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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요리가 장진주,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해요
자연 요리가 장진주,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해요
  • 유화미
  • 승인 2017.01.31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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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전문가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인 프로와 ‘…한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을 합쳐 어느 한 분야나 영역에서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인 ‘프로 ~러’. 우연히 발견한 자연이 주는 행복함에 빠져 자연을 더 잘 알기 위한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장진주 씨. 그런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프로 도전러’가 아닐까. 끊임없이 자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그녀를 커피 향이 가득한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취재 유화미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유레카를 외친 토마토와의 첫 만남

“저는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를 하는 장진주라고 합니다.”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는  말에 내놓은 간결한 문장에는 자신감과 열정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집 안 곳곳에 마련한 조그마한 화분에서 여러 채소들을 직접 길러 요리를 하고 이 콘텐츠로 책을 두 권이나 발간했다는 장진주씨. 채소와 처음부터 많은 인연이 있을 것 같았지만 그녀의 시작은 그저 스쳐 지나칠 수도 있었던 작은 우연에 있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한동안 토마토를 많이 섭취했었는데 한참을 먹다가 입에 걸리는 씨앗을 흙에 뱉어 놓았더니 어느 날 그 곳에 조그맣게 싹이 나기 시작했단다. 그것이 자라 줄기가 되고 꽃이 피더니 탐스런 토마토가 되어 있었다. 학자들이 어떤 이론을 처음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유레카를 외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경험이었다고. 그 우연한 토마토와의 만남으로 채소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되었다. 입시생들에게 생물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라는 그녀의 직업의 특성상 일주일 내내 출근이 필요하지 않았던 그녀는 남는 시간을 온통 채소 재배에 푹 빠져 지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게 아직도 안 죽었네. 다른 것도 키워 볼까?’ 하다가 어느새 거의 대부분의 채소를 직접 길러 먹을 만큼 가짓수가 늘어 나게 되었다.

길러 먹는 것을 넘어, 배워 먹는 채소를 지향하다

채소를 기르고 수확해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것들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거나 잘 알지는 못했다. 자연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커지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기르기 보다는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매일 관찰하고 변화를 지켜보며 공부를 했고 더 나아가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리고 대학원까지 진학해 원예학을 전공했다. 우리나라보다 일본이나 유럽 같은 곳의 원예 사례가 훨씬 다양한데 대학원을 다니며 해외 자료 보는 방법 들에 대해 알게 돼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농촌진흥청 같은 정부기관에서 주최하는 학회에도 열심히 나갔었는데 생각보다 가정원예나 베란다 채소 같은 것들을 굉장히 열심히 육성하고 있어 지원받을 수 있는 경로도 꽤나 다양했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도전을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면 조금만 알아봐도 훨씬 쉬워질 거라고 말한다.

맛있게 살기 위해 떠난 이탈리아

베란다나 작은 텃밭에서 작물을 기르는 일이 생각보다 아주 쉬운 일이라는 장진주씨. 쉽게 구할 수 있는 모종들을 구입해 그냥 책상 위나 베란다에 올려두기만 해도 잘 자라다보니 어느새 점점 양이 많아졌다. 이렇게 기른 방울토마토 하나, 상추 몇 장을 그냥 따서 먹기엔 너무 심심하고 양에 차지 않았다고. 그래서 티비 또는 잡지에 나오는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해 자주 접하다 보니 직접 키운 작물들을 좀 더 맛있고 건강한 이탈리아 음식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어졌다. 순전히 기호에서 오는 호기심과 약간의 충동으로 모든 것을 정리해 이탈리아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냥 그저 ‘갔다가 언제 오는데?’ 이 한마디뿐이었어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중단하고 서른이 넘은 나이로 여자 혼자 갑자기 해외로 떠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는 물음에 그런 건 전혀 없었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주변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떠난 이태리 주방은 생각보다 녹록치 못한 곳이었다. 떠나는 것보다 더 큰 난관은 바로 그 곳에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치고는 나이가 많았다는 것. 요리라는 것이 체력을 많이 요하는 작업인데 아무래도 나이 대가 높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체력적인 한계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 다음이 바로 언어 문제. 이탈리아 주방에서는 영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이태리어만을 사용한다. 이태리어가 사실 영어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가 아니어서 주방 용어만을 외우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책을 구입해 틈틈이 공부하고 있지만 해도 해도 어려운 것이 이태리어라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렇게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얻은 채소 지식과 요리 노하우를 담아 지난 여름, <나는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한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즐기는 것

웰빙이라는 주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 놓치고 지나치기 쉬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진주 씨는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즐기고 만족하는 것 자체가 바로 웰빙이라고 말한다. 건강하게 사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기만 해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채소를 직접 키워 건강하게 먹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숙주나물 같은 작물은 주전자에서도 쉽게 재배가 가능하다. 숙주나물의 씨앗이 녹두인데 녹두를 키워 숙주나물이 될 때까지 5일에서 7일 정도만 주전자에 담아 키우면 된다. 이렇게 키운 숙주나물로 쌀국수를 볶아 먹으면 그 맛이 아주 일품이라고. 또 하나 추천해주고 싶은 작물은 바질이나 루꼴라 같은 허브다. 얇은 도우나 또띠아 같은 데에 피자 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올려 그 위에 바질을 올리면 간단하게 마르게리따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루꼴라는 그냥 따서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아주 근사한 요리가 완성된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웰빙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제 웰빙 라이프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렇게 쉬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프로 도전러의 최종 꿈은 과연 무엇일까.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까지 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해 전 세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꿈이란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나도 많아 보이는 그녀는 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이 한톤 더 높아졌다. 
“제 집을 스튜디오 삼아서 채소도 키우고 요리도 하고, 요리를 하다가 재료가 부족하면 ‘ 잠깐 바질 좀 따올게요.’ 하는 식의 제 리얼 라이프를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하고 싶어요. 이런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도 되고 싶고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내년부터는 유투브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를 넘어 외국까지 진출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도 바쁜 일정을 쪼개 틈틈이 외국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녀가 누구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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