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동양학자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 옛 명문가 자녀 교육의 지혜
동양학자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 옛 명문가 자녀 교육의 지혜
  • 송혜란
  • 승인 2017.01.20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적보다 친구 사귀기가 중요합니다”
 

자녀가 성공하길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가 가진 마음이다. 그런데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한 사람은 재능이 뛰어나거나 다양한 지식을 가진 잘난 사람들이 아니다. 성공의 정의를 바로잡으면 누구나 흔들리지 않는 육아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 수십 년간 동양철학을 연구하며 인간의 삶과 행복을 고민해 온 성균관대 이기동 교수의 자녀 교육법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이기동 교수는 국내 최초로 <대학>을 비롯해 <논어>, <맹자>, <중용>, <시경> 등을 완역, 주해한 동양철학 분야의 석학이다. 성균관대에서 유학 학사 및 동양철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철학사상 연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와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초빙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시민을 위한 동양철학 강당인 동인문화원을 연 후 15년 간 동양 고전의 지혜를 알려 주고 있다. 최근 저서 <열 살 전에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라>를 펴낸 그를 만나기 위해 성균관대 연구실을 찾았다.

66년간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 추적 조사 결과

동양철학자다운 인자한 미소로 기자의 방문을 반긴 이기동 교수. 자녀들에겐 한없이 자비로운 아빠일 것 같은 그에게 가장 먼저 성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스스로의 삶이 행복해야죠. 그리고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 주는 삶이 성공입니다. 성공한 사람의 가장 큰 예가 세종대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기준을 낮춰 현대에서 찾아보면 김수환 추기경, 김용 총재 등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선사한 사람들이 있지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명문가에서는 자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명문가에서는 어느 누구도 1등이 되는 법을 알려 주지는 않았다. 그보다 예의를 지키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을 강조했다.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신뢰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나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 자기 이익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많은 지식을 가졌다고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66년간 하버드 대학 졸업생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학벌과 성적은 성공과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목표를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산 사람들은 신뢰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조화롭게 타인과 교류하며 산 이들이었다.
“자기밖에 모르고 이기는 법만 교육받은 아이는 정작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해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힘,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힘,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과 협력하는 힘 모두 타인을 이해할 줄 아는 사회성에서 나옵니다. 혼자 노는 아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어요. 아이가 행복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면 그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세요.”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가 성공한다

올해 초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라는 보고서는 2016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 중 66%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했다. 불과 4년 뒤에는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은 인공지능 컴퓨터와 일자리 경쟁을 할 첫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지식을 머릿속에 암기하는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대체할 일에는 육체노동이나 매뉴얼이 정해진 서비스 업무를 넘어 판사와 변호사, 의사, 애널리스트 등까지 포함됐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정해진 원칙에 따라 결론 내리는 게 인공지능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대학을 나오면 괜찮은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똑똑한 머리와 화려한 스펙은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즐거워하는지를 알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한발 앞서 찾아내는 능력, 즉 사회성이 필요하다. 사회성은 호기심과 안목을 길러 준다. 높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 좋은 친구, 좋은 이웃, 좋은 동료를 만드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런 능력을 기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사회성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에요. 욕심을 가지고 친구를 만드는 것은 외형적으로 사회성이 있어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친구가 많아도 집에 가면 늘 외로워요. 본심을 가지면 친구가 많지 않아도 모두 남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라고 봐요. 동양 기준으로 보면 사람에게는 늘 두 가지 마음이 있어요. 욕심과 벌레 마음, 즉 양심이지요. 마음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린아이의 마음에는 늘 욕심이 자리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는 어떻게 사회성을 키워 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 다녀온 후 친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하자. ‘엄마, 내 짝꿍은 이상해요. 걔는 목욕도 안 하는지 냄새도 심하고, 연필도 없어서 매일 제 것만 빌려 써요.’ 이때 엄마가 그 아이랑 놀지 말라고 하거나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따지면 최악이다. 그런 아이가 훗날 크면 소위 자기보다 못난이들을 일컬어 개, 돼지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답은 ‘너는 운이 좋아서 그래도 살 만한 곳에서 태어났지만 그 아이는 아닌가 봐. 네가 목욕탕에 갈 때 같이 가 주고, 연필 두 자루가 있으면 하나는 그냥 선물로 주는 게 어때?’이다.

