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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령 불교여성개발원장, 새해 희망을 말하다
노숙령 불교여성개발원장, 새해 희망을 말하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7.01.25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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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 초대석
 

어수선한 시국으로 인해 2017년 새해에 대한 전망이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2007년 대한민국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노숙령 불교여성개발원장은 언행일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를 앞두고 노숙령 원장을 만나 새해에 대한 기원과 여성들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들었다.

취재 백준상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새해에는 불미스런 사건들이 없길 바랍니다. 불교의 인과법(因果法)에 따르자면,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모든 것이 인과법을 따르니 인과법을 잘 공부하면 인생을 바르게 살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제9대 원장으로 취임한 노숙령 불교여성개발원장은 2016년을 뒤흔든 시국사건을 염두에 둔 듯 우선은 각자 언행을 조심하고, 사회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여성들도 적극적 사회참여로 우리 공동체를 건실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불교의 가르침처럼 죽음을 뛰어넘어야 하고 오늘을 성심을 다해 살아야 한다”면서 불교여성개발원의 웰다잉(Well-Dying)운동을 소개했다. 웰다잉운동본부는 불교의 생과 사가 다르지 않다는 사상에 따라 웰다잉 문화를 확산하고 대중화하기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웰다잉운동에 참여한 회원들은 목숨 연명을 위해 의료 장비나 시술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사전의료전향서를 제출합니다.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 회원들도 있습니다.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죽을 각오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떻게 가식에 살고 세상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회원들은 웰다잉 교육을 받고 다들 감명 받으며 좀 더 바르게 살고 언제 죽어도 웃으며 가겠다는 말들을 합니다.”
노 원장은 우리 사회가 바르게 되려면 신앙인들부터 바르게 살아야 한다면서 올바른 신앙생활이 한국사회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했다.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 불자들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무슨 목적을 위해 종교를 갖고 목적이 달성되면 종교 활동이 뜸한 기존의 세태를 비판했다. “기복적인 것을 뛰어넘어 신앙은 생활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그는 “여성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재 양성과 함께 부처님의 정신이 살아있는 불교를 일상에 정착시키는 노력들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기 마련, 언행 조심해야

불교여성개발원은 불교계 대표 여성단체로서 지난 2000년 여성 불자의 정체성 확립과 자아실현, 그리고 현실 속에서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창립됐다. 가정 교단 사회를 이끌어갈 여성 인재를 양성하고 지혜와 자비의 실천수행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더불어 교단 내의 차별적 제도와 관행의 개선을 요구해왔고 여성 불자의 사회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불교여성개발원이 여성 불자들의 힘을 결집하려 하고는 있지만, 종교에 대한 맹신이나 광신, 사술이나 치우치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여성이 불교라는 종교를 통해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보다 행복하고, 여성에게 불리하지 않은 보다 나은 불교와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려는 것입니다. 2천년 불교 역사는 사실상 여성 불자들이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
불교여성개발원은 2012년 여성가족부 최우수단체상을 수상하고, 2016년 웰다잉운동으로 행정자치부 나눔 활동분야 특별교육지원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2년부터 성남시고등동복지회관을 위탁 운용하는 등 전 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는 여성 불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여성 불자 108인’을 선정하는데 이들 여성 불자들은 불교여성개발원의 활동을 이끄는 핵심 인력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7차에 걸친 선정으로 정·관·재계를 비롯한 각계 여성 불자들이 상호교류는 물론, 교단 및 사회 참여활동 강화를 통해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07년에는 NGO단체인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을 설립해 좀 더 독립적인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노숙령 원장은 (사)지혜로운여성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불교여성개발원과 지혜로운여성의 활동은 회원들의 자발적 회비와 후원금에 의하며, 웰다잉운동본부 외에도 불교여성연구소, 교정교화센터, 가족지원센터, 명상리더십센터, 사찰음식문화센터, 불교여성다문화봉사단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불교여성다문화봉사단은 다문화 인식 개선, 다문화가정 지원 전문자원봉사자 양성, 다문화가족 나들이 등으로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정착과 다문화가족의 행복증진에 기여하는 활동을 해왔다. 노 원장은 최근 열렸던 결혼이주여성과의 송년법회의 훈훈한 모습을 전했다.
사찰음식문화센터는 사찰음식의 의미와 원리를 이해하고 널리 전파함으로써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노 원장은 계란과 우유는 먹는 채식 위주의 바람직한 식생활을 보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명상리더십센터는 내면의 마음수행으로 여성 불자의 자기계발과 리더십 향상을 통한 사회참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 노 원장은 최근 받은 간화선 명상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성들끼리만 뭘 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며, 그런 일은 의미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혼모 문제만 해도 남성들이 함께 참여해주지 않아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남성들은 왜 회원으로 안 받느냐, 는 얘기도 나오는데 장차 남성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노 원장은 불교여성개발원의 활약이 아직 기대에 못미치고 있음을 토로했다. 그는 기독교의 YWCA나 대만의 자재봉독회 같은 이웃 종교와 이웃 나라의 잘 하는 점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우선 여성 불자 108인회 등의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키고 지원을 늘려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는 부산에 부산지원, 원주에 강원지원을 두고 활동을 넓혀나가고 있다.
“회원인 여성 불자들이 사명감 책임감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관리에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전국에 산재에 있는 108인을 하나로 묶어내고, 침체된 영108인의 활약도 제고할 것입니다. 전국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장기적으로 미국 LA지원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뜻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필요

