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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의 영유아기 애착 육아법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의 영유아기 애착 육아법
  • 송혜란
  • 승인 2017.01.12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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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 맡겨지는 부모 역할. 나는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사랑에 서툰 부모들은 늘 고심한다. 더욱이 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불같이 화를 내거나 아이의 울음소리에 걱정보다는 짜증이 먼저 올라올 때 육아의 위기를 느끼는 부모들은 되뇐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육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애착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이보연 소장. 부모와 아이 사이, 무엇이 문제일까? 그녀의 영유아기 애착 육아법을 들여다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이보연 소장은 아동상담 및 부모교육 전문가다. 숙명여대에서 아동복지학과 아동심리를 전공했으며, 미주리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인간발달 및 가족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EBS <생방송 60분 부모> 등 방송에 출연하며 부모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0~5세 애착 육아의 기적>을 펴낸 그녀를 일산에 위치한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에서 만났다.

애착의 위대한 힘

“애착은 삶의 본능이자 이유예요.”
가장 먼저 그녀는 애착이란 무엇인지, 그 애착이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아이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부모는 이에 적절하게 반응해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 형성되는 신뢰가 곧 애착이다.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아이는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불안에 시달리며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세상은 무섭고 두려운 곳이므로 부모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거나 혼자만의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반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는 안정적인 애착을 토대로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며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처했을 때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주변의 사물과 사람을 탐색하며 건강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인간은 어느 동물보다도 유아기가 길고 연약해서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살 수 있어요. 아이가 애착이라는 특수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유이지요. 먹고 자는 여타 다른 본능과 달리 애착은 상호작용입니다. 만약 아이가 배고파서 울면 부모는 그 신호를 바로 읽고 젖병을 물림으로써 욕구를 채워줘야 해요. 이를 통해 아이는 배고픔을 해소할 뿐 아니라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아이에게 애착 대상은 생존을 위한 무조건적인 의지의 대상입니다. 애착 관계는 아이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쳐요.”

왜 0~5세인가

중요한 것은 시기이다. 영유아기, 특히 0~5세에 경험하는 애착이 안정적이었느냐, 불안정했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 이때 형성된 애착은 아이의 ‘내적 작동 모델’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내적 작동 모델은 나와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같은 일을 겪어도 내적 작동 모델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가령 행인이 자신을 치고 지나갔을 때 긍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지닌 사람은 타인의 실수로 가볍게 넘기지만, 부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지닌 사람은 자신을 무시해서 고의로 한 행동이라 받아들인다. 즉 0~5세에 형성된 부모와 아이 사이의 애착이 아이의 대인 관계부터 삶의 태도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물론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마냥 품어만 주라는 말은 아니다. 아이가 크는 만큼 애착도 자라야 한다. 무조건 감싸기만 하면 아이는 징징이가 되고 말 터. 6개월까지는 꾸준히 돌봐주되, 12개월까지는 껌딱지에서 탐험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15~24개월에는 밀당의 고수가 되어 아이의 독립성을 키워주도록!
“부모와 아이가 애착을 형성하다 보면 결국 자율성의 단계에 접어들어요. 보통 걸음마기인 두 돌쯤 아이의 고집이 세집니다. 이때부터는 아이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해요. 부모는 아이와의 애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과잉보호 하다 보면 아이는 오히려 세상이 위험한가 보구나, 혹은 엄마, 아빠는 내가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생각하며 부모 옆에 항상 붙어 있으려고 해요. 독립성이 결여된 아이로 자랄 공산이 큽니다.”

애착 형성의 선행 조건

여기서 잠시, 긍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 있다. 첫째, 주양육자가 아이와의 접근성이 용이 해야 한다. 엄마가 됐든 아빠가 됐든 아이 옆에 있어야 애착을 형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설령 엄마가 집에 있어도 우울하거나 몸이 아프면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양육자로는 적절하지 않다.
“요즘 맞벌이 부부가 이 부분에서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데요. 대리 양육자를 잘 선택해야겠지요. 일하는 엄마, 아빠라도 퇴근 후에는 아이에게 이용 가능한 존재가 되어 보세요. 집에 와서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아이한테는 기다려라? 아이는 기다리다 지쳐 또 혼자 잠듭니다.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열악한 가정의 아이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기 어려운 면도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자라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갖는 경우도 많고요. 나라의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지요.”
둘째, 부모가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육아의 민감성에는 개입해야 할 때와 내버려 두어야 할 때를 구분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같은 행동일지라도 아이의 발달 수준에 따라 개입 여부는 달라진다.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혼자서 신발을 신으려고 애쓰는 걸음마 단계의 아이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좋다. 자율성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므로 옆에서 아이의 힘을 돋우는 몇 마디 추임새만으로도 부모의 역할은 충분하다.
“졸리고 피곤해 짜증이 밀려온 아이에게 스스로 신발을 신지 않는다고 야단치는 것은 민감하지 못해 하는 실수예요. 민감한 부모는 발달 수준에 따라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꼭 해야만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구별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래야 아이가 엄마는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요.”
또 하나, 부모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일단 출퇴근이 예측 가능한 것이 좋고, 감정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같은 행동, 예컨대 물컵을 엎질렀을 때 어떨 때는 부모가 괜찮다고 하고, 어떨 때는 기분에 따라 소리 지르게 되면 아이는 곧 불안에 떤다. 언제 또 자기에게 화를 낼지 모른다며 아예 회피하려고 드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잠시 편의점에 간다며 뽀로로 할 때 들어오겠다던 엄마가 다섯 시간 후에야 귀가하는 것도 큰 실수 중 하나다.
“애착은 유대감이라고 했잖아요. 상호호의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엄마, 아빠가 폭탄 같아서 슬슬 피하게 되면 애착 형성을 못 하지요. 이게 바로 일관성입니다. 아이는 규칙을 배워야 하는데 어떤 때는 야단치고, 어떤 때는 묵인하다가, 또 어떤 때는 잘했다고 하면 아이는 규칙도 배우지 못해요. 규칙을 모르면 훗날 커서 사회생활 할 때도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생활 자체도 어떻게 보면 내가 다른 사람을 예측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과 관련돼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 아이 애착 형성이 잘 되고 있는 걸까요?

