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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법 강사, 오창균 좋은이웃 농장장
자연농법 강사, 오창균 좋은이웃 농장장
  • 송혜란
  • 승인 2016.12.2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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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건강해야 작물도 잘 자랍니다”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 끝나는 삶은 무의미하잖아요. 소비만 해야 하는 도심 속 삶은 더욱 그렇고요.” 잘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생을 선택한 오창균 씨. 10년 전부터 귀농을 꿈꿨던 그는 현재 1만평 규모의 땅을 일구는 농장장이 되었다. 텃밭 농작 경험까지 보태면 어느덧 15년 차 농부! 무엇이 그를 행복한 농사꾼의 길로 이끌었을까, 그 궁금증에 경기도 시흥에 있는 좋은이웃농장을 찾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수인선과 4호선의 환승지인 오이도역 뒤는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선 시흥의 번화가와 달리 드넓은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다. 역 뒷길에 자리한 언덕을 타고 농장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 같았다. 그 끝자락에서 흙 묻은 장화를 신고 호탕한 웃음을 짓는 오창균 농장장을 만날 수 있었다.

자급자족하는 삶

젊은 시절 컴퓨터 전산 일을 했던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환점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라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며 노동 강도도 강해지자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 끝나는 삶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했다. 서른 초반쯤에는 컴퓨터 튜닝 사업을 시작해 승승장구했지만 무언가 심적 결핍을 느낀 그는 친구들과 같은 고민을 나누다 뜻밖에 답을 찾았다.
“IT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10년 후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봤어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외려 몸으로 하는 기술을 배워야겠다 싶었죠. 고민이 꼬리의 꼬리를 물다 자연스럽게 농사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소비만 하는 삶에도 지쳤고…. 그때부터 자급자족하며 사는 귀농을 꿈꿨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의 아내가 흔쾌히 허락해 줄 리 없었다. 아내는 잠시라도 그를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그의 꿈을 10년 후로 미뤘다. 한창 신혼이었기에 아내를 믿고 10년이 오기만을 기다린 그는 기어코 하던 일을 모두 접고 도시농업네트워크를 찾아가 실질적인 농사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훗날엔 인천도시농업네크워크에서 직접 농사를 주제로 한 강의까지 하게 된 그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요즘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전혀 없어요. 돈벌이로는 크게 성이 차지 않는 농사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일하고 싶을 땐 일 하고, 놀고 싶을 땐 놀아요. 조용한 시골에서 항상 흙을 밟고 있다는 것도 좋고요. 흙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지거든요.”

기다림의 미학

가드닝, 조경 관련 잡지사와 신문사에 칼럼도 기고하고 있는 오창균 농장장. 시골에서 글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업은 농부이지만, 지방을 순회하며 농사에 대해 교육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그의 강의 주제는 단연 유기농을 기본으로 한 자연농법! 일본 미디어에서도 현지까지 취재 올 정도로 그의 자연농법은 널리 모범이 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까지 멀리하며 농사를 짓는 진정한 자연 농사꾼에 대한 농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저는 비닐도 사용하지 않아요. 비닐을 쓰면 풀도 안 자라고 작물도 잘 크지 못하거든요. 벌레도 다 죽을까 봐 친환경 농약도 일체 안 써요.”
친환경 농약까지 쓰지 않다니…. 그것도 벌레가 다 죽을까 봐? 기존 농사꾼은 물론 농사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그의 말에 쉽게 수긍할 수는 없을 터.
“풀도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도에 한해 최소한으로 뽑고, 되도록 벌레도 잡지 않아요. 풀이 있어야 벌레의 먹을거리가 풀 쪽으로 분산이 되거든요. 벌레도 저마다 상위 포식자가 있어 개체 수도 자연스럽게 조절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일반 농민에게 하면 잘 안 믿지요. 벌레를 보면 되레 겁부터 먹어요. 그러나 벌레는 작물이 죽을 만큼 뜯어먹지 않습니다. 조금 먹고 마는데, 그걸 못 기다리는 거예요. 농사에도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의 자연농법에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번은 배추 수확 철이 왔을 때 속이 차지 않아 ‘역시 이 농사법은 아닌가?’ 고심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한 거지?’, ‘무엇이 문제일까?’ 나름대로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는 흙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
“토마토를 키울 때 필요에 따라 물만 주고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잘 컸어요. 꼭 없애야 하는 풀을 뽑을 때면 밭 밖에 버리지 않고 고랑에 고스란히 두었습니다. 우선 땅이 건강해졌어요. 흙이 건강하면 작물은 잘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깨닫는데 참 오래 걸렸지요. 사실 그전에 저도 친환경 농약은 썼었거든요. 나중에는 그것조차 마음이 불편해지는 때가 오더랍니다.”
결국, 자연농법이란 자연 상태 그대로 농사짓는 법을 말한다. 땅속에도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여러 가지 미생물, 땅강아지, 벌레가 같이 살 수 있는 흙이 있어야 좋은 땅이다. 흙이 건강하면 병충해가 자랄 틈도 없다. 그 속에서 자란 작물에 진드기가 생길 리도 만무하다.
“화학비료에 병든 땅이 자연농법으로 다시 건강을 되찾는 데는 보통 3년이 걸려요. 한번 도전해보세요. 건강한 땅에서 자란 건강한 채소를 먹으면 우리 모두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적막한 시골의 밤하늘에 뜬 별을 보다 잠드는 게 요즘 낙이라는 오창균 농장장. 영양 가득한 그의 채소를 한번 맛본 이들로 인해 수확 철이 되기도 전에 농작물이 모두 완판 되는 소소한 행복에 젖어 있는 그는, 천생 자연 농사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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