노숙령 원장은 숙명여대에서 식품영양학 박사를 취득하고 전북대 사범대 가정교육과 교수,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및 가정대학장, 일본 오사카시립대 교수 등을 지냈고 현재 중앙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교육자이다.
노 원장이 불교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때였다. 노 교수가 어느 해 학생들이 자꾸 자퇴를 해 사정을 알아보니, 당시가 IMF 시절이라 학생들의 아버지들이 직장을 잃으면서 형편이 어려워 학생들이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29세에 대학교수가 되어 줄곧 상아탑에만 있었던 그는 사회상을 뒤늦게 깨달았고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의 관점에서 그들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관점에서만 그들을 바라보았다는 반성이 일었다.
그 일은 그동안 대학교수로서 돈 걱정 없이 살아왔던 노 교수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한편 사회문제에 적극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은퇴를 하면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 방편으로 우선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불교대학 법륜스님으로부터 공부의 방법과 기본을 익혔고, 1년 과정의 경전반이 너무 좋아 자원봉사를 하며 4년이나 다닐 정도로 불교에 푹 빠졌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우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온전히 깨달았고, 다른 사람에게 화를 안 내게 되었다고 했다.
“당시 대학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지시하거나 명령하는데 매우 익숙해 있었어요. 지시대로 이행 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일이 잦았지요. 하지만 그런 일이 올바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모든 일에 자기 입장만 내세우면 안 되고 남의 말도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불교를 통해 뒤늦게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방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노숙령 원장. 그는 지금도 집에서 선(禪)을 통해 생각의 폭을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참선은 자신의 능력과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노숙령 원장은 1944년 황해 해주의 엄격한 집안에서 2남4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전북대 교수시절인 1970년대, 당시로서는 늦은 나이인 31세에 선을 통해 10년 연상의 남편을 만났다. 소위 ‘전주 양반집’ 막내로 국책기업에 다니던 사람이었다. 노 원장은 처음에는 시댁에서 이질적인 남도의 사고방식을 접하고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었다.   
“인생을 한 바탕 꿈이라고 합니다. 그 꿈이 길몽일 수도 흉몽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걱정 소망 기원이 깃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꿈은 인간의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지요. 그 꿈을 길몽으로 바꾸는데 함께 노력해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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