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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호령하는 이단아, ‘트럼프 시대’를 조명하다
세계를 호령하는 이단아, ‘트럼프 시대’를 조명하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7.01.1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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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이단아,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신나치주의자….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70세)를 지칭하는 말이다. 막말과 기행은 물론 성 추문으로 얼룩진 그가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다. 평탄하지 않았던 그의 인생 역정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그가 살아온 인생 여정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 시대’를 조명해 보자.

글 오일만(서울신문 논설위원) 사진 조선일보 캡처

독일 이민자 출신 트럼프

트럼프는 1946년 뉴욕 퀸스에서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와 어머니 메리 매클리오드의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트럼프 가문은 1885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 집안이다. 부동산 개발업으로 자수성가했다. 트럼프의 아버지는 “노동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며 첫째 형인 로버트와 함께 트럼프에게 유리병 줍는 일을 시켰다. 트럼프 형제는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모은 병을 팔아 용돈을 벌었다. 트럼프의 괴팍한 성격은 어릴 적부터 공사판에서 만났던 거친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지는 것을 싫어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음악 선생님이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트럼프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어릴 때부터 자립심이 있었으며 폭력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 생각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런 기질을 누그러뜨리고자 13세 아들을 규율이 엄격한 뉴욕군사학교에 보냈다. 이후 뉴욕 포덤대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대학 졸업 전부터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자연스레 사업에 손을 댔다. 또래 학생들이 신문에서 만화를 볼 때 트럼프는 연방주택관리국의 저당권 상실 내역을 살피며 헐값에 나온 매물을 물색했다. 카지노 재벌로 유명하지만 그는 도박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도박을 하는 대신 도박장을 운영하는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사업가 트럼프의 성공과 좌절

트럼프는 주로 소규모 임대업을 했던 아버지와 달리 화려하고 큰 건물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1970년대부터 오피스 빌딩, 호텔 등 대규모 사업에 적극 투자했다. 특히 1974년 파산 직전이었던 코모도어호텔의 소유권을 뉴욕시에 단돈 1달러에 넘기는 대신 99년간 임대 권한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트럼프는 교통의 요지였던 이 자리에 그랜드하얏트호텔을 세워 크게 성공했다.
이 밖에도 그가 36세였던 1991년에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주상복합 건물인 ‘트럼프타워’를 세우면서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은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트럼프는 사업마다 자신의 이름을 붙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능력을 보였다.
승승장구해 온 트럼프도 세계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실패의 쓴맛을 봤다. 1990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1년 만에 절반 넘게 떨어져 파산을 맞았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은행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플라자호텔, 트럼프셔틀, 유람선 사업 등을 매각하면서 사업 재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는 그해 <포브스>가 선정하는 억만장자 부호에서 누락되면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절대로 재기할 수 없는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1996년 이후 세계 경기 회복과 더불어 호텔, 카지노 등 리조트 사업이 살아나면서 트럼프도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부동산 외에 연예 사업에도 발을 넓혀 미스 USA, 미스 유니버스 등 미인 대회를 인수해 운영하기도 했다.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해 대회를 주최했고, 영화 ‘나 홀로 집에2’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프로레슬링 WWE 대회를 인수한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링에 오르는 등 엔터테이너로 활약했다.
 
미디어를 활용한 승부수

트럼프가 승리한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를의 속성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 이미지를 바탕으로 방송·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중역 자리를 놓고 출연자들끼리 경쟁하게 한 NBC방송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을 맡았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장수한 인기 프로그램에서 그는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오랜 방송 진행자로서 미디어 활용법을 배웠고, 이번 대선에서 최대한 활용했다. 언론은 멕시코인 이민자를 강간범에 비유한 그의 인종차별적 막말들을 실시간 중계했고, 성추행을 일삼은 과거와 납세 기록을 들춰내는 등 정밀하게 검증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트럼프는 선거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를 혐오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지지자들도 결집했다. 미국의 대중들이 겉으로 표출하지 못했던 유색인종·이민자·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 정서를 트럼프를 통해 마음껏 분출시켰다.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하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 “레이건 시절의 미국은 존경받는 나라였다. 내가 당선된다면 미국은 다시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자신이 ‘제2의 레이건’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는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다양한 정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의 당적 변동을 살펴보자. 공화당(1987∼1999년)→개혁당(1999∼2001년)→민주당(2001∼2009년)→공화당(2009~2011년)→무소속(2011~2012년)→공화당(2012년~)으로 수시로 당적을 바꿨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실용적 접근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인생 철학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9) 트럼프그룹 수석부사장이 전한 아버지 트럼프의 인생철학도 흥미롭다. 그는 2010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트럼프식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3남 2녀 중 장남인 그는 2000년 펜실베니아대학을 졸업하고, 트럼프그룹에 입사했다.?아들이 전한 아버지의 원칙을 간단히 요약했다.
“아버지가 강조했던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집중력이다. 덜 중요한 사업에 관심을 분산시키면 안 된다. 일단 모멘텀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스스로 모멘텀을 잃었다고 생각된다면 이를 인정하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네 번째 원칙은 결코 ‘NO’라는 말을 듣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점이다. NO라고 거절당했다 하더라도 고작 인생에서 2초만 낭비한 것에 불과하다. ‘YES’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볼 만하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협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 트럼프는 금수저 출신이지만 밑바닥부터 일을 배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주니어 수석부사장은 “리조트 조경 허드렛일부터 일을 시작했고, 제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배운 거의 모든 것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에게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고된 경영 수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건설 현장을 다니며 건설 장비를 다뤘을 정도로 현장 중심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다고 말했다.
 
