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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트렌드 된 ‘新캥거루족’ 분석
세계적 트렌드 된 ‘新캥거루족’ 분석
  • 송혜란
  • 승인 2017.01.3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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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도 부모에게 얹혀 산다
 

대학 졸업 후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컬어 우리는 캥거루족이라고 불러왔다. 심지어 요즘은 결혼하고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신캥거루족’까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취업, 전셋집 마련은 물론 어쩔 수 없는 맞벌이에 홀로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부모세대의 노후생활마저 위협해 엄청난 가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크나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경북 하동이 고향인 조모씨(여, 29세)는 서울 노량진에 거주하며 취업을 준비하다 내리 낙방하자 2년 전 아예 본가로 내려갔다. 최근에서야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조 씨는 부모 집에서 매달 용돈을 받아가며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이 나이에 출가는커녕 용돈까지 받으며 공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면서도 “1분 1초가 아까운 이 중요한 시기에 아르바이트 할 시간도 없어 지금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나이를 먹어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의 사연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결혼 후 부모 집에 신혼방을 차리는 신캥거루족까지 생겨났다.

3대의 묘한 동거

인천에 사는 신모(여, 32세)는 4년 전 결혼하면서 따로 집을 구하지 않고 부모 집에 그대로 신혼 방을 꾸렸다. 자신과 남편 모두 사회초년생이라 전셋집을 얻기에는 모아둔 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변변치 않은 수입에 가끔 부모로부터 용돈도 받는다는 신 씨는 부모에 대한 미안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결혼과 동시에 분가했다가 자녀 출산 후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와 묘한 3대 동거를 시작한 김모(여, 28세)도 있다. 맞벌이에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해 육아비 부담도 덜고 싶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부모에게 다달이 생활비를 준다는 김 씨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오히려 그녀는 “부모님도 손주를 돌보며 적적하지 않고, 짭짤한 용돈 벌이까지 할 수 있어 일거양득 아니냐”며 당당해 했다.
결혼하고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이 비단 이들만은 아니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구실태조사에서 신캥거루족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4%, 같은 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3.8%로 나타나 전체 가구의 4%가량을 차지했다. 2013년 기준 서울시가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시내 거주 고령자의 45.2%가 자녀와 동거하고 있다. 그 가운데 39.7%가 ‘경제적 또는 건강상 문제로 자녀가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손자녀 양육과 자녀들의 가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응답률은 6.8%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캥거루족 늘었다

사실 이러한 신캥거루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16년 5월 퓨리서치센터 연구진은 1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캥거루족의 비율이 결혼이나 동거 후 독립해 사는 이들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1960년 당시 20%에 머물렀던 캥거루족은 2014년 32.1%까지 불어났다. 반면 62%에 달하던 독립 가구의 비율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퓨리서치센터는 전했다.
이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발생한 경제 대불황이 큰 원인이 되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실제로 1960년 당시 20% 미만이었던 캥거루족이 2000년 이후 급속히 불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편이다. 캐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집에 얹혀사는 청년이 최근 30여년 사이 꾸준히 늘었다. 1981년 전체 청년층의 26.9%에 불과했던 이들은 10년 뒤 32.1%, 2011년에는 42.3%까지 치솟았다.
이웃 나라인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1980년 29.5%였던 캥거루족이 2012년 들어 전체 청년의 절반에 달하는 48.9%까지 증가했다. 부유국이든 최빈국이든 신캥거루족이 경제 불황과 맞물리며 급속히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족 리스크 잘 관리해야

바야흐로 신캥거루족 시대인 요즘. 늙어서까지 자식을 챙기는 것은 좋지만,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에는 적색불이 켜진 지 오래다. 성인 자녀를 돌보느라 은퇴를 앞둔 40, 50대 부모나 이미 퇴직한 60, 70대 부모를 경제적 궁핍 또는 파산에 이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3대가 같이 살면서 세대 간의 갈등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벌써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자칫 가족이 아니라 원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족 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잘 파악해 미리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옛 정서를 떠나 왜곡된 자식 사랑 방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한 전문가는 “특히 재정적인 부분에서 온 가족이 서로의 비전을 설계해 공유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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