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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으로의 식도락 여행
제천으로의 식도락 여행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7.03.06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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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의 겨울 청풍호(상)와 의림지(하) 풍경.

제천이 중부권의 유력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남제천에서 평택, 인천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개통과 ‘2016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의 성공적 추진으로 접근성과 관광 인프라가 좋아진 제천이 중부권의 유력 관광도시로 부상한 것이다. 게다가 시가 약선음식 등 지역 특유의 음식을 발굴하고 육성해 식도락가들의 관심마저 한 몸에 받고 있다.

취재 백준상 기자 사진제공 제천시

겨울 풍광이 특히 아름다운 여행지가 있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제천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제천을 10여 번 가봤지만 눈 오는 날 가봤던 제천 제1경 의림지의 풍경은 특히 잊히지 않는다. 그날 눈은 삼한시대에 축조된 가장 오래된 호수 위로 그리고 호수 변 하늘로 치솟은 솔숲 위로도 내렸다. 주변 유원지는 겨울이라 조용했고 소나무 숲길은 더욱 고즈넉했다. 눈이 쌓이며 호수 안의 섬과 수로는 멋진 설경을 연출했고 제방 옆 아래로 뚝 떨어지는 폭포와 그 아래 펼쳐진 조그만 계곡도 흡사 선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겨울 청풍호 역시 호젓한 여행을 즐기기에 좋았다. 비봉산 금수산 등 호수를 감싼 주변 산들은 다른 계절의 두꺼운 옷을 벗고 비로소 헐벗은 속살을 보여준다. 강물은 흐르는 듯, 정체된 듯 일렁이는 잔물결로 겨울 서정을 북돋는다.
호수 주변에 위치한 ‘작은 민속촌’ 청풍문화재 단지에 가면 사람들이 반갑게 느껴진다. 수몰지역의 보물, 유형문화재, 생활유물 등을 원형대로 이전하거나 복원한 곳으로 옛 것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천주교 성지인 배론성지 역시 제천에서 설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첩첩산중 계곡이 깊어 마치 배 밑바닥 같다고 해서 주론(舟?) 또는 배론이라고 한다.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이며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으로, 1801년 신유박해 때는 많은 천주교인들이 배론 산골로 숨어들어 옹기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던 곳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덧 시장기를 느끼기 마련이다. 제천은 약초의 고장이자 산채음식이 발달한 곳이다. 어느 지자체보다 음식 및 음식점 소개가 잘 되어 있어 관광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음식점을 잘 모르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시나 도에서 지정한 모범음식점을 이용하면 실패가 적다.

약초의 집산지로 약선음식 발달

▲ 제천의 약채락 한정식.

예로부터 약초의 본향이라고 불려 온 제천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약초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교통 여건이 발달하기 시작한 해방 이후부터는 서울, 대구, 금산에 이은 4대 약령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특히 황기와 당귀는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약초의 본향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일교차가 큰 준고랭지와 석회암의 사질토양에서 자란 제천 약초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제천의 약초를 보거나 구입하려면 제천시 화산동에 있는 제천약초시장에 가면 된다. 주요 취급 품목은 황기, 당귀, 황정, 더덕, 천궁, 홍화, 오가피, 만삼, 생강, 강활 질경, 두충, 목단, 방품, 사삼, 산수유, 시호, 율무, 인진쑥, 작약, 지황, 고본, 헛개나무 등 총 60여 가지이다. 재래시장으로는 제천역 주변의 역전한마음시장이 유명하다.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이 교차하여 많은 유동인구로 활성화된 곳으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좋은 약초가 많이 나는 제천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바로 약선음식이다. 제천시는 제천의 한방음식 고유 브랜드로 ‘약채락’(藥菜樂)를 출범하고 다양한 한방약선음식을 보급해오고 있다.
약채 3락인 건강, 맛, 멋에 기능성을 더한 것으로 약선한정식, 한방백숙, 곤드레밥, 두부전골, 도토리묵밥, 쌈밥정식, 매운등갈비, 떡갈비, 송어비빔회, 민물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로 제천시 음식점에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약선한정식은 제천의 약초와 산채를 거의 총동원한 수 십 가지 음식으로 그리 비싸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의림지에서 자생하여 임금의 수라상에 올릴 만큼 유명한 요리재료였던 순채를 복원한 음식으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한방백숙은 신토불이 한방약재로 진하게 우려낸 닭·오리백숙으로 먹어서 약이 되는 대표적인 메뉴이다. 곤드레밥은 청정지역 고지에서 자라는 곤드레 산채나물의 부드러운 잎으로 정성껏 갓 지은 밥으로 부드럽고 향이 독특하다.
고소한 두부와 버섯을 비롯해 여러 가지 채소를 합하여 몸에 좋은 음식으로 만들어진 두부전골, 박달재 전설 속 금봉처녀가 한양에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는 박달도령에게 싸주었다는 도토리묵밥도 제천의 대표음식으로 뽑힌다.
자연의 싱싱함이 살아있는 쌈 채소와 건강한 약초 잎을 조리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쌈밥정식, 8가지 한약재 양념으로 건강하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매운 등갈비는 다른 지역의 그것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준다.
이밖에 질 좋은 원재료와 갈비 고유의 맛을 살리는 천연양념 비법으로 정성껏 구워내는 떡갈비, 맑고 깨끗한 청풍호에서 서식하는 싱싱한 송어와 갖은 야채를 고추장 양념에 비벼내는 송어비빔회, 깨끗한 물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비린내가 나지 않게 칼칼한 비법양념으로 맛을 낸 진한 국물 맛의 민물매운탕도 제천의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천시는 이에 머물지 않고 테이크아웃 간식거리를 만들어 제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한 입 먹으면 멈출 수 없는 화끈한 맛의 빨간오뎅, 먹으면 용의 기운으로 합격하고 출세한다는 용빵, 50년 전통 수제방식으로 ‘대한민국 10대 맛의 달인’에 선정된 찹쌀떡, 김밥보다 훨씬 더 맛있고 건강한 곤드레컵밥,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약초만두 등이 그것이다.
 
