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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금난새에게 듣는 재미있는 오페라 이야기
지휘자 금난새에게 듣는 재미있는 오페라 이야기
  • 송혜란
  • 승인 2017.01.09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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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해설
 

카르멘부터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세비야의 이발사, 토스카, 리골레토, 라 보엠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오페라. 오페라의 아리아가 흘러나오는 순간, 우리는 귀에 익은 곡들을 금세 입으로 흥얼거리곤 한다. 손끝까지 찌릿하게 느껴지는 감동…. 그러나 아직도 오페라가 어쩐지 나와는 동떨어진 예술이라고 생각된다면 금난새 지휘자의 해설을 곁들어보자.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선 그가 이번엔 오페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여자의 마음은 바람에 이는 갈대처럼 변덕스럽다네/말도 단순하고 마음도 단순해/언제나 사랑스럽고 달콤하게 웃는 얼굴이지/하지만 웃음도 울음도 거짓으로 꾸민 것/여자에게 의지하면 후회하게 돼/여자를 믿는 건 못난 짓이지/그렇지만 여자의 품 안에서 사랑을 느끼지 않는 한/아무도 만족스럽지 못해!
-주세페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주세페 베르디의 3막으로 이루어진 <리골레토>는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베르디의 중기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오페라에는 ‘여자의 마음’을 비롯한 아리아뿐 아니라 피날레의 사중창 등 주옥같은 명곡이 많다. 특히 재미있고 심플한 선율로 이루어진 아리아 ‘여자의 마음’은 <리골레토>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마 국내에서는 ‘시간 좀 내줘. 갈 데가 있어. 거기가 어디요~?’로 시작되는 한 전자마트 CF 멜로디로 널리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막상 귀 기울여 들어보면 유명한 오페라의 아리아들은 이미 우리 귀에 익은 곡들이다. 그러나 관심 있는 다른 장르가 생겼을 때와 달리 유독 오페라만은 더 훌륭한 곡을 찾아 들어보려는 노력을 그다지 기울이지 않는다. 인터넷 라디오의 오페라 채널, 유튜브, 심지어 스마트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만으로 오페라 명반을 쉽게 들어볼 수 있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최근 저서 <금난새의 오페라 여행>을 펴낸 그를 만나 그 답을 들어보았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클래식의 한 장르인 오페라는 교향곡이나 협주곡 같은 기악 장르보다 감상 층이 훨씬 제한되어 있다. 저녁에 있을 공연에 앞서 세 시간 남짓한 리허설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금난새 지휘자. 길고 길었던 지휘에 지쳤을 법도 한데 고령에도 거뜬한 체력을 자랑한 그는 다시 열정 가득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가장 먼저 그는 19세기까지만 해도 대중적 성향이 강했던 오페라가 대중성 면에서 뒤처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오페라가 너무 화려해 보여서가 아닐까요? 휘황찬란한 무대미술과 의상이 왠지 모르게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곤 하니까요. 오페라의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도 한 이유이겠지요. 오페라 대사들은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오페라를 보아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요. 성악가들의 과장된 창법도 대중음악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노래로 펼쳐지는 감동의 드라마

비약적인 이야기 전개와 과장된 표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는 여전히 매력 있는 장르다. 실제로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오페라는 단 한 번도 무대 예술의 왕좌를 내준 적이 없다. 세계 곳곳에는 오페라 전용 하우스가 세워졌으며, 오페라에 열광하는 청중은 어느 시대에나 꾸준히 존재해 왔다. 오페라가 이토록 오랫동안 그 빛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페라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등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해 표현한다.
“오페라에는 내용이 있으니까요. 표현이 더 구체적이지요. 종합예술인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문학, 연극, 미술 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음악의 모습을 더 리얼하게 알 수 있어요.  오페라는 노래로 이루어졌고, 좋은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짧은 노래만으로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하물며 수많은 노래를 유기적으로 엮어 만들어낸 거대한 드라마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 또한 관객의 청각과 시각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오페라 한 편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휘자와 가수의 연주, 연출가의 해석, 무대 예술감독의 의도 등이 조화로워야 해요. 물론 음반을 통해 오페라의 음악만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 역시 대학 시절 자코모 푸치니의 <라 보엠>을 밤새 엘피로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지만 종합예술이라는 특성상 극장에서 실연 무대를 접해야 오페라를 온전히 감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오페라 선생님

그렇다면 서양음악의 꽃이라는 오페라와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관객이 오페라 한편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대본의 줄거리를 미리 알아야 하고, 작품의 탄생 배경도 알아두어야 하지요.”
그러나 오페라 전곡 감상은 관객에게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처음부터 대중에게 전곡 감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지도 모른다. 이에 그는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첫 단추로서 도입해볼 방안으로 ‘갈라 콘서트’를 제시했다.
갈라 콘서트란 오페라의 주요 곡들을 발췌한 콘서트를 말한다. 오페라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입문을 유도하는 것이다. 오페라 공연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그는 오페라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차원을 넘어 작곡가의 삶과 작품 해설, 스토리, 에피소드를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스토리텔링 했다.

그대의 차디찬 손, 따뜻하게 해드릴게요/사방이 캄캄해서 열쇠는 어차피 찾을 수 없어요/달빛이 방안에 비쳐들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야기나 합시다/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나는 시인이랍니다/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지요/가진 것은 없지만 그럭저럭 삽니다/사랑을 노래하면서 시 속에서 부자처럼 살지요/그대의 눈빛이 잔잔한 내 마음을 흔드는군요/그 눈빛이 나의 아름다운 꿈을 빼앗아가도 괜찮아요/대신 달콤한 희망을 갖게 됐으니까요
-자코모 푸치니의 <라 보엠> 중 ‘그대의 찬손’

자코모 푸치니의 <라 보엠>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곡이다. 19세기 초 모든 예술가가 그랬지만 경제적으로는 가난해도 다들 자기만의 확실한 세계가 있었다. 아름다운 비극 오페라인 <라 보엠>엔 주옥같은 곡이 많다. 풍부한 선율로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내는 노래가 1막에서부터 줄줄이 이어진다.
“로돌프가 추워서 얼어붙은 미미의 차가운 손을 잡고 부르는 ‘그대의 찬손’은 리릭 태너의 대표적인 아리아에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운명처럼 만나 첫눈에 반해버린 여인을 향한 프러포즈이자 달빛이 드는 창가에서 부르는 세레나데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듯 오페라 곡 하나에 숨은 작곡가의 삶부터 극 중 등장인물, 그들이 서로 얽혀 어떠한 사랑을 나누었는지를 갈라쇼 중간 중간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는 겁니다. 어느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오페라의 뒷이야기에 사람들은 곧잘 흥미를 느껴요. 특히 현장에서 보이는 관객들의 공감대는 훨씬 큽니다.”

행복한 금마에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해설로 클래식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청중과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어온 금난새 지휘자. 특히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는 전회 전석 매진의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도서관 음악회에 이어 해설이 있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까지 여전히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오늘 참 행복했습니다.”
자신의 음악회에 온 관객이 이 한마디를 해줄 때면 그 또한 세상 누구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더 공연 때 마다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오늘도, 내일도 ‘DO BEST’ 할 것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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