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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방민호 교수, 국어공부 잘하는 법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방민호 교수, 국어공부 잘하는 법
  • 송혜란
  • 승인 2017.02.06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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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능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조기교육부터 수능언어 영역별 공략법, 논술공부법, 또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참고하면 좋을 국어교육법까지. 서울대학교 방민호 교수에게 ‘국어공부 잘하는 법’을 들었다.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수능언어영역에서 고득점을 받고 싶은데, 문제집 수십 권을 풀어도 점수가 잘 오르지 않아요.”
수능언어영역은 아무리 단시간에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점수받기 어려운 과목 중에 하나다. 특히, 그간 책을 멀리했던 이들이라면 이 말에 더욱 공감할 것이다. 이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방민호 교수는 국어공부를 잘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늦은 것일까?” 답은 “아니다. 아직도 방법은 충분히 있다.” 
  
Q 국어공부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요.

질문이 매우 어렵습니다. 국어는 물론 학교에서 필수과목입니다. 국어책 만드는 집필진이나 국어 교사들도 체계적으로 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은 합니다. 그런데 국어를 잘한다는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잘 가르쳐 주겠지, 잘 공부하겠지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 오랜 경험으로는 어려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더 어려서는 부모들이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찍 언어 능력이 계발된 아이만이 국어 공부에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가 책을 들려주면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에 가까워지게 되고 그림책이든, 동화책이든 찾게 됩니다. 물론 한글도 일찍 접하고 뗄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이 제가 생각하기에는 국어공부 능력의 50% 이상을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국어공부 준비가 된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오면 그 다음에는 역시 수준에 맞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으면서도 좋은 책을 찾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부모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학교 선생님이나 독서 지도 교사들의 도움을 잘 받는 것도 아주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지금 어떤 지적 상태에 놓여 있는지, 책을 얼마나 접했으며,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책을 읽으려는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잘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통하여 아이들이 독서 세계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리 늦었다고 생각되더라도 이 과정을 빼놓으면 국어세계로 진입하는 길은 그만큼 멀어지고 또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능언어영역 고득점? 무엇보다 읽는 능력을 계발하라

Q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국어공부를 시작하면 최종적으로 수능 언어영역 시험을 통해 실력을 검증 받습니다. 이에 수능 언어영역에서 평가하려는 듣기와 쓰기, 말하기, 읽기(비문학, 문학) 능력에 모두 능해야하는데요. 각 항목별로 수능 언어영역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한 비결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요즘에 대학에 들어가려면 수능시험이라는 것을 치러야 합니다. 수능시험이라는 것은 풀어서 말하면 수학능력 시험, 즉 대학에서 공부를 얼마나 잘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느냐를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국어공부를 한 학생들이 이 수능시험에서는 언어 능력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받게 됩니다.
옛날 같으면 국어과목 시험이 있었겠지만, 그 대신에 대학에서 공부를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를 언어 차원에서 측정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언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한국어, 즉 국어일 수밖에 없으므로 언어 능력시험이라는 것은 국어 능력 시험이 되는 셈입니다.
자, 그럼, 그 언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게 되느냐가 문제겠지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네 가지 영역의 언어생활을 해나가기 때문에 바로 이 네 개의 영역에서 어떤 수준에 놓여 있느냐가 평가 대상이 됩니다.
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 등을 평가한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 네 영역이 시험에서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의 생활에서 이 네 영역이 동등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것과도 맥락이 통하는 것이며, 또 시험을 통한 측정의 어려움의 차이 때문에도 네 부분이 같게 평가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생각입니다만.

Q 수능의 언어 능력 시험에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학생들이 무엇보다 읽는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듣고 말하는 것은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것은 학생들이 늘 연습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늘 연습을 해도 학생들이 듣고 말하는 능력이 똑같지 않은 것을 보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지적 능력의 차이 때문입니다. 즉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과 정보의 차이 때문에 같은 말을 들어도 이해 수준이 달라지고, 같은 뜻을 표현하려 해도 섬세함, 정확함에서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지요. 쓰는 것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즉 읽는 쪽을 잘 계발하는 것이 다른 모든 것의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읽기 쪽으로 집중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읽기 능력을 시험에서 측정할 때는 문학 지문과 비문학 지문의 두 계열이 있습니다. 이 두 부분을 고루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문학지문에는 대략 현대문학의 시와 소설, 고전문학의 지문들이 출제됩니다. 비문학 지문은 인문학 관련 지문, 사회과학 관련 지문, 과학 관련 지문 등으로 나누어 출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다양한 영역에 걸친 지문들을 잘 읽고 그 뜻을 헤아리고, 그에 바탕하여 얼마나 잘 추리, 판단할 수 있는가가 언어 능력 평가의 중요 목표가 됩니다. 따라서 이 각각의 영역의 언어적 구성물들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게 관건입니다.
그러면, 이 각각의 영역들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는 다른 무엇보다 그러한 종류의 글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평소에 읽고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읽기 능력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책들만으로는 충분히 계발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교과서 이외의 책들을 다양하게 접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준의 학생들에게 대학이 요구하는 지적 능력이 그렇게 고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언어 능력 시험의 문제들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접할 수 있는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출제되게 마련입니다. 심지어 문학 관련 문제들은 특히 EBS 교재에 나오는 지문들을 상당 부분 시험에 반영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평소에 고등학교 수준에서 요구하는 문학 작품들, 그리고 인문, 사회, 과학 관련 책들을 꾸준히, 체계적으로 읽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문학 작품들은 특히 시기별 한국대표 소설선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시도 대표적인 시들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학 부분도 인문, 사회, 과학 부분도 좋은 조언자를 얻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매우 필수적입니다.
이것은 마치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도 들릴 수 있겠지만, 요즘에는 학생들끼리도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 내외에 좋은 조언 그룹이 잘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학생들끼리도 서로 돕고, 학교 교사나 동아리 지도 교사, 그밖의 선배나 어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술 잘하는 학생 되는 법, ‘쓰기 능력’과 ‘사유 능력’을 계발하라

