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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권혁수 교수,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의 오해와 진실
서울아산병원 권혁수 교수,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의 오해와 진실
  • 송혜란
  • 승인 2017.01.2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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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아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기침을 호소하는 이들이 유독 많아졌다. 열에 아홉은 당연히 감기라 여기며 자가 처방으로 가까운 약국만 들리기 일쑤다.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특히 기침이 일주일 넘게 지속된다면 알레르기성비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듣기만 해도 생소한 알레르기성비염이란 무엇이며, 증상과 치료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알레르기는 사실 선진국 병이에요.”
가장 먼저 알레르기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권혁수 교수. 우리 몸에는 세균이나 기생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 주는 면역 세포가 있다. 면역 세포는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나 균을 물리치기 위해 싸우는데, 그때 나타나는 현상이 염증이다. 어릴 때부터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다양한 균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없다. 이로 인해 면역 체계에 가끔 몸에 해롭지 않은 꽃가루나 집 먼지까지 위험 대상으로 여겨 배척하는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원래는 몸에 꽃가루나 집 먼지가 들어와도 아무렇지 않은 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마치 비상 상태인 양 몸속 면역 세포들이 과잉 진압을 해대니 공격성 염증 질환이 생기는 겁니다. 어릴 적 흙이나 다양한 균에 익숙해졌다면 면역력이 발달했을 텐데, 지금은 한정된 균에만 노출되다 보니 감염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경향이 있지요.”

눈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알레르기성비염

알레르기성비염은 이름 그대로 알레르기 때문에 코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코점막이 빨갛게 부어올라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며 재채기가 일어난다. 이차적으로 축농증이 자주 발생하며, 눈에도 영향을 줘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모두 코의 염증으로 인해 동반되는 증상들이다. 
“맑은 콧물, 재채기, 코 막힘, 코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알레르기성비염을 의심할 수 있어요. 흔히 눈 가려움, 충혈 등 눈 증상이 함께 일어납니다. 눈의 내측, 코 바로 옆의 눈 부위가 특히 아주 가려워요. 이러한 증상들이 특정 계절에만 반복되거나 특정 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됐을 때 더 심해진다면 더욱 병원을 찾아야 해요.”

수면 장애 유발로 학습장애까지 겹쳐

문제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음에도 오래 지속된 증상이 익숙해지다 보니 웬만큼 심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는 데 있다. 그러나 권혁수 교수는 알레르기성비염이 확실한데도 제대로 된 항염증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을 시 수면 중 미세 각성이 일반인보다 10~50배 증가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코에 염증이 심하면 눈을 뜨지 않아도 매우 얕게 수면하게 됩니다. 수면 중 호흡 장애까지 동반되면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의 위험이 매우 높아요. 만성피로, 우울증을 비롯해 불안 등의 정서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 특히 학생의 경우 학습 장애가 온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실제 외래환자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증상이 괜찮다고 하는데, 제가 직접 코안을 살펴보면 염증이 심하고 꽉 막힌 경우가 허다해요. 그냥 심한 증상이 익숙할 뿐인 거지요.”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의 효과

결국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마는 알레르기성비염. 이에 그는 코에 뿌리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만이 수면 장애로 인한 만성피로 및 정서장애를 해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비염 치료를 위해서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곤 하는데…. 항히스타민제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감소시켜 주는 증상 완화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권 교수. 콧물, 재채기, 눈 가려움증을 먹는 즉시 호전시켜 주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항히스타민제에 의존하고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혈중에 있는 동안에만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는 증상 완화제이지 염증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에요. 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 진통제를 투여하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수술이나 항암 치료 없이 진통제만으로 근본적인 치료는 할 수 없잖아요. 항암 치료가 하루 만에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일 수는 없으나 꾸준히 치료해 암 자체가 줄어든다면 통증을 포함한 많은 증상이 다 호전됩니다.”
알레르기성비염도 마찬가지다. 비염은 염증이기 때문에 항염증제를 사용해야 염증으로 인해 동반된 여러 증상까지 치료할 수 있다.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는 항염증제 중 가장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치료제이다. 이를 꾸준히 사용한다면 서서히 증상이 완화돼 나중에는 항히스타민제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병세가 많이 호전될 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러한 큰 효과에도 많은 환자가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꺼려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오래 쓰면 몸이 망가질 것이란 불안감 때문인데, 그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는 다른 스테로이드와 차원이 다른 치료제라고 안심시켰다. 간에서 99.9%가 바로 분해되므로 전신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미 유럽, 미국 FDA에서 만2세 아기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나 있고, 30년 이상의 안전성이 수많은 논문으로 검증된 바다. 유일한 부작용이 스프레이 방향을 코 가운데, 즉 비중격으로 계속 뿌릴 경우 코피가 잘 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역시 방향만 약간 외측으로 바꾸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단,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1~2주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2주보다는 4주, 4주보다는 6주 이상 사용하는 것이 더욱 좋다. 어차피 비염은 수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매일 사용한다면 최고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주 원인은 집먼지진드기, 철저한 환경 관리가 필요

물론 알레르기성비염의 가장 흔한 원인인 집먼지진드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1년 내내 비염이 있고, 특히 장마철이나 겨울에 심해진다. 환경 관리가 절대적이며 약물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추가적인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는 있다. 집먼지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40~50% 정도의 적정 습도가 유지돼야 한다. 대기 중의 습도보다는 진드기가 서식하는 카펫이나 소파, 매트리스, 의복 등의 습도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진드기의 서식처인 카펫과 침대 매트리스, 천으로 된 소파, 커튼 등은 제거하고, 세탁이 어려운 침구류는 진드기 항원이 통과되지 않는 특수 커버로 싸서 사용해야 해요. 방 청소를 할 때는 집 먼지 가루가 통과되지 않도록 헤파(HEPA) 필터가 부착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아예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는 면역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면역치료도 고려해 볼 만하고요.”

알레르기내과 의사의 건강관리법

사실 권혁수 교수도 두 살 때부터 아토피, 비염은 물론 천식을 심하게 앓은 환자였다. 약물알레르기까지 있어 소염제도 못 먹었다는 그는 현재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고 있을까?
“알레르기가 원래 선진국 병이라고 했잖아요. 저는 아이들에게도 유산균을 많이 먹이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균에 대한 면역을 키울 수 있도록 조금 지저분하게 키웠어요.(웃음) 저 또한 샤워할 때 비누를 쓰지 않습니다.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유익한 방법이지요. 피부에 균이 많을수록 사람은 더 건강해지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물로만 샤워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니 다들 동참해 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권혁수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어릴 적 천식을 심하게 앓았을 뿐 아니라 비염,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한 병력이 있다. 때문에 누구보다 환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병을 스스로 고쳐 보고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권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미국 NIH에서 박사후 연구 과정을 밟았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조교수인 그는 천식과 만성 기침, 비염, 호흡곤란, 두드러기, 약물알레르기 등을 전문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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