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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우근 교수, “뇌졸중 의심 되면 지체 없이 119 부르세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우근 교수, “뇌졸중 의심 되면 지체 없이 119 부르세요”
  • 송혜란
  • 승인 2017.02.15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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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생활 속 예방과 전조증상, 응급조치
 

어느 날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앞이 잘 안 보이고 극심한 두통까지 찾아왔다면 혹시 뇌졸중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이때 1분 1초도 지체하지 말고 바로 119부터 부르도록 하자. 집에서 급히 할 수 있는 대증요법은 없다. 119의 도움 없이 직접 환자를 이송하는 것도 금물이다. 뇌졸중 전문의인 서우근 닥터는 “환자를 주무르거나 약도 먹이지 말라.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은 발병한 지 3시간 이내이다. 특히 겨울철 불청객으로 알려진 뇌졸중. 이번 달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우근 교수를 만나 뇌졸중의 원인 및 증상, 예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사실 뇌졸중이 겨울철 병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죠.”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의 파열로 인해 뇌 조직 내부의 혈액이 유출돼 발생하는 뇌출혈로 나뉜다. 보통 허혈성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뇌경색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주로 발병한다. 무더위로 인해 몸 구석구석에 있는 말초혈관이 확장되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뇌혈관에 동맥경화가 있을 경우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의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진다.
반면 출혈성 뇌졸중인 뇌출혈은 혈압이 높아지는 겨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한 병이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평소보다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되면 혈압이 올라가는데, 이때 탄력까지 잃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수 있다. 
“뇌졸중이 겨울철 병이라기보다 환절기 병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기온 변화가 있을 때 혈압도 오르내리니까요. 그렇다고 계절이 꼭 중요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뇌졸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지 생길 수 있어요. 어느 순간 생겼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요. 뇌졸중 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나 기존 뇌졸중 환자는 계절과 관계없이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뇌졸중 전조증상

1년 365일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무서운 질병, 뇌졸중. 우리나라 40~50대 사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뇌졸중이다. 심근경색이나 간 질환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다. 수술에 성공해도 후유증이 남아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큰 고통을 안겨주는데…. 뇌졸중 환자의 생사와 후유증 정도는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이뤄지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가 먼저, 혹은 주변에서 환자의 병이 뇌졸중임을 감지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다. 뇌졸중을 한번이라도 겪은 이들은 마치 벼락이 치듯 갑자기 증상이 찾아온다고들 말한다. 찌릿찌릿 극심한 두통에 뒷목을 잡고 쓰러지면 뇌졸중인 걸까?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나타나는 전조증상에 대해 알아보자.
서우근 교수는 대한뇌졸중학회에서 말하는 뇌졸중의 전조증상에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갑자기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저리거나 감각이 없어 숟가락을 들지 못할 정도의 반신 마비가 온다. 둘째, 갑자기 발음이 이상해지는 언어 장애가 생긴다. 셋째, 한쪽이 흐리게 보이거나 아예 안 보이는 등 시각 이상이 감지된다. 넷째, 어지러움을 동반한 보행 장애 증상을 보인다. 자신은 똑바로 가려고 하는데 걷다가 자꾸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극심한 두통이 발생한다. 평소 앓았던 가벼운 두통이나 심한 편두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말 그대로 극심한 고통이어야 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전조증상이에요. 조금 어려운 말로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라고도 합니다. 쉽게 말해 뇌졸중이 생기다가 말았다고 생각하면 돼요. 만약 이러한 증상들이 24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진짜 뇌졸중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뇌혈관에 혈전이 있거나 아예 혈관이 터졌을 수도 있지요. 당장 병원을 찾아 MRI, CT 등의 뇌 검사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모든 뇌졸중에 수술이 만사일까?
 
