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23:40 (수)
 실시간뉴스
뮤직 트래블-‘마레 노스트럼(MARE NOSTRUM 우리의 바다 )’
뮤직 트래블-‘마레 노스트럼(MARE NOSTRUM 우리의 바다 )’
  • 송혜란
  • 승인 2016.12.27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중해 연안의 음악
 

지중해는 수많은 나라와 인종과 종교, 역사가 얽히고설킨 곳이다. 뿐만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동서양의 문명이 충돌과 충돌을 거듭한 대표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음악도 엄청나게 다양하고 또 민족적, 인종적 특징과 전통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융합되고 문화가 서로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글·사진 김선호(라끌로에프렌즈 대표)

비욜 연주자인 조르디 사발이 2010년부터 2011년도까지 제작해서 2012년도에 발매한 <MARE NOSTRUM>이라는 음반이 있다. 국내에 잠시 수입되어 들어왔을 때 2장 한 세트의 CD 음반이 10만 원을 넘었다. 꽤나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음반은 단지 음반만 있는 것이 아니라 458쪽 전체가 칼라 인쇄에 양장 커버로 포장된 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음반과 책을 동시에 낸 것을 이른바 CD-BOOK이라고 한다. 또한 이 책은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카탈루니아어(스페인 북쪽 이베리아반도 언어), 독일어, 이태리어, 터키어, 그리스어, 아랍어, 히브리어 등 10 개 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독특한 책이다. 말하자면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언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다양성과 복합성을 지닌 문화의 하나인 음악을 모으고 연주하고 자료로 남기는 일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CD-BOOK에 들어 있는 음악은 총 28곡이다. 악기도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음악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이 망라되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부터가 지중해 주변국 음악 가운데 가장 전통성이 있고 의미 있는 곡들을 선별해서 연주하고 노래했다. 연주자들은 조르디 사발이 이끄는 에스페리옹(Hesperion) 악단이 고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비롯해서, 지중해 주변 각양각색의 악기들이 다 연주된다. 이렇게 다양한 악기들이 어우러져서 내는 음악은 지중해의 역사만큼이나 깊이 있게 다가와 가슴을 바닥부터 흔들어 놓는다.

다양성의 즐거움과 낯선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음악

음반 제목인 ‘마레 노스트럼’은 라틴어로 ‘우리의 바다’라는 의미이다. 맨 처음 시작된 것은 로마시대 때부터라고 한다. 서(西)지중해를 지배하고 있던 카르타고는 로마와 3차례에 걸친 대 전쟁(포에니 전쟁)에서 패하여 결국 로마가 지중해를 지배하게 된다. 바로 이때 지중해는 로마의 ‘내해(Mare Internum)’가 되었다. 그래서 지중해가 자기네들 바다라는 것이다. 때문에 마레 노스트럼(우리의 바다)이 되었다. 그리고 지중해라는 말의 어원도 라틴어로 지구의 중심을 뜻하는 ‘mediterraneus’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세상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수록 곡으로는 지중해 연안에 사는 유태인의 노래, 스페인의 알폰소 10세의 노래, 헤브라이 성가, 발칸 반도의 터키 전통음악, 모로코 베르베르족 전통음악, 우스크달라, 알렉산드리아 및 사라에보, 모로코, 튀니지의 유태인 음악, 튀니지 출신 테너 가수의 노래, 그리스 천사의 노래, 헤브라이 자장가, 14세기 이태리 음악, 카탈루니아 및 그리스 전통 성가, 이스탄불의 17세기 음악가 칸테미르의 곡, 불가리아 전통 음악 등이다. 그리고 조르디 사발의 아들인 페란 사발의 즉흥곡이 마지막 곡으로 들어 있다.
이 곡들 모두 각 지역의 전통적인 독특한 곡들이기 때문에, 듣고 있노라면 다양성의 즐거움과 낯선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지역의 전통 악기들은 삶의 애환이 깊이 배어있는 소리를 전해주는 듯 느껴진다. 그러나 이렇게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음악이 깃들어 있는 지중해의 오늘은 우울한 뉴스로 가득하다. 특히 지중해는 이제 ‘우리의 바다’가 아니라 ‘죽음의 바다’가 되어 버렸다.
1993년 이후 지금까지 약 2만 여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가는 지중해에서 선박 침몰로 사망했다. 북아프리카의 기아와 내전, 그리고 중동의 리비아 전쟁이 바로 지중해를 죽음의 바다로 만든 것이다. 이 음반을 처음부터 듣다 보면 몇몇 곡은 마치 지중해 저 깊은 심해에 잠든 영혼을 위로 하는 진혼곡처럼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