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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변호사의 새해 정국 진단
전원책변호사의 새해 정국 진단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7.02.06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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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방송 ‘썰전’에서 변화무쌍한 정치판에 대한 예언을 적중시켜 주목받는 전원책 변호사.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재벌 총수들이 총출동하는가 하면 초일류 대학병원장 등 의료계 인사들이 출동하는 청문회 등으로 연말연시 대한민국의 정계가 들썩거리는 가운데, 시대의 논객 전원책 변호사가 새해를 맞아 희망의 한국정치에 대한 따끔한 지적과 애정 어린 조언을 퀸 독자들에게 전해 주었다.

취재 김은정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시국이 시국인지라 전원책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여러 차례 미루어지다 주말인 토요일 저녁에야 이뤄졌다. 이날도 전변호사는 급히 지방을 다녀왔다며 숨 좀 돌리고 하자고 했지만 시국에 대한 뉴스를 보더니 숨 돌릴 새도 없이 바로 힘 있는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흘러온 한국 정치 상황을 그는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진단했다.

최순실게이트, 국민들의 분노가 컸던 이유

“사실 그동안 어는 정권에도 부패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을 자행한 비선 조직들이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소위 잡범 수준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더 컸죠. 최순실 차은택 등은 철저히 자신을 포장해 온 가짜 인생들입니다. 학력과 경력을 만들어내고 부풀렸죠.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봤고 국가 기밀을 만졌고 장차관  인사를 주물렀고 예산에 개입하고 정책을 건드렸습니다. ”
그는 문제가 확대될 소지는 처음부터 있었다고 했다.
“수석 비서관들이 대통령 대면보고 대신 문고리 3인방을 만난다는 건 이미 소문이 나 있었었습니다. 그랬는데 대통령을 움직인 사람은 얼토당토않은 최순실이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얼마나 놀랐겠어요. 문고리 3인방은 최순실의 집사였을 뿐이었죠. 대통령이 오히려 2인자라거나, 박근혜 최순실 공동정권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는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못했음을 비판했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세월호 7시간이 다시 논란이 됐고, 청와대가 사들인 비아그라 같은 의약품이 외국 언론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태반주사니 백옥주사 마늘주사 같은 이상한 주사제가 보도되고,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이 미용에만 신경 썼다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대통령은 대중과 완전히 멀어졌다는 것.
“사건이 이렇게 비화된 것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정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이트가 처음 터졌을 때 대통령은 다 밝혔어야죠. 그런데 대통령은 감추기 급급했어요. 그래서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 담화가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실망한 건 단순히 부패 탓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계와 근간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밖의 사람이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때

그는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탄핵을 국회에서 이끌어낸 만큼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기다릴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탄핵 가결이 있기까지 국민들이 촛불시위로 국민의 뜻을 충분히 전달해 소위 광장 민주주의를 실현했습니다. 이젠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그 결과를 지켜봐야죠. 혹여 나중에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때 다시 광장으로 나오더라도 여전히 계속해서 촛불 시위로 모든 것을 밀어 부치겠다는건 준법정신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법을 어긴 것을 나무라면서 국민들도 법을 지키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배출하면서도 법률가의 이성을 놓지 않으며 그는 국민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에서도 많은 국민의 바람대로 탄핵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탄핵소추안에 저 같으면 딱 두 가지만 쓰겠어요. 1.헌법 민주주의 파괴 2.권력사유화.  이 두 가지만 썼더라면 사실 증거도 있고 해서 탄핵이 되리라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탄핵소추안에 직무유기, 직권남용, 제3자 뇌물수수죄 등 형사적인 문제를 너무 많이 썼다는 거예요. 이런 문제는 사실관계 확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을 밝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여 밝혔다 하더라도 과연 이런 문제들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 큰 것인가를 놓고 판단한다면 결과는 반반이라고 봐요.”
그의 말에 의하면 헌법적인 문제만 탄핵소추안에 써도 될 것을 형사적인 문제를 다 써서 오히려 그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일일이 밝히기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쉽지도 않을 뿐더러 법률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사안을 다각도로 보기 때문에 무조건 광장의 함성에 밀려 신속하게 재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과연 법률가다운 냉정한 분석이었다.    
 
