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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한 그녀 강주은, 여자의 리더십
어메이징한 그녀 강주은, 여자의 리더십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3.21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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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터프가이 최민수도 꽉 잡고 산다는 강주은. 지난 한해 <엄마가 뭐길래>로 상종가를 달린 그녀는 우리네 가슴에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명배우의 아내로서, 사랑스러운 아이의 엄마로서, 또 한 여성으로서 어메이징한 매력을 선보인 그녀는 모든 여성의 워너비가 되었는데…. 진정한 여성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그녀를 만나 나눈 고품격 인터뷰.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강주은과의 만남은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남편 최민수에게 순종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근래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은 꽤 센 언니 같았기 때문이다. 소위 한 성격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오랫동안 배우 최민수의 팬으로 살아온 기자로서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렵사리 마주한 그녀의 첫인상은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여성의 표본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우아한 멋을 자아내는 여자, 강주은.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리얼 부부 스토리

“저요? 집에서는 딴판이에요.(웃음)”
오랫동안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자신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답답한 부분이었다. 사실 예능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도 서로 가정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가 컸다.

“제 남편이 워낙 세고, 카리스마가 강하다 보니 제가 눌려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제가 좀 안됐다는 시선이 대부분이었지요. 남편이 강한 것은 사실이에요. 굉장한 알파 남자죠. 그러나 집에서는 제게 당하며 삽니다. 방송이나 인터뷰 때마다 제가 늘 얌전하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마침 <엄마가 뭐길래> 섭외가 들어와서 이참에 서로의 억울함을 풀어보고자 했지요.”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실제 결혼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준 부부. 순도 100% 리얼 예능을 위해 솔직한 모습을 모두 담은 그녀는 방송 초기 욕도 상당히 먹었다. 20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함께하며 생긴 그들만의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시청자들은 아직 준비가 덜 됐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충격이었을 거예요. 첫 방송 때는 저도 나름대로 자제했던 건데요. 저희 부부가 어떻게 살까에 대한 시청자들의 상상과 현실 간의 편차가 무척 컸나 봐요. 좀 더 솔직하고 싶었지만 이러다간 한국에서 더 살 수 없을 것 같아 나머지 30%는 다 보여주지 못했어요.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남자의 자부심을 어느 정도 보호해줘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지요.”

낯선 한국에서 명배우의 아내로 산다는 것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미스코리아 출전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가 처음 최민수를 만났다. 당시 무대 뒤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고 반한 그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 지 불과 세 시간 만에 청혼을 받았다. 둘의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는 이미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결혼을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그녀는 결국 캐나다로 떠났지만, 그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오롯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주말마다 내리 13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까지 찾아간 그의 열정에 못 이겨 부모님이 결혼을 승낙해 버렸다. 그렇게 그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후 낯선 한국에서 명배우의 아내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강주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은 오직 남편뿐이었다.

지난한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그 시절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더욱이 당대 한국은 살림과 육아, 크고 작은 집안의 대소사까지 당연히 여자의 몫으로 여겨지는 보수적인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남편은 좀 독특한(?) 남자가 아니었던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이 결혼 생활이었고, 그때 인생의 모든 공부를 다 했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그 누구보다 현명했던 그녀는 자신만의 답을 곧잘 찾아냈다. 스스로를 아예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녀의 나이 스물세 살의 일이다. 

“한국 문화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어른들께 예의부터 차렸어요. 남편에게는 순종하는 동양 여자처럼 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장을 보는데 한 아주머니가 요즘 어떤 여자가 그렇게 사냐며 막 웃더라고요. 제가 너무 오버한 거예요. 그런데 남편을 아무 말 없이 다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었지 뭐예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남편이 말도 거칠고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면도 있어 부부싸움도 참 많이 했지만,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외려 소통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그녀가 꺼내 든 카드는 만화였다.

“남편이 도통 대화하는 것도 싫어해서 제가 만화로 우리의 일들을 표현해봤어요. 말풍선도 그려 제가 하고 싶은 말도 써 놓고요. 그것을 보면 우리가 왜 어긋났는지 답이 나오거든요. 그때 제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해 갔는지까지 알 수 있지요. 남편은 만화를 통해 저를 조금씩 알아갔어요.”

사랑과 믿음

남편 앞에서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자 서로에게는 신뢰, 믿음이란 것도 차츰 쌓여갔다. 
“남편이 워낙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제가 온전히 자신의 사람이 되길 원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도 그 점을 꼭 확인시켜주고 싶었고요.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사람은 늘 제 자세를 살펴보더군요. 물론 저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어요. 심지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노인 폭행사건 때도 저만큼은 남편을 믿고 지지해줬습니다.”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남편도 그녀를 믿고 신뢰하기 시작했다.
“많은 분이 어떻게 남편을 꽉 잡았냐고 묻는데요. 제가 잡은 게 아니라 남편도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고 저를 믿는 거예요. 둘 다 마찬가지죠. 숱한 어려운 상황을 함께 모면해가며 커다란 기적이 이뤄진 겁니다.”

