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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배우 인생 25년
이병헌, 배우 인생 25년
  • 송혜란
  • 승인 2017.01.1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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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2016년 국내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대종상영화제 개최 여부를 두고 큰 논란이 있던 한해였다. 그 중에서도 청룡영화제는 그나마 국내 영화상의 위엄을 지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청룡에서 꾸준히 낙마한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아가씨>의 김민희가 불참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연기력만을 인정받아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공정성을 중심으로 배우 모두가 즐기는 영화제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배우 인생 25년 만에 처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의 쾌거를 함께했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쇼박스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25년 동안 수상 소감을 많이 생각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감개무량합니다. 먼저 <내부자들>과 함께 한 백윤식 선배님과 조승우 씨, 그리고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스태프 분들께 감사합니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늘 제 옆에서 힘이 돼 주는 이민정 씨를 비롯해 제 가족들 모두 사랑하고 고마워요. 저희 영화를 사랑해준 관객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11월 2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37회 청룡영화제에서 이병헌이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밝힌 수상 소감이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그는 유독 청룡영화상과는 인연이 없어 한국의 디카프리오라고 불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줄줄이 떨어지다 같은 해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상복 없는 그를 보고 누군가 한국의 디카프리오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청룡 남우주연상은 그에게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의 촛불 될 것

특히 이번 시상식에서 시국을 향해 던진 그의 소신 발언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를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우뚝 설 수 있게 해준 작품은 <내부자들>. 이 영화는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그들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 그리고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가 등장해 정치계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낳았다.
“처음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영화 상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사회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기 위해 애쓴 느낌이 있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지금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아주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을 봤는데, 아이러니하게 저는 언젠가 저것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물론 소신 발언은 아니라며 선을 그은 그는 “25년 동안 준비했던 그 많은 소감을 앞으로 청룡영화제에서 조금씩 쓸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끝맺었다.

사생활 논란에도 흥행 보증수표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로 외모적인 변화와 사투리를 묘사하며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여 흥행배우의 브랜드를 다시 한번 입증시킨 이병헌. 사생활 논란에도 그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그는 50억원 협박사건, 불륜 등의 스캔들에 휩싸이며 배우 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렸었다. 걸그룹 글랩 출신 김다희, 모델 출신 이다희에게 사적인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빌미로 50억원을 요구받는 협박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두 여성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2월, 1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데뷔 이래 최고의 위기에 봉착한 그가 재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쌓아온 연기 내공이 생각보다 훨씬 막강했던 것일까. 결국 그의 연기력이 등 돌린 팬들의 마음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전도연, 김고은과 호흡을 맞춘 <협녀, 칼의 기억>은 조용히 지나갔지만, <내부자들>을 통해서는 안상구라는 인생 캐릭터를 얻었으며, <밀정>, <매그니피센트 7>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명연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특히 <내부자들>은 그에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뿐 아니라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25회 부일영화상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곧 개봉을 앞둔 영화 <마스터>까지….
2016년이 그에게 뜻 깊은 한해로 기억될 수 있을까, 기대할 찰나 최근 또 한 번의 사생활 논란이 일었다. 얼마 전 홍콩에서 열린 ‘2016 MAMA’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서 아내 이민정을 옆에 두고 한 여성과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이다. 이에 이병헌 측은 “이민정도 아는 가족 같은 외국인 지인이다”고 논란을 일축했지만, 벌써 두 번째 스캔들인지라 단순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변신 마스터

아슬아슬한 이병헌의 광폭 행보. 그의 성공 파워가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영화 <마스터>의 개봉 임박 소식이 전파를 탔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의 브레인까지 서로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2013년 경찰 내 특수 조직 ‘감시반’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세련된 연출로 그려내며 550만 명의 관객을 동원,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의 차기작.
이번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 전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8년 만의 악역이다. 진회장 캐릭터 연구를 위해 조 감독과 많은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었다는 그는 감독의 캐릭터 설명에 설득 당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고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나쁜 역할이잖아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려면 제가 먼저 설득을 당해야 해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그렇게 뼛속까지 나쁜 사람들은 생각의 구조 자체가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름의 철학이 있고, 생각하는 구조도 전혀 다르다는 생각 하에 연기할 수 있었어요.”
특히 그는 사기의 유전자를 타고난 인물로 상황과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면모를 드러내야 하는 진회장을 강렬한 이미지의 스타일링과 함께 곧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보는 이를 현혹시키는 팔색조의 매력과 서늘한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전무후무한 악역의 모습이 돋보인다. 더욱이 그가 선보인 백발은 엄청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변신 마스터가 되기 위한 그의 고민도 처절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캐릭터의 외형에 대해 분장팀, 감독님과 한두 번 정도 만나서 결론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번에는 네 번 이상 만났던 것 같아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나온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머리를 흰색으로 해보자’ 였어요. 어차피 진회장은 사람을 상대할 때마다 다른 색깔을 보여주어야 하고, 다른 말투를 구사하기도 해야 하는데요.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노력할 것 같아 그 부분에서 변신을 한 번 줘보자 한 거죠.”
한편 이번 영화에서 상대 배우인 강동원은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을, 20대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 김우빈은 원네트워크 전산실장 ‘박장군’으로 분했다고 알려졌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어딘가 모르게 <내부자들>과 많이 닮은 영화 <마스터>. 이병헌 주연에 고위층의 권력 다툼이라는 소재 외에 디테일은 많이 다른데도 <마스터>를 보면 <내부자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그가 밝힌 것처럼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사회적 공분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은 요즘 한국 영화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내부자들>뿐 아니라 최근에는 재벌 3세의 갑질을 응징하는 경찰의 활약상을 그린 <베테랑>, 부실공사부터 허점투성인 국가의 구조 과정을 다룬 <터널>, 지진으로 인한 원전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재난 영화 <판도라>까지 흥행 가도를 달렸다.
“진회장은 <내부자들>의 안상구 못지않은 마력을 가진 만만치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색깔은 굉장히 달라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나쁜 놈이지만 참 재미있는 놈이네’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에요. 이 영화가 다루는 지점도 어찌 보면 사회를 반영하는 이야기이고, 또 그것을 해결해가면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드리려고 한 점도 있습니다. 힘든 현실 속에서 조금이나마 휴식이 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해요.”
앞으로 그가 영화 <마스트>로 전작 <내부자들>이 보여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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