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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이 말하는 진짜 사랑 이야기
고민정이 말하는 진짜 사랑 이야기
  • 권지혜
  • 승인 2017.02.0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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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 지난 1월 23일 KBS를 떠난 고민정 전 아나운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여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게 된 그녀가 KBS 아나운서 시절 퀸에 고백한 시인 남편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결혼 당시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남편 조기영 시인과의 지고지순한 서약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고민정 아나운서. KBS 다큐드라마 <결혼 이야기>에 부부가 함께 MC를 맡아 화제가 되었던 그녀를 퀸에서 만났다. 웬만한 연애소설보다 더 사랑스러운 이들 부부의 연애시절과 결혼 이야기.

취재_ 권지혜 기자 사진_ 양우영 기자

고민정 아나운서와의 만남은 추운 날이었음에도 봄같이 따뜻했다. 그녀가 말하는 남편 조기영 시인과의 러브 스토리는 봄날의 연속이었고, 사랑할 시간도 모자라 다툼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랑하는 그들에게도 시련이 왔다. 남편이 희귀병 판정을 받은 것. 그녀는 아픈 남편의 옆을 끝까지 지키며 아픔을 함께 했다.

로맨스의 시작. 첫 만남… 첫 문자…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때 남편을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멋있고 훈남 같은 이미지였고, 12살의 나이 차이 때문인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연예인 같은 느낌의 선배였다고 한다.
그녀 나이 21살. 보통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30대의 남자 선배를 보면 아저씨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가 처음부터 아저씨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이 정우성을 ‘아저씨’라고 느끼지 않는 것처럼. 조기영 시인은 후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따르는 후배도 많았고, 영양가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는 매력남이었다. 자신의 경험담이나 책 이야기, 요즘 학교 다니는 게 어떻냐, 같은 자상한 이야기들이다. 처음부터 그에게 호감을 가진 그녀는 ‘이야기하는 차원이 다른 그 남자’에게 끌렸다.
그에게 반한 그녀는 멋있는 선배인 그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너무 대선배라 차마 가까이 갈 수 없어 안타까울 뿐.
그러다 선배에서 연인으로 서로 다가가게 된 계기가 생긴다. 당시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던 그녀가 내외적으로 힘들어 방황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때 우연찮게 그와 연락이 닿으면서 통화를 자주 하게 된다. 그 또한 이미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였지만, 추측하기로 나이가 워낙 어려 좋아한다는 얘기를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정도였던 것.
그러다 동아리 모임으로 동기들과 함께 대선배인 그를 만나기로 했는데, 마침 동기들이 모두 일이 생겨 못나오는 상황이 발생한다. 민정 씨 혼자 그 자리에 나가게 되었고, 나중에 그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그녀가 혼자 나오는 것을 보고 내심 좋았다고.
이것이 이들 부부의 첫 데이트였다. 그 이후 통화도 더 많이 하고 바람도 쐬러 같이 다니면서 점점 사랑으로 변해갔다. 둘의 만남은 시간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연애 6년 내내 애정전선 항상 맑음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넘어가던 시절엔 연애편지를 많이 주고받지 못해 아쉬웠던 그녀. 사랑하는 이들 부부는 하고 싶은 얘기들을 문자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만약 핸드폰이 없었으면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많이 썼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남편은 그녀가 캐나다로 1년 동안 유학 가 있을 당시에는 책 한권짜리 두께의 노트에 편지를 써서 보내주기도 했다.
이렇게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면서도, 그 남자는 연애를 시작하고 6개월 동안 한 번도 사랑한다, 좋아한다, 사귀자,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귀자’라는 말은 보통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의 첫 마디가 아닌가. 그렇다고 그것이 둘의 사랑에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이 나한테 보여주는 태도나 말이나 몸짓을 통해서 ‘아, 이 사람이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구나.’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냥 말로 하는 것보다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이들 부부는 연애를 하는 6년 동안 싸운 기억이 없다. 절대 안 싸우지는 않았겠지만 그것도 거의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결혼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났지만 더 자주 만나지 못해 서운할 여지가 없었다.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새하얀 도화지였다

