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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내 나이가 어때서
송해, 내 나이가 어때서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7.02.0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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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대폰이 고장 나 가까운 수리센터를 찾아갔다.
수리 센터는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직원들도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번호표를 뽑고 얼마 되지 않아 담당 기사가 내게로 직접 와서 자신의 데스크까지 안내했다.

그 기사는 내가 자리에 앉길 기다렸다가 선 채로 공손히 물었다.
"아버님 어떤 문제로 오셨습니까?" 아버님? 순간 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벌써 아버님으로 불려지는 나이가 되었나.

하긴 스물 두 살짜리 딸이 있으니 그리 불려지는 것에 뭐라 할 수는 없다 하겠지만
차라리 고객님이라고 불러 주었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날 밤 집에 돌아 와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하나 둘, 수를 세던 흰머리는 이제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였고, 이마의 네 가닥 깊은 주름은 이미 그 어떤 성형시술로도 메울 수 없을 지경인, 오십 문턱을 막 넘어 선 한 남자가 거울 속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 TV를 켜니  오승근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고 있었다. 얼마 전 송해 씨의 나이가 구십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전국 노래자랑으로 대한민국의 일요일 오후 한때의 즐거움을 책임지는 송해 씨의 경이로운 건강에 놀란 것이다.

내친김에 송해 씨에 대한 검색을 해보니 6.25 전쟁 때 부모 형제와 생이별을 하고 월남해 여러 연예 활동을 했다 한다. 특히 그토록 사랑했던 대학생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자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었고 삼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고 현장인 한남대교를 절대 지나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저려왔다.

그런 아픈 개인사를 가슴에 묻은 채로 국민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해온 송해 씨에게 존경의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한 가지 혼란스러운 것은 송해 씨가 그 오랜 세월 매일 맥주 다섯 병, 소주 두 병 정도의 술을 마시고도 저렇게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새해부터는 건강 생각해서 술을 좀 줄이려고 결심했는데 용기가 난다.
소맥 한잔 해야 되겠다.

나는 아직 오십 둘이다.
오승근의 노래 가사처럼 사랑하며 살기 딱 좋은 나이다.

구순의 송해 씨마저도 "야 이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라며
쩡쩡한 소리로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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