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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능률교육 대표, 네 자녀 사교육 없이 수재로 키운 비결
김준희 능률교육 대표, 네 자녀 사교육 없이 수재로 키운 비결
  • 송혜란
  • 승인 2017.03.06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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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희 능률교육 대표

웅진씽크빅과 능률교육의 CEO를 지낸 김준희 대표. 현재 바른경영 아카데미의 대표 코치인 그는 손미나 전 아나운서가 교장으로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에서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김포 농가주택에서 네 자녀 모두 사교육 없이 수재로 키운 그는 자식 농사 잘 지은 것으로 유명한데…. 최근 저서 <CEO 아빠의 부모수업>을 펴낸 그를 만나 김가네의 특별한 자녀교육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김 대표는 학원이 있는 도심과는 멀고도 먼 김포 농가주택에서 딸 셋, 아들 하나 네 자녀 모두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보냈다. 첫째 딸은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를 나와 고등학교 선생이 되었고, 둘째 딸은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한 후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템플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셋째 딸은 고려대에서 임상병리학을 공부한 후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막내아들은 서강대 생명과학과를 나와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공부하라는 부모의 잔소리 없이, 남매끼리 비교하는 말 한번 듣지 않으면서 그들은 어떻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사실 처음부터 사교육 없이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큰 결심을 한 건 아니에요. 신월동 방 두 개짜리 좁은 연립주택에서 아이 넷을 키우며 씨름하던 아내가 어느 날 덜컥 김포 고촌면의 농가주택을 계약하고 왔습니다. 애초 학원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요. 그렇다고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교육출판기업에서 오랫동안 경영자로 일하면서 ‘책 많이 읽으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 평소 소신이 지대한 힘을 발휘했지요.”

자녀 교육 원칙 세 가지

김준희 대표의 자녀 교육 원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되 한 말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게 했다. 둘째, 책을 많이 읽혔다. 셋째,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런 교육 원칙 덕분에 아이들은 우수한 학습 능력은 물론 주관이 분명하고 강한 책임감을 가진 주체적으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는 자부한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전적으로 엄마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대학을 졸업할 때쯤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기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성장이란 100% 부모에게 의존하다 그 정도가 제로에 가까워지는 거라고 봐요. 그런데 언제까지 부모가 어린애 다루듯 다 케어 해야 하지요? 지금은 미덥지 못해도 아이를 믿고 무엇이든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기대해 줘야지요. 한해 거듭할수록 스스로 할 기회, 즉 자율성을 5%씩 더 주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보통 부모라면 분명 이러한 염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사고 치면 어떡하지?’, ‘결과가 나쁘면?’ 그러나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은 좋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방법이에요. 성장할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됩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어린 애가 선택 잘못해서 고생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그것으로 배울 게 있다면 시행착오가 아니라 학습의 과정인 겁니다.”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해도 존중해줬다는 김준희 대표. 단 그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꼭 책임지도록 했다.
“아이들이 땡깡 부리며 밥을 안 먹겠다고 할 때가 많지요. 그럼 먹지 말라고 하세요. 나중에 배고프면 알아서 먹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밥 안 먹는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단지 그때 밥을 안 먹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는 직접 밥을 차려 먹어야 할 거예요.”
그의 큰 아이의 경우 유치원을 다니기 싫다고 해서 중퇴시킨 적도 있다.
“이틀 동안 설득했어요. 그래도 싫대요. 화 한번 내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해줬습니다. 유치원에 안 가면 놀 친구가 없을 텐데, 그것은 본인이 감당해야지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 학교 안 가겠다고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방학 때 숙제하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학교에서 점수를 낫게 주거나 벌을 줘도 불평하면 안 돼요. 무조건 어른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게 어디 있어요? 뒷감당만 하면 되죠.(웃음)”