수려한 풍광과 체험여행이 가능한 여행지

제천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애달픈 사연이 전해져 오는 박달재이다.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대중가요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고갯길로, 새색시가 한번 시집오면 산세가 험하고 산짐승과 도둑이 많아 친정이 그리워도 두 번 다시 친정으로 돌아갈 수 없어 눈을 쏟아 울고 넘는 박달재라 전한다.
지금은 사랑 테마 관광지로 새롭게 탈바꿈 했다. 박달과 금봉의 한풀이를 위해 박달재에 두 인물 중심의 목각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아기를 목마 태운 박달과 금봉이 환생한 듯 다정히 숲길을 거닐기도 하며, 성각스님의 손끝을 통해 두 사람은 못 다한 사랑을 맘껏 나누고 있다. 조각들은 기다림과 그리움에 해학적으로 목이 길게 빠지거나 눈이 튀어나왔다. 공원 한편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에 불상을 조각한 목굴암과 오백나한상 전시관이 있다.
최근 도깨비 인기가 높은데 박달재 정상에 자리 잡은 '나무향기 차향기'에서는 다릅나무로 만든 도깨비방망이를 판매해 관심을 끈다. 다릅나무는 산짐승들이 병이 났을 때 이 나무에 와서 비비면 병이 낫고 나무의 속과 겉 색이 달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나무로 만든 도깨비방망이가 부자 되는 방망이라고 소문나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제천은 체험여행지로도 유명한데 근년에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청풍호 관광모노레일을 들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숲을 지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해발 531m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장관이다. 케이블카 공사로 인해 코스를 단축 운행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3월부터 운행 재개하며, 2월부터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이 가능하다.
청풍호 자드락길은 겨울에도 인기가 높다.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따라 청풍호반과 어우러지는 정겨운 산촌을 둘러볼 수 있다. 1코스 작은동산길, 2코스 정방사길,  3코스 얼음골 생태길, 4코스 녹색마을길, 5코스 옥순봉길, 6코스 괴곡성벽길, 7코스 약초길로 어려운 코스가 별로 없다.
금수산을 병풍으로 두른 듯한 수산면 산야초마을에서는 약초차 체험, 약선 음식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산야초영농조합 회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과 숙박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봉양읍 한방명의촌에서는 한방 건강체험, 한방주름제거팩 체험, 원기충전 삼림욕, 약돌좌훈체험, 한방 건강차 시음 등 한방체험이 가능하다.

흥겨운 축제여행

제천에서는 거의 매월 축제행사를 개최한다. 제천을 여행할 때는 이런 축제일정에 맞추면 훨씬 흥겨운 여행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선 4월 중순의  청풍호 벚꽃축제로 청풍호에 하얀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는 시기에 맞춰 지역 농·특산품전시판매, 먹거리 장터, 공연, 체험, 경연, 전시, 기타 부대행사 등 다채로운 문화축제를 벌인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제천시 금성면 청풍호 입구에서부터 청풍면 소재지까지 약 13km 구간에서 행해지는데 봄을 만끽하고자 하는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8월에는 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멋들어진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국내 유일의 휴양영화제가 펼쳐진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서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는 청풍호반 야외 특설무대에서는 영화와 음악을 결합한 대규모 행사가 행사기간 내내 진행된다.
10월을 전후해 열리는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도 문화, 건강, 약초향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관광객들을 모은다. 박람회 기간 중  생약초·약초꽃 전시전, 약초술·차·음식 전시전, 천연염색전, 약초향기 주머니 만들기, 전국약초요리경연대회, 한방무료진료 및 사상체질감별, 약초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한겨울인 1월에는 의림지 알몸 마라톤 대회가 개최된다. 아름다운 의림지를 배경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제천의 이색적인 겨울 행사로 추운 날씨에 거의 알몸으로 5㎞와 10㎞를 달린다. 아쉽게도 올해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 대회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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