“나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 남편은 물감과 붓을 가진 사람.” 그녀가 그를 만날 당시 20대 초반의 그녀는 그야말로 새하얀 도화지 상태. 아무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물감과 붓을 가진 사람”이라고 비유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앞으로 둘이 함께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지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조기영 시인이 그녀라는 하얀 도화지에 색색의 그림을 그려 넣은 것.
“스무 살 때까지는 아무것도, 뭣도 모르고 그냥 살았죠. 엄마가 먹여주는 밥 먹고, 재워주는 집에서 자고. 그러다가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내 진로도 찾고 가치관도 찾고 연애관도 찾고, 여러 가지 것들을 찾아 나가는데 그때 남편을 만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그 사람과 함께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나운서라는 꿈도 그 사람과 함께 꾸었고, 아나운서가 되고 난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도, 책을 많이 접하게 된 것도 그 사람하고 같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정신적으로 그 사람을 빼면 할 얘기가 별로 없어요.”
그녀는 그에게 다섯 번의 청혼을 한다. 좀 더 자리 잡은 뒤 결혼을 했으면 하는 그의 배려였으나, 그녀는 “사랑을 더 넘어서서 이 사람이라면 나를 정말 멋진 사람으로,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드는데 어떻게 이 사람을 놓칠 수 있었겠어요.”라며 사랑이 넘치는 미소를 짓는다.

남편의 강직성 척추염, 정보가 없어 막막했다

남편은 결혼 전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경황이 없고 슬픔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아무래도 아픈 사람을 간호한다는 것이 여간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희귀병으로 인해 그와의 만남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고민이 있다면, 희귀병이기 때문에 병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되는지,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보니 그런 막막함에서 나오는 두려움이 있었을 뿐.
그녀에게 그와의 결혼은 그저 전제였다. 그를 간호하면서 그녀에게 떠오른 생각은 ‘결혼해서 우리가 부부가 됐을 때 저 사람이 만약에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면 우리는 어떤 곳에게 어떻게 생활을 할까’ 하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미래는 언제나 그와 함께였다. 지금 남편은 많이 호전되었고, 그 스스로 잘 컨트롤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와 같은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그녀는 영낙없는 시인의 아내였다. 그녀에게 시는, 화려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아주 깊은 감동을 주고, 때론 그 사람에게 그림이 되어주기도 하고, 영화가 되어주기도 하고, 휴식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론 용기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유동적인 방송일 속에서 자신이 무슨 방송을 하든지 그냥 자신의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그런 휴식과 같은 순간이 되는 것. 그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시와 같은 아나운서’다.
<결혼 이야기>의 MC를 남편 조기영 시인과 함께 맡은 그녀는 <결혼 이야기>를 “집에서 만든 된장국에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색깔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그녀의 러브스토리와 색이 비슷하다.
그녀는 젊은 친구들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이 결코 무덤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것. 더 빛나고 싶다면 더 빛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을 만날까. 그녀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한다. 나를 빛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전에 나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주위의 연인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과 닮은 사람과 만난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내가 아무리 가난하고 못생겼어도 정말 나를 영혼적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그런 남자를 원한다면, 여자도 똑같이 남자가 돈이 하나도 없고 못생겨도 진심으로 그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사람에게 드라마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드라마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를 온전히 나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훨씬 내 인생이 빛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으니까.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 그 장이 결혼인 것 같고, 날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야 해요. 상대방도 마찬가지죠. 상대방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야죠.”
그녀는 결혼을 철길에 비유한다.
“부부는 철길처럼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너는 너의 길을 가고, 대신에 가는 목적지가 같아야 한다”
그녀의 올해의 목적지는 지금 이대로의 상태로 올 연말까지 계속 가는 것. 1월 1일부터 남편 조기영 시인과 방송을 함께 시작했고, 좋아하는 라디오 음악방송을 맡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선생님의 꿈을 이뤄 봄 학기부터 강단에도 서게 되었다. 아이 둘 다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남편도 이제 아프지 않다.(퀸 매거진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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