김가네 독서교육법

그렇다면 김 대표의 자녀들이 제때 밥도 안 먹고, 유치원도 안 가며, 숙제도 안 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그의 두 번째 자녀 교육 원칙을 살펴보면 지레짐작이 간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다 지치면 집에 들어와 집안 곳곳에 널려 있는 책을 친구 삼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책 많이 읽으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다’고 확신한 그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지금 지식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과거의 지식이에요. 미래에 필요한 지식은 아마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겠지요. 그것을 어른들이 어떻게 다 알아서 가르칠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부여해줘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중 독서는 가장 거친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프로세스이고요.”
그러나 이러한 독서를 지나치게 체계화시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보이는 김준희 대표. 독서 자체가 이미 제 기능을 하고 있어서란다. 여느 부모가 궁금해야 할 효율적인 독서법은 아이들 성향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서교육 한답시고 강요했다가 책 읽기에 흥미를 잃게 하면 큰일이다. 독서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책 읽는 즐거움을 빼앗지 않는 데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아이들 주변에 책을 두고 그냥 지켜보세요. 중간에 슬쩍슬쩍 유도해 주고….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 부모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때 아이를 선생님으로 만들어주면 됩니다. 나 이거 모르는데 뭐야? 설명 좀 해줄래? 그럼 아이들이 신나서 이야기해요. 아이들의 설명에 맞았다, 틀렸다 평가하지 말고,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해줍니다. 독서를 통해 무엇인가 깨우치는 즐거움을 절대 빼앗지 마세요.”
유대인이 아이들에게 처음 글자를 가르칠 때 글자에 꿀을 발라 놓는 데서 힌트를 얻은 그는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이 들 때까지 책을 읽으면 용돈을 주어 책 읽기를 장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아버지가 직접 만든 전집류를 큰 뼈대로 해 위인전부터 전래동화, 역사책, 문학작품, 과학책으로 각자 취향에 맞게 독서량을 무한하게 늘려갈 수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 왕성하게 책을 읽은 네 아이는 글쓰기는 물론 독서를 통해 길러진 내용 이해력, 핵심 파악 능력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공부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참고서와 문제집에 집중한 아이들에 비해 단기성과는 약할지 몰라도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고등학생쯤 되면 본인도 놀랄 정도로 무섭게 실력이 향상된다. 감자 줄기를 뽑았을 때 흙 속에 묻혀 있던 굵은 감자가 줄줄이 나오듯,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 체계화되어 공부로 연결되는 참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 재료가 많다 보니 대학 입시를 앞두고 딱 한 달 논술학원에서 테크닉만 배웠는데도 시험을 곧잘 보더군요. 미리 논술을 시키고 싶다면 집에서 아이가 읽은 책을 요약해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시키세요. 엄마와 아빠, 형제들 다 같이 모여 가볍게 토론을 해도 좋고, 독서 노트를 작성하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교육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들 간의 갈등이 대부분 공짜를 바라는 데서 생긴다는 것을 안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도 일찍이 세상에 공짜는 없음을 깨우치게 했다.
“인생에 공짜를 바라다보니 속아서 사기도 당하는 겁니다. 아이들의 세상에는 그런 게 없도록 하고 싶었어요. 좋은 것을 땀 흘리지 않고 그냥 얻는 법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쳤습니다. 용돈이 필요하면 직접 벌게 했어요. 집 뒷산에 있는 쑥을 캐다가 서울에 있는 방앗간에 갖다 주면 4kg에 4천 원 정도 주거든요. 애들이 참 열심히 쑥을 캤어요.(웃음)”
또, 무슨 물건이라도 반드시 자신의 기여분이 있어야 사줬다는 김준희 대표. 하루는 놀기 좋아하는 셋째 딸이 찢어진 청바지를 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부모로서 마음에 들 리 없었지만 반대하지 않고 본인 부담금만 잔뜩 늘려주었다.
“찢어진 청바지가 3만원이라면 나는 네가 그 바지를 입는 게 싫으니 2만원 내라. 나는 만원밖에 못 내겠다. 보통은 ‘싫으면 관둬라!’ 하는데 그래도 기어이 돈을 마련하더군요. 차라리 공개적으로 사게 하는 게 낫지요. 무조건 사지 말라고 하면 요즘 애들이 어디 안 사나요?”
우리는 엄격한 스파르타식 교육을 버리고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북유럽식 자녀 양육법을 추구하는 부모를 일컬어 스칸디 맘, 스칸디 대디라고 부른다. 평생을 인성, 책임, 정서 교육 등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주고 조력자 역할을 한 김준희 대표는 진정 스칸디 대디가 아닐까? 타이거 대디 못지않게 스칸디 대디로 사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어릴 때부터 자녀와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는 그는 앞으로 나이가 더 들어도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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