복잡한 가족 관계
 
트럼프는 복잡한 가족 관계로 유명하다. 그는 3번의 결혼을 통해 3남 2녀를 얻었다. 1977년 4월 이바나 마리 젤니치코바와 첫 번째 결혼을 했다가 1992년 이혼했다. 1993년 말라 메이플스와 두 번째 결혼을 했고, 6년 만인 1999년 이혼했다. 2005년에는 현 부인이자 24세 연하인 모델 출신 멜라니아 나우스와 세 번째 결혼을 한다. 멜라니아는 미국 사상 두 번째로 외국 태생 퍼스트레이디로 등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8)는 첫 아내 이바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으로 현재 수석부회장으로 트럼프그룹을 이끌고 있다. 더 힐 스쿨을 졸업했고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반카 트럼프(35)는 첫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다.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트럼프그룹에서 기업개발 인수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고, 보석, 핸드백, 신발 사업도 하고 있다. 패션 잡지에서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에릭 트럼프(32)는 첫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차남이다. 트럼프 와이너리의 대표이며 아버지 소유 18개 골프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에릭 트럼프 재단을 설립해 아동 관련 연구병원을 설립했다. 더 힐 스쿨과 조지타운대를 졸업했다.
티파니 트럼프(22)는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수이자 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사회학과 도시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배런 트럼프(10)는 멜라니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빌리언달러 베이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럼트 승리의 일등 공신, 부인과 딸
 
트럼프 승리의 일등 공신은 미모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딸 이반카 트럼프가 꼽힌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멜라니아는 1970년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난 미국 이민자다. 1996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와 모델로 활동하다가, 1998년 트럼프와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멜라니아가 28세, 트럼프가 52세 때였다. 2005년 그녀는 24세 연상인 트럼프와 결혼해 그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 결혼 이듬해인 2006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고, 200여 년 만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민자 출신 퍼스트레이디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멜라니아는 지난 3월 공화당 경선 때 모델 시절에 찍었던 반 누드 사진이 공개돼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7월 전당대회 연설에서 미셸 오바마의 연설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망신을 당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적이면서 차분한 성격에 유머 감각까지 인정받아 트럼트 당선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남편 트럼프가 10년 전에 한 음담패설이 공개돼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 “여성으로 참을 수 없지만 남편을 용서해 달라”며 유권자에게 진심으로 호소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거칠고 무례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지지 세력을 확대했다. 가디언과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멜라니아가 선구적인 영부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를 자제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딸 이반카는 ‘트럼프의 비밀 병기’로 불릴 정도로 대선캠프의 최고 실세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아버지 트럼프의 특별보좌관으로 정치계에 입문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을 정도다.
이반카는 트럼프의 자녀 5명 가운데 둘째이자 장녀다. 9세이던 1991년에 부모가 이혼했지만 아버지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타운대학교를 2년 다니고 아버지의 모교인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우수졸업(쿰 라우데)으로 인정받을 만큼 지성을 갖춘 재원이다.  
포레스트시티에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아버지의 기업 ‘트럼프’로 옮겼고 현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반카 트럼프 파인 쥬얼리라는 이름으로 보석, 핸드백, 구두 사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180㎝ 큰 키와 미모가 압권이다. 모델로서 베르사체, 마크보우워 등의 패션쇼 런웨이에 참여하고 포브스, 골프매거진, 어베뉴매거진, 엘르 멕시코, 바자 등 잡지의 커버를 장식할 정도다. 그녀는 사업가 재러드 쿠슈너와 2009년 10월 결혼했고,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이반카는 미모와 탁월한 능력, 언변을 자랑하며 거칠고 급한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하는 완충재 역할을 해 왔다. 여성 차별이나 인종차별 등 트럼프의 부정적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반카는 특히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 등을 강조하며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글을 쓰는 다수의 사람들보다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아버지는 재능을 소중히 여기고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딸의 외모를 자랑하며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반카가 내 딸이 아니었으면 데이트했을 것”이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반카 트럼프가 거침없는 성격인 트럼프를 보좌하며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지 워싱턴 정가는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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