왜 열 살 전인가

건강한 사회성은 타고나는 것도, 키가 자라듯 저절로 크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믿음직한 버팀목이 되어 신뢰와 애정을 주고 아이의 감정을 헤아리며 대화를 나눠야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인간의 자아는 만 여섯 살까지 70%가 완성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경험한 첫 사회생활이 좋았는지 나빴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 적응력이 좌지우지된다.
즉 열 살 전에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똑똑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열 살 전에 꼭 신뢰와 애정이 있는 관계를 맺을 줄 아는 능력, 사회성을 길러 줘야 한다.
“부모가 아이와 대화할 때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야 해요. 아주 작은 아이잖아요. 어린아이에게는 이러한 작은 일상이 쌓이고 쌓이는 겁니다. 옛말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듯 열 살 전에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훌륭한 부모가 키운 훌륭한 아이

사랑과 존중, 배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부모를 사랑할 줄 모르는 아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없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존중받지 못한 아이 역시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존중받는 일도 없다. 간혹 남을 배려하는 착한 내 아이만 손해 볼까 봐 걱정하는 부모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는 이기동 교수는 부모 먼저 훌륭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은 돼지맘, 알파맘, 재설차부모 등으로 불리는 부모가 아이의 공부는 물론 친구 관계나 진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과도한 보호와 간섭은 아이에게서 인생을 통째로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경쟁에만 치중했던 아이나 모든 것을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했던 아이, 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었던 아이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관계를 맺는 일에 스트레스만 받기 일쑤다. 혼자 하는 일은 곧잘 하지만 함께하는 일에서는 늘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아이가 학교에서는 우등생일지 모르나, 정작 사회에 나와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세상은 그토록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어려움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성인은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 <노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부모가 길을 가는데 아이가 옆집 형한테 혼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훌륭한 부모라면 모른 척 지나가요. 아이는 그보다 더 험악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니까요. 죽을 때까지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없다면 스스로 이겨 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내 아이를 때리는 옆집 아이가 나쁜 놈 같지만 사실은 아이를 단련시켜 주는 거로 생각해 보세요.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훌륭한 아이는 훌륭한 부모가 키운다는 말이 있는 겁니다.”

오직 엄마 손에 달려 있다

자녀 교육에서 부모, 특히 엄마가 발휘하는 힘은 지대하다. 한석봉과 퇴계 이황 등 훌륭한 위인 뒤에는 늘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왜 사람들은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자녀를 향한 엄마의 사람은 그 깊이부터가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과잉보호로 문제가 되지만, 인자한 어머니가 되어 아이가 불행할 때 함께 울어 주기만 한다면 자녀 교육에서 아빠는 아예 빠져도 좋다. 아버지는 그저 아이가 본받을 수 있도록 존경스러운 인품으로 살아가면 그만이다.
“엄마가 자비로워야 해요. 자비란 나 자신이 당신 마음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지요. 아이와 한마음이 되어 보세요. 시험에서 70점 받았다고 우울해 하는 아이를 그냥 끌어안아 주세요. ‘하버드에서 1등 했던 학생들은 졸업 후 정신질환자가 됐다더라. 성적 좋은 사람보다 친구랑 잘 어울리는 사람이 성공한단다. 처칠은 낙제한 적도 있다던데, 우리 애는 앞으로 성공하겠구나’ 이런 말도 덧붙여 주면 더욱 좋겠지요.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잔소리했다가는 애 두 번 죽이는 꼴이에요. 아이가 저승사자 있는 집에 일찍 들어오고 싶을 리도 만무하지요.”
자신 역시 아이 교육은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겼다는 이 교수는 사교육 한 번 시킨 적 없지만 둘밖에 없는 자녀를 영어 선생님, 한의사로 잘 키워 냈다고 자부한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좌절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 먼저 훌륭한 모습으로 자녀에게 더불어 사는 법을 물려주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