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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우유’라 불린 사랑의 묘약, 굴
‘바다의 우유’라 불린 사랑의 묘약, 굴
  • 유화미
  • 승인 2016.12.27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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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 그런 카사노바가 매일매일 잊지 않고 챙겨 먹었다는 음식, 굴.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굴을 대표적인 사랑의 음식으로 여겨왔다. 굴 속에는 요오드, 인, 아연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굴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유화미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촬영협조 노량진수산물현대화시장

돌에 핀 꽃 석화(石花)

굴을 부르는 이름은 꽤 다양하다. 모려, 굴조개, 석굴 등으로 불리며 그 중에서도 석화라는 이름이 인상 깊다. 돌 석(石)자에 꽃 화(花)자를 사용하는 석화는 굴이 마치 돌에 핀 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굴은 보통 바위 등에 딱 달라붙어 서식한다.
굴은 신기하게도 껍데기가 둘인 이매패다. 이매는 두장, 패는 조개를 뜻한다. 두 장의 껍데기 중 왼쪽 껍데기는 바위 등의 암석에 딱 달라붙고 오른쪽 껍데기는 호흡과 먹이를 얻기 위해 여닫이를 한다. 바위에 붙은 굴을 따면 암석에 달라붙어 있던 왼쪽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데 그 색이 무척이나 새하얘 마치 바위에 꽃이 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위에 핀 꽃, 석화다.
껍데기 표면은 날카롭고 꺼칠꺼칠하며, 성장 년 수를 알 수 있는 성장맥도 발달해 있다. 굴은 처음엔 수컷이었다가 암컷으로 변하는 교대성 자웅동체 생물이다. 굴은 태어나면 모두 수컷이었다가 2~3년이 지나면 모두 암컷으로 성전환을 한다. 산란 시기는 5~8월이며 이 시기에는 굴이 독성을 가지게 되므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언제나 우리 곁에 굴

굴이 식용으로 이용되어 온 것은 꽤 오래 전이라 짐작된다. 우리나라에 분포되어 있는 선사시대 조개더미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종류가 굴이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강원도를 제외한 7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이를 보면 굴이 예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굴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는 서적은 또 있다. <자산 어보>에 보면 “길이가 한 자 남짓하고 두 쪽을 합하면 조개와 같다. 생김새는 일정하지 않고 껍데기는 두꺼워 종이를 겹겹이 발라놓은 것 같다. 바깥쪽은 거칠고 안쪽은 미끄럽다.” 라며 굴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를 보면 굴이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은 것은 아주 오래전이라는 결과를 유추해 낼 수 있다.
굴 양식의 역사도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굴 양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그러나 1908년에 이미 광양만 내의 섬진강 하구에서 양식을 하고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특히 광복 이후 영세 어민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굴 생산 증대를 위한 정책을 내놓으며 굴양식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50년대에는 뗏목수하식 굴 양식업, 60년대에는 연승수하식을 개발하며 꾸준히 굴 생산량을 증가시켜왔다. 그야말로 옛날옛날 먼 옛날에부터 굴은 우리 곁에 존재하며 훌륭한 영양원이 되어주었다.

바다의 인삼, 자연강장제 굴

굴은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마니아 층이 두텁다. 그러나 영양만 생각하더라도 잊지 않고 제철이 되면 찾아 먹어야 할 식품 중 하나다. 서양에서는 ‘바다의 우유’로 여겨 왔고 우리는 굴을 ‘바다의 인삼’이라 불러왔다는 것만 보아도 그 효능을 짐작할 수 있다. 굴에는 철분이 풍부하고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는 구리 또한 많이 함유되어 있다. 철분이 부족하기 쉬운 빈혈환자나 월경 기간 중의 여성,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 들이 섭취하면 철 결핍 상태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굴에는 타우린이 다량으로 들어 있는데 이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의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타우린은 간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효과가 좋아 숙취해소에 좋다. 특히 굴은 성기능 향상에 그 효과가 탁월하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요오드, 인, 아미노산, 아연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남성이 섭취하면 좋다. 이러한 굴의 효능 때문에 고대 로마의 황제들은 굴을 즐겨 먹었으며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잊지 않고 굴을 챙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몸에 좋은 굴이지만 좋은 굴을 고르는 데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온도가 높은 5~8월에는 굴이 독성을 가지는 산란기이며, 수온이 높아 쉽게 상할 수 있으니 날것으로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껍데기를 꽉 다문 것이 신선도가 높은 것이다. 껍데기를 제거한 굴을 구입할 때에는 살이 유백색을 띠며 광택이 나고 통통한 것을 고르는 게 좋으며 가장자리의 검은 테인 패주가 뚜렷하게 서 있는 것이 껍질을 제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제품이다. 
구입한 굴은 소쿠리나 망 등에 넣어 소금물로 씻으며 바로 섭취하지 않고 보관을 할 때에는 비닐에 굴과 바닷물을 넣은 다음 밀봉하여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상하기 쉬우므로 보관일은 2일을 넘기지 않고 가급적 빨리 섭취할 것을 추천한다. 굴을 이용한 음식으로는 날로 먹는 굴회와 달걀 물을 입혀 만드는 굴전, 굴밥, 굴죽 등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김장철에는 김치에 굴을 넣어 먹기도 하는데 김치에 굴을 넣으면 김치 맛이 훨씬 시원해지고 영양도 풍부해진다고 하니 시도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또한 자연산 굴을 보통 어리굴이라고 하는데 이 어리굴을 이용해 젓갈을 담근 어리굴젓은 게장보다 더한 밥도둑이라고 한다. 오늘 식탁에는 제철을 맞아 맛과 영양, 요리법까지 풍부해진 굴을 올려 보는 것을 추천한다.

*굴요리 레시피

스피드하게 즐기는 제철의 맛 굴전

재료 굴(200g), 부침가루(30g) 달걀(1~2개) 부추 또는 대파 
만들기
1 소금물에 굴을 살살 흔들어 씻어 준 후 체 등에 밭여 물기를 빼준다.
2 달걀은 소금을 적당량 넣어 간을 맞춰 잘 풀어 준다. 이때 기호에 따라 부추나 대파 등을 넣어줘도 괜찮다.
3 물기가 빠진 굴은 부침가루를 골고루 묻혀 준 뒤 달걀 물을 입혀준다.
4 달군 프라이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바다 향이 가득한 굴무침
재료 굴(150g), 무(200g), 배(1.4개), 쪽파, 통깨
양념 고춧가루(2큰술), 간장(1/2큰술), 멸치액젓(1큰술), 다진 마늘(2/1큰술), 설탕(1작은술)
만들기
1 굴은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 준 후 체에 밭여 물기를 빼준다.
2 무와 배, 쪽파는 5cm 정도의 길이로 채 썰어 준비한다.
3 채 썰어둔 재료들에 양념 재료들을 넣고 살살 버무린 다음 굴을 넣어 다시 한 번 버무린다. 마지막에 통깨를 살짝 뿌려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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