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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 서른을 맞이한 당신에게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 서른을 맞이한 당신에게
  • 송혜란
  • 승인 2017.02.15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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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 무엇이든 다 막연하기만 했던 20대를 지나 서른을 맞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왜 난 아직도 쉽게 상처받고, 아파하는 걸까?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자신에게서 탓을 찾는 이들을 섬세한 사람이라고 부른다는 이동귀 교수. 그는 서른 살이야말로 타인의 시선에 의해 바뀌지 않을 자유가 있고, 상처 주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지켜 낼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에게 듣는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하루 심리학.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다가, 하물며 부모,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갈등의 원인은 모두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은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 베풀었는데 돌아오는 것은 무심한 태도뿐이니 말이다. 때로는 배신감에 사무쳐 남몰래 울어대며 홀로 아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 다시는 상처받지 않겠다며 스스로 강해지자고 결심해도 달라진 모습에 지치는 것 또한 늘 자신이다. 유독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쉽게 상처받고,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섬세한 사람들이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자신의 모습이 못마땅해 서른 즈음을 기점으로 이를 바꿔 보려고 부단히 애쓰는데….
“그래도 달라지는 건 전혀 없어요. 서른 살은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이지요. 누구나 서른 즈음 인생의 변화를 꿈꾸지만, 이때야말로 바뀌어야 할 의무가 아닌, 바뀌지 않을 자유가 주어지는 때입니다. 우리의 삶은 가파른 직선형이기보다 완만한 나선형이에요. 서른 또한 느릿한 성장 과정의 한 단계이지요. 자기다움을 포기하려는 모든 노력과 시도를 그만두고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연습부터 시작하세요.”

자기다움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
“결국, 답은 자기 결대로 사는 겁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은 이들이 자기다운 것인 무엇인지, 자기 결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라 방황의 길을 걷고 있다.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려면 진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전에 답이 있을 수도 있어요.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은 그 고민을 어떻게 풀었는지 간접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거지요. MBTI와 같은 성격유형검사를 받아도 좋아요. 결과를 너무 맹목적으로 믿기보다는 참고 정도로만요. 또 오랫동안 자신을 알아 온, 그래서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과 자주 이야기를 해 보세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평소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가끔은 자신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기도 하거든요.”
한편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아를 찾는 방법도 있다. 그들에게는 대개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거나 내 공을 자주 가로채 가기도 하고, 일은 많이 시키면서 보상은 제때 해 주지 않는 등의 비슷한 점 말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간의 공통점, 키워드가 바로 자신과 통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헤르만 헤세도 내 안에 없는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할 수는 없다고 했어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단점을 상대방을 통해 다시 봤을 때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지요. 그럴 때는 그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단점은 그 사람이 고민할 문제이지 우리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내 안의 나에게 더 집중하기

물론 이제 그만 떠나보내야만 하는 내 안의 어린 자아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어릴 적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다. 좀 더 내 안의 나에게 더 집중해 볼 때이다. 어김없이 영유아기 애착 형성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등장한다.
애착이란 아주 어릴 때 주 양육자인 어머니와 형성된 정서적인 유대감을 말한다. 어린아이는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다. 아이의 생존을 위해서는 엄마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이 시기에 엄마가 차가운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에게는 마치 그것이 첫 번째 사진처럼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어릴 적 애착 형성이 잘된 사람은 훨씬 적극적이고 자율적이며 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게 소통한다. 반면 애착이 불안정했던 사람은 언제 엄마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지나친 의존성을 보인다. 친밀한 관계 맺기를 거부하며 누구와도 일정한 거리 두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어릴 때 어떻게 애착을 형성했는지 알게 되면 비로소 모든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 옵니다. 아직도 그때 그 시절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 이제는 어린 자아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해야 해요. 스물다섯 이후부터 생기는 잔주름은 모두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어릴 적 자아와 이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동귀 교수도 심리 치료 때 주로 이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상담자의 자존감이 낮다는 데 문제가 있다.
“향후 심리학자로서 풀어야 할 엄청난 난제입니다. 아무리 격려하고 위로해도 잠깐 좋아졌다가 또다시 가라앉아요. 최근에는 마음 수련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우리가 종교라고 하면 믿음이 우선이잖아요. ‘네가 곧 부처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그 다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자꾸 자기 확신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해요. 빅터 프랭클도 그런 말을 했지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신이나 멘토 등 누군가가 대신 말해 주기를 바란다고요. 그러나 답은 자신만이 알고 있습니다.”
본래 사람이란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다. 세상에 나처럼 생긴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야지만,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성취해야만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어떻게 믿게 할 것인가? 많이 고민해 봐야겠지요. 분명한 것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되면 다른 사람도 아주 소중하게 여기게 돼요. 사람을 대할 때 한없이 관대해질 수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법

자신이 세상에 유일한,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후 조금씩 자기다움도 회복한 이라면, 또 한 번 벽에 부딪힐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롯이 자신의 결대로만 살 수 없는 이 서글픈 현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게 삶의 진리이지 않은가! 이때 이동귀 교수는 하나의 현실 처방전을 제시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24시간. 그중 3분의 1은 자야 하고, 또 3분의 1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지요. 그럼 나머지 3분의 1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하루 24시간 중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의 비중은요? 하루 일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늘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교수는 매일 네 시간밖에 잠을 못 잔다. 자가용도 없이 어디든 걸어서 다니는 그는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걸으면서 하나하나 알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도 연구실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때면 그 어느 때보다 큰 행복감을 느낀다. 최근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있다는 그는 인상적인 구절이 나올 때마다 골똘히 사색에도 잠겨 보며 여전히 인생에 대해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 또한 크다고.
상황 때문이든 자신의 노력 부족이 문제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지 못하다면, 다시 한번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자.
“‘Want’ 무엇을 원하나요? ‘Doing’ 그래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Evaluation’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 효과적인 일인가요? ‘Plan’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계획을 다시 짜 보세요! 단 플랜을 세울 때는 대단히 구체적이어야 할 겁니다. 하루하루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짧아요. 그 시간에 계속 남의 시선 신경 쓰고, 남과 싸워 가며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지 마세요! 그들은 그들의 노래를 부르게 두고, 당신은 당신의 노래를 부르세요! 올해는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하며 사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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