뇌 영상 촬영을 통해 뇌졸중이 확실시 됐을 때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뇌경색이냐, 뇌출혈이냐에 따라 치료법은 많이 달라진다. 먼저 뇌경색일 경우 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개통해줄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병력과 뇌졸중 증상의 정도, 막힌 혈관의 위치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혈관 재개통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수술만 성공한다면 예후는 썩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 수술도 뇌졸중이 발병한 지 6~8시간 이내에만 이뤄질 수 있다.
“요즘도 많은 분이 뇌졸중 환자 발생 시 집에서 주변인이 할 수 있는 대증요법을 궁금해하는데요. 그걸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말고 바로 119부터 부르세요. 물론 환자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위급한 경우는 예외이지만, 심장마비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드뭅니다. 환자를 주무르거나 약도 먹이지 말고,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합니다.”
119의 도움 없이 보호자가 직접 환자를 이송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그는 경고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더 오래 걸리고 자칫 환자가 이송 중 다칠 수도 있습니다. 119 구조대원은 전문가입니다. 응급조치도 곧잘 하며, 특히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인근 병원이 어디인지도 잘 알아요. 수많은 환자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도 있을 테니 환자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뇌졸중 환자라고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혈압성 뇌출혈은 과거 수술이 많이 이뤄졌으나 요즘은 꼭 해야 하는 경우 외에는 가벼운 시술이나 약물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해졌다.
“뇌졸중 환자는 무조건 빨리 병원을 찾아 증상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수술만큼이나 약물치료도 중요한데요. 뇌졸중이 재발하는 이유 중 상당수가 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서입니다.. 뇌졸중의 완치를 위해서는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뇌졸중 발생 원인에 따라 치료법은 천차만별이지만, 심지어 별다른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완치되는 환자도 간혹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뇌졸중이다, 뇌에 이상이 생겨 쓰러졌다고 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뇌졸중 환자 중 3분의 1이 대개 걸어서 퇴원하고 있고요. 3분의 1은 후유증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아요. 3분의 1 정도만 안면 마비, 언어장애, 정신혼란, 반신불수 등 심각한 장애가 생기거나 사망하지요. 전체적으로 수술 시기만 놓치지 않으면 약물이나 재활치료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뇌졸중에 좋은 운동과 음식

뇌졸중이 제아무리 예후가 좋더라도 평생 재발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만큼 평소 이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번도 뇌졸중을 겪지 않았더라도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체질에 따라 적절하게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다. 일반적으로 약간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해주는 게 좋다고 서우근 교수는 조언했다. “중노년 층의 경우 근육 운동도 함께 해주는 게 좋아요. 유산소 운동만 하게 되면 되레 근육이 더 약해질 수 있거든요.”
식이요법으로는 대개 야채와 과일, 생선을 많이 먹으라고 그는 권유했다. 야채와 과일에 들어있는 칼륨 성분이 혈압을 낮춰져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하다. 등이 푸른 생선에 들어있는 오메가3가 혈액순환에 좋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육류를 먹지 말라고는 안 합니다. 보통 고지혈증이 있는 어르신들이 기름기 많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아 빼빼 말라버리더라고요.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해요. 특히 고기에는 단백질은 물론 철 성분도 풍부하지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한식이면 굳이 건강을 위해 뭘 챙겨 먹지 않아도 식이요법은 충분해요. 단, 국과 찌개는 나트륨 함유량이 많으니 그것만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빵과 과자를 비롯해 인스턴트 음식은 일체 피하고요!”

신경과 의사의 건강 관리법

가족 중에도 뇌졸중 환자가 있다는 서우근 교수는 응급실에 찾아오는 환자가 남 같지 않다고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뇌졸중 환자를 지켜보고 있는 신경과 의사의 경우 평소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저는 건강관리 잘 못 해요.(웃음) 건강을 위해 특별히 챙겨 먹는 비타민이나 영양제도 없고요. 물론 술이나 담배는 안 합니다. 식사는 좀 신경 쓰는 편이에요. 평일에는 일 때문에 바쁘니까 주말에는 가급적 외식보다 집에서 직접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해요. 그렇다고 삼계탕이나 오리탕 등 특별히 선호하는 보양식은 없어요. 편식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TV 방송이나 신문에서 어떠한 식품이 무슨 질병에 좋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특정한 식품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요즈음.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 방송에서 어떠한 식품이 뇌졸중에 좋다고 보도한 다음날 보니까 병실에 있는 모든 뇌졸중 환자가 다 그것만 먹고 있더라고요. 해당 식품이 설사 진짜 뇌졸중에 좋다 한들 무슨 음식이든 과다 섭취하면 몸에 유익할 리 없어요. 건강을 위해 뭘 꼭 한다기보다 상식적인 선에서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서우근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서우근 교수는 고려안암병원에서 인턴, 신경과 전공의 과정을 밟고,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전임의 교수를 역임했다. 2016년 5월부터 삼성서울병원 진료부교수직은 맡은 그는 대한신경중재치료학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대한뇌졸중학회에서 ‘Young Investigator's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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