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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향기로 기억되다
서촌, 향기로 기억되다
  • 유화미
  • 승인 2016.12.27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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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산책
 

서촌은 유난히 예술가들이 사랑한 곳이다. 시인 윤동주가 별을 헤아리며 밤을 보낸 곳이기도 하고, 화가 박노수가 쪽빛을 화폭에 아름답게 수놓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서촌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 하루, 서촌의 일일 예술가가 되어 향기 체험에 나섰다.

글 사진 유화미 기자│촬영협조 로매지크

누군가의 무엇이 되는 향기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로 시작되는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만큼 강렬한 소설의 첫 구절이 있을까. 소설 속 숙희는 그의 비누 냄새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낀다. 소설 속 그처럼 사람은 다 저마다의 향기를 갖고 있다. 때로 그 향기는 어떤 이에겐 잊을 수 없는 감정과 기억을 선사하곤 한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향기는 더욱 그러하다. 나에게도 향기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가 뿌린다던 향수를 구입하기까지 했는데, 내가 기억하던 그 향기가 아니어서 서랍 한구석에 밀어 두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소설가는 그의 땀 냄새가 맡기 싫어진다면 사랑이 식은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춘수의 시 <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서촌의 많고 많은 공방 중 향수 공방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세상 모든 이가 나에게 알맞은 향기로 누군가의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

향기를 만드는 곳, 향수 공방

서촌의 향수 공방 로매지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많은 가짓수의 작은 병들이 눈에 띈다. 모두 다 다른 향기를 담고 있는 병들인데, 저렇게 많은 향료들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 낼 수 있을까 덜컥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조향사의 첫 질문을 듣는 순간 걱정은 금방 사라지게 된다.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세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만 확실히 알고 있다면 나만의 향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원하는 분위기를 말하면 조향사가 몇 가지의 향료를 추천해 준다. 원하는 향료를 서너 개 정도 선택하면 그램 수를 재어 가며 향료들을 조합한다. 이때 그램 수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으니 조심스럽게 조합해야 한다. 향수를 완성하고 난 다음에 직접 이름을 정해 향수병에 이름표를 달아 두니 더 특별한 느낌이다.
앞으로 나에게 서촌은 그 이름과 향기로 기억될 것 같다.

*공방 정보
로매지크 - 서울 종로구 누하동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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