Q 수능공부와 더불어 논술공부에도 유익한 방법이 있을까요?

서울대학교에서도 논술 시험을 보고 이를 통하여 학생들의 능력을 측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논술시험이라는 것은 일단, 일종의 쓰기 능력 측정이지만, 그것을 통하여 학생들의 총체적인 사유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논술시험의 대비는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쓰기 능력을 어떻게 계발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사유 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입니다.

<논술시험을 위한 쓰기능력의 계발>
먼저 쓰기 능력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논술 시험 분량의 글을 구성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글을 구성하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논술에서는 ‘서론-본론-결론’의 3단 구성이나 ‘기-승-전-결’의 4단 구성 방법이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3단 구성, 또는 4단 구성의 글쓰기란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잘 쓸 수 있는가 하는 요령을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논술시험을 위한 사유능력의 계발>
다음으로 논술 시험을 위한 사유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이것은 앞에서 말한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문제로 돌아가게 됩니다. 모래땅에 꽃이 필 수 없듯이 빈 정신으로 좋은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머리를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독서 카드 같은 자기 공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자기가 읽는 책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 자신의 생각 등을 간단하게라도 적어보는 게 좋습니다. 물론 다른 학생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더욱 좋습니다.
또, 옛날 같으면 신문 사설 같은 것도 읽는 게 좋겠다고 말씀 드릴 수 있지만 요즘에는 사설들이 정치적인 논리에 너무 치우쳐 있습니다. 그보다는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신문의 좋은 칼럼들을 선별해서 읽고 그 뜻을 새겨 보고 또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어공부 잘하려면 만화·게임에 빠지지 않게 하라

Q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국어 공부는 언어 공부요, 문자 공부입니다. 아이들이 책에 가까워지려면 다른 무엇보다 만화나 게임 같은 것에 너무 빠지지 않도록 부모들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소리냐 하실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그림으로 지적인 세계에 접근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말씀이지요.
그러나, 세계를 문자로 이해하는 것과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세계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국어 능력인데, 그러려면 어려서부터 문자적인 세계에 친숙해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잘못된 통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은 무조건 그림책이어야 하고, 동화에도 그림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만화로 지식을 접하게 해준다는 온갖 종류의 책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그림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데 익숙해지기 쉽고, 자연히 문자적인 세계로부터 멀어지는 본의 아닌 결과가 초래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가급적 문자적인 언어에 친숙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 아이들이 그림 세계에만 빠지지 않도록 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싸워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정말 문자 그대로 ‘싸움’이 되기 쉽습니다. 게임이나 만화 같은 것이 얼마나 감응력이 셉니까? 한 번 이 세계를 접한 아이들은 문자책은 싫고 그림책이나 만화, 게임에 길들여지기 쉽습니다.
이 중독적인 힘을 적절히 제어하고 아이들이 국어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쪽으로 끌어오려면 부모들이 여간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부단히 신경을 쓰면서도 아이들과 슬기롭게 싸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바른 생각’ 하나가 중요하다

Q 국어공부 외에도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 중요한 또 다른 사항들이 있겠죠?
 
국어 공부를 잘하고, 수능시험에서의 언어 능력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논술시험을 잘 보는 것, 이 모든 것은 복합적이고도 총체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복잡다단한 일을 복잡하게만 풀 수는 없습니다.
가장 고도의 진리는 단순하다는 말을 믿어 볼 만합니다. 아이들, 학생들이 좋은 국어 능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생각을 좋게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식물의 넝쿨이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 여러 갈래를 치며 뻗어가듯이, 하나의 좋은 생각으로부터 깊고 넓은 생각들이 가능해지게 되고, 이것이 결국에는 생각하는 능력, 국어 실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아이들, 학생들에게 이 시대가 요청하는 ‘바른 생각’ 하나라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 학생이,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대기 오염 문제도, 빈부 문제도, 나라와 나라 사이 문제도 모두 응용해서 잘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또 그 생각을 남들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겠지요.
저는 ‘나보다 남을 위하라, 즉 사랑하라’. 이것만큼 소중한 가치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불교나 기독교 같은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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