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노교 이곡
대형마트에서 우연히 못 보던 중국 백주(白酒)와 마주쳤다. ‘노주노교(瀘州老窖) 이곡(二曲)’으로, 중국 발음으로는 ‘루저우라오자오 얼취’쯤 된다. 중국 농향형 백주의 발원지인 쓰촨성 루저우 시에서, 중국 4대 명주로 꼽히는 노주노교특곡을 만드는 노주노교주식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노주노교주식회사는 ‘궈자오’(國窖)라는, 1573년부터 백주를 만들어온 오래된 술 발효지(老窖)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이 발효지는 1996년 중국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중국 제일의 발효지라는 영예를 얻고 있다.
중국의 전통 백주들은 황토에 물을 섞어 만든 발효 구덩이에 수수 등 곡물과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체 발효법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래된 발효지에는 600종 이상의 미생물이 곡물을 알코올 발효하여 독특한 향을 형성하며, 발효된 술은 증류 후에 공기가 통하는 항아리에 넣어져 숙성된다.
루저우의 유럽의 명주 생산지역처럼 술을 저장숙성하기에 빼어난 위도와 조건을 지닌 곳으로 항아리 숙성을 통해 더 좋은 향과 부드러움을 이끌어낸다.
노주노교특곡은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명주이다. 현지 특산의 우수한 붉은 찰수수와 맑고 깨끗하며 단맛이 도는 물을 사용하여 향기가 짙고 오래가며 맛이 달고 깔끔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주노교 이곡은 유한회사 금용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알코올 함량 45%의 120㎖ 제품이다. 중국에서 10억 병 이상 판매된 제품으로 ‘중국의 참이슬’ 이라고도 얘기된다. 원료는 고량(수수) 외에 쌀 밀 정제수 등이다. 노주노교 백주는 대곡 특곡 두곡 이곡 삼곡 등으로 나눠지는데 이곡은 보급형으로 6개월 정도 숙성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시음을 위해 이곡을 잔에 따르니 향이 주변에 퍼질 만큼 진하게 다가온다. 향은 여러 과일향에 회향 팔각 같은 허브향이 섞여있으며, 목 넘김이 부드럽다. 비슷한 가격대(실제로는 이곡이 30% 정도 비싸다)의 ‘홍성 이과두주 56도’와 비교해 보면 향이 훨씬 좋고 풍부하며 도수가 낮아서인지 훨씬 부드럽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거북한 알코올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좋다.
백주를 많이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이곡과 비싼 고급 백주와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착한 가격에 고급 백주 맛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술이라 하겠다. 마침 마개를 딴 이곡의 병입일이 2014년 12월 30일로 숙성기간(?)이 2년 이상 지났다. 마신 술이 특곡이라고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글 백준상 기자 사진 이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