애착 경험의 대물림

육아정보의 홍수 속에서 애착 육아법에 대해서는 웬만큼 섭렵한 부모도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이 불안정하다면? 안타깝게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부모의 어린 시절 경험이 자리해 있다. 특히 자기 부모와의 경험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 역시 자기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육아에 대한 기대와 좌절은 자신의 성장 경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이 소장은 ‘요람의 유령’에서 찾았다. 부모의 부모, 그 부모로 거슬러 올라가면 잘못된 육아 방식과 상황으로 인한 애착의 결핍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착은 글로 배운 게 아니라 몸에 다 스며든 것이라 나도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이상하게 다 나와요. 특히 친밀한 대인관계, 연인, 배우자, 자식 관계에서 더 그런 성향이 짙어지지요. 학대받은 아이가 자라 학대하는 부모가 되는 경우도 다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부정적인 면을 먼저 배우거든요.”
애착이 대물림된다니…. 이에 좌절하는 부모들도 있을 터. 자신과 똑같은 경험을 아이에게 겪게 하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부모 자신의 애착 형성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본인의 좋은 면과 더불어 부정적인 부분까지 온전히 인정하고, 아이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다면 아이와 충분히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이 현재 자식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에요. 간혹 연애할 때도 오래 지속이 안 된다고 칩시다. 왜 그럴까요? 어릴 때 엄마가 나를 싫어해서, 위축된 아이가 내 안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친구도 나의 부정적인 면을 보면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거지요. 훨씬 더 통제 가능한 성인임에도 유아기에 엄마가 나에게 보인 태도가 아직도 자신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래도 통제할 수 있어져요.”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불행한 기억이 많을 것이다.
“엄마가 나를 때렸어. 그런데 엄마가 나를 이렇게 해줬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 그럼 내가 덜 무서웠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나는 안 그래야지. 이게 해답입니다.”
결국은 자기성찰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쉽지 않다.
“나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어.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난 과거만 탓하고 살면 뭐가 바뀌지? 그들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어서 속상하지만, 이젠 나도 거기서 벗어나 내 삶을 조절할 거야. 남 탓하는 것은 굉장히 미숙한 거잖아. 내가 내 삶을 회복해주는 것. 거기에 더 치중하자. 나는 유능한 부모가 될 거야! 노력해 보자고요.(웃음)”

TIP - <18개월 전에 애착 유형 검사를 해보세요>
보통 6개월 전의 아이는 누가 엄마, 아빠인지도 모른다. 낯이 익으면 2개월만 되도 자주 본 사람한테 눈길을 많이 준다. 6개월 이전에는 주양육자가 바뀌어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주양육자가 바뀌어도 일과만 똑같으면 된다. 아이들에게는 ??로틱??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착은 9개월 이후에 형성된다. 낯가림이 심해지는 때인데, 이제 조금씩 변별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누가 엄마, 아빠인지도 확실히 알아보기 시작한다. 대개 그 중 하나, 특히 엄마를 선택적 애착 대상으로 삼는다. 한 10개월쯤 아이를 저 멀리 두고 불러보자. 아빠보다 엄마한테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낯가림이 없다는 것은 순한 기질이거나 자폐아일 확률도 있으니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회피적 애착 유형의 경우 엄마보다 낯선 사람에게 더 잘 가는 경우도 있다.
애착 유형 검사는 18개월 전에 이루어진다. 그 시기가 아이들의 선택적 애착이 분명히 나타나는 때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18개월이 지나면 낯가림이 완화되면서 낯선 사람에게도 곧잘 웃으며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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