 창작활동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풀뿌리문화주의를 어떻게 실현할지, 방법론은 앞으로 그가 계속 고민해야 할 큰 과제다. 청사진은 대략적으로 그려놓은 상태다.
“서울시에 1000명의 문화 PD를 양성해보려고 해요.”
그들을 도시 곳곳에 배치해 문화가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하고, 각 지역 PD가 구역 내 사람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독려하는 시스템이다. 서울문화재단이 문화 컨트롤타워가 되는 셈이다.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이를테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 옛적 이야기를 녹취해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나누어주는 방법이 있어요. 나중에는 그 책을 원작으로 한 공연을 제작해 실제 주인공을 초대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누구나 생활문화의 주역이 되는 겁니다. 문화에서는 다양성이 아주 중요한 키워드예요. 타인의 취향을 배려하는 선에서 이를 어떻게 확산할지는 연구를 많이 해야겠지요.”

히트곡 하나만 내고 싶다

풀뿌리문화주의는 어디까지나 그가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끌고 갈 장기적인 목표다. 기본적으로는 예술에 뛰어난 재능과 열정이 있음에도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응원, 지원, 후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리고 또 하나,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을 원한다.
“솔직히 제가 가진 목표가 100가지라고 해도 그 중 한 가지만 확실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레퍼토리가 많은 것도 좋지만 히트곡 하나는 꼭 내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아시아 대표축제가 됐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아직 실감은 안 나죠.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 잡은 부산국제영화제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누구나 인정할 만한 아주 획기적인 게 필요해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핸드폰에 메모해두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올바른 자녀 교육법

인터뷰가 한 시간 남짓 이어졌지만 전혀 지친 내색 없는 주철환 대표. 문화가 불꽃이라면 교육은 풀꽃이라고 했던 그의 남다른 교육 신념도 궁금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인데, 우린 또 너무 법대로 사는 것 같아요. 그게 꼭 행복한 세상은 아닌데도 말이지요. 실은 법이 없어도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릴 적 가정교육이 중요해요. 서글프게도 우리는 어린 아이에게조차 반에서 1등 하라며 경쟁을 부추깁니다. 모두가 1등을 할 수 없으니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항상 우울할 수밖에요.”
그는 성적에 너무 얽매이는 사회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성적을 뒤집으면 적성입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거기에 열정을 쏟아 붓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해요. 요즘은 마치 피겨선수인 김연아에게 수영을 시키고선 1등 못한다고 나무라는 세태예요. 자녀보다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한 거지요.”
이렇게 말하는 그를 보고 혹자는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며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러한 것이 그의 아들은 현재 연세대 의과대학을 거쳐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다.
“누군가 저보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자기 아들은 세속적으로 키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그러나 제 아들은 굉장히 의사가 되고 싶어 했던 애예요. 본인이 직접 선택한 삶입니다. 평소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요. 애가 음악을 좋아해서 가수가 될 뻔한 적도 있어요. 재능도 있었죠. 그래도 굳이 의사가 되겠다는데 저는 그저 박수 쳐주며 응원만 해줬습니다.”

영원한 청춘

그는 서울문화재단 대표 자리가 매우 적성에 맞는 사람이다. 이곳에 온 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리운 전임자가 되기를 꿈꾼다는 영원한 청춘이다. 그가 항상 젊음을 잃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호기심이죠.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늘 설레요. 또, 새로운 일을 하며 행복감을 느끼고요. 안정적인 것보다 약간 불안정해도 모험적인 것을 더 즐기는 편입니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거워하고요.”
마지막으로 그의 처남인 손석희 앵커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다소 예민한 질문에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한데 그는 장난스럽게 넘기며 처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손석희 씨와는 비슷한 점이 참 많지만 서로 갈 길은 달라요. 그가 언론인, 저널리스트라면 저는 엔터테이너, 아티스트이지요. 그에겐 시비지심을 가리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저에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대화는 무지 잘 통해요. 손석희 씨가 TV에서 볼 땐 딱딱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무척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랍니다.”

결코 시간이 멈추어질 순 없다 yo~!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인터뷰 막바지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 가사를 읊는 주철환 대표. 그는 확실히 생활 자체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아티스트였다. 향후 그가 만들 더다이즘 문화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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