차기 대선주자들에 대한 전망

평소 시시각각 변하는 정국을 예측해 정확히 맞춰 세간을 놀라게 했던 그에게 조심스럽게 대선 전망에 대해 물었다.
“대선은 헌법재판소 재판과 연결되어 있는데 탄핵심판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당 주자들의 선두에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조기대선을 원하겠지만 뜻대로 되기 힘들 겁니다. 게다가 개헌론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구요. 개헌론은 정계개편과 맞물려 있고 대선 지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탄핵심판이 장기화되면 대선 지형 자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언급했다.
“1월 중순경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면 개헌론과 맞물려 반문재인 연대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기문 총장은 어느 당에도 치우치지 않았기에 그 점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겠지요.”
그러면서 민주당 안에도 변수는 있다고 봤다.
“이번 촛불시위 과정에서 가장 득을 본 사람은 이재명 성남시장인데 어렵겠지만 돌풍을 이어간다면 대이변이 생기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탄핵심판이 장기화 돼서 대선이 생각보다 늦어진다면 새로운 보수정당에게도 희망이 있구요. 어쨌든 후보를 만들어낼 테니까 말이죠. 그런데다 과거의 대선처럼 보수 대 진보 혹은 좌우 대결이 된다면 보수정당 후보는 충분히 승리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게 유동적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
“정치는 생물이라서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요. 2017년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고비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고비를 넘고 있는 중이구요.” 
 
대선주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평소 예리한 분석과 논리로 보수와 진보 양쪽이 모두 인정하는 시대의 논객에게 대선주자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첫째. 통치자의 덕목을 갖춰주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수많은 문제에 맞닥뜨리는 자립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에 언제라도 부딪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직책에 합당한 지식과 용기, 결단력 그리고 용인술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경험하면서 이제 하나가 더 늘었다고 한다.
“바로 도덕성입니다. 지금까지는 도덕성은 보수주의자의 덕목이었지만 이제 진보주의자에게도 도덕성은 요구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선주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감당할 수 없으면 나서지 말아야 하구요.”
그리고 또 당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를 할 때 다음 세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독재를 했던 박정희가 칭송받는 건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문민정부 들어와서 다음 세대, 다시 말해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자면 지금 우리 재정은 최악의 상태라는 것을 들었다. 국가 부채는 문민정부마다 두 배로 늘었다는 것. 특히 박근혜정부는 세금은 올리지 않으면서 복지를 확대하느라 매년 50조에서 60조 가량 중앙정부 부채를 늘렸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앙정부 부채만 590조5천억. 아마 올해 말엔 650조가 될 것이다. 여기에 500조가 넘는 공기업 부채가 있다. 이 대부분은 적자성 부채다. 갚을 자산이 없는 빚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다음 정부는 처음부터 재정 절벽을 만납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세제 개편은 절대적입니다. 서구 복지모델을 따르겠다면 우리도 서구처럼 소비과세와 소득세를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우리도 스페인이나 그리스 같이 됩니다. 다시 IMF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겠습니까?”
경제에 관한 한 정말 우리 사회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
“경제는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 정부 들어 철강 조선 해운이 무너졌고, 자동차가 무너지고 있고 ICT조차 위험신호가 왔습니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대선주자들에 대한 바람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위대한 정치인은 자기희생과 열정을 보여줍니다. 그런 통치자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여러 가지로 한국 사회가 암울해 보이지만, 우리 민족에겐 저력이 있으므로 그것을 뛰어넘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수많은 고비를 넘어온 민족입니다. 지금도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큰 고비를 넘고 있습니다. 어차피 거쳐야 할 고비지요.”
그러면서 그는 변호사이기 전에 오래 전 등단하고 최근 두 번째 시집(<나에게 정부는 없다>)을 낸 시인다운 감성으로 한국 사회에 밝은 메시지를 들려줬다.  
“겨울이 오면 봄이 옵니다. 그치지 않는 음악이 없듯이 그치지 않는 비바람도 없습니다. 새해에는 근사한 일들이, 신명나는 일들이 넘칠 것이라고 생각합시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옵니다. 모두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퀸 독자들에게도 꼭 한 말씀 드리고 싶다며 짧고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각합시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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