아직 미혼이라면 자신이 누군가와 결혼을 결정할 때 이 점을 꼭 명심하라는 그녀. 저 사람이 내가 가장 악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내 옆에 있을 사람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제일 정확하다고 그녀는 조언했다.

“대개 많은 여성이 결혼 후 예쁜 그림만 그리는데요. 그건 딱 1초예요. 나머지는 다 내리막길입니다. 저도 오픈카 타고 웨딩드레스 휘날리며 결혼식장에 들어가던 그 1초가 가장 행복했어요. 그 다음은 다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꽃길이 더 무서워요. 너무 편한 것도 싫고요. 이제는 내리막길도 다 꽃길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곳에서 넘어지고, 어려웠던, 실패했던 일들을 다 제 재산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게 끝이 없다니까요. 우리가 함께 내리막길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그 질문을 계속해보세요.”

자신의 이야기 때문에 혹 많은 여성이 결혼을 포기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는 그녀에게 오랜 결혼생활을 통해 얻은 선물은 없는지에 대해 물었다. 터프 가이인 줄만 알았던 최민수도 알고 보니 로맨티시스트적인 면모도 적지 않았는데….

“남편이 참 아이러니한 게 진정한 여자의 마음은 다 남편 안에 들어 있어요.(웃음) 오히려 제가 더 털털한 것 같아요. 굉장히 자상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에요. 처음엔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이 사람과 결혼했는데, 갈수록 그 깊이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점점 더 진해져 가지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그녀에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것이냐는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대답은?
“너무 영광이지요. 제 파트너를 찾았어요. 이 남자는 그 어떤 남자보다 가정을 보호해줄 사람이거든요.”

그녀는 지난 노인 폭행 사건을 그가 어떻게 대처해 갔는지 되짚었다.
“사건의 진실이 뭔지 미처 밝혀지기도 전에 남편이 방송에 나가 공식적으로 사과부터 했어요. 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지요. 그리고 카메라를 보며 제 이름을 부르더니 ‘주은아, 미안하다’ 딱 한 마디만 하더라고요. 이 사람은 자기가 죽어 가는데도 가족만 살렸어요. 강주은이라는 사람이 남편 덕분에 이렇게 멋진 오늘에 와있어요. 제가 이 남자의 아내라는 명분 하나가 너무나 영광스러운 이유예요.”

자녀 교육도 멋지게

 

이렇게 멋진 엄마와 아빠 밑에서 두 아들 유성이와 유진이도 건장하게 잘 자랐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 들어간 큰아들 유성이는 아빠와 닮은 훈남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엔 대학 휴학 후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명한 아내이자 지혜로운 엄마일 것 같은 그녀에게 특별한 자녀교육 철학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저는 아이들이 일찍이 세 살부터 한 인격체로서 존중해주며 키웠어요. 물컵 하나를 엎어도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논리적으로 설명해가며 흘린 물을 직접 닦게 했지요. 두 아이 모두에게 자기의 일은 스스로 책임지게 했습니다. 이것도 습관이거든요. 하다못해 공공장소에서 울면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눈물만 보이면 화장실로 데려 가곤 했는데, 다 큰 지금도 애들에게 화장실 이야기만 하면 당황해 해요.(웃음)”

자신의 교육법에 따라 두 아들 모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컸다고 자부하는 그녀. 둘째 아들은 학교에서 어려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는 카운슬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도 커리어우먼이랍니다

배우 최민수의 아내라서 영광이라고 말하는 그녀이지만, 사실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아닌 오로지 그녀의 힘만으로 이뤄낸 성과도 많다. 결혼 후 10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독특한 이력서로 서울외국인학교 취업에 성공해 당당히 부총장, 이사 자리를 꿰찬 그녀다. 경력이라고는 대학 졸업과 미스코리아 출전, 취미로 10년간 배운 피아노 세 가지뿐이었지만 세계인을 상대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와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미국상공회의소 교육위원회, 캐나다상공회의소 이사회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펼친 그녀는 아리랑TV에서 각 나라 대사들을 인터뷰하는 굵직한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약한 바 있다. 가정에서 터득한 리더십이 큰 사회에 나가는데 단단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지난해 방송 <엄마가 뭐길래>로 마침표를 찍으며 13년간 다닌 직장 생활도 마무리한 그녀는 뒤늦은 나이에 가장 빛나는 전성기를 맞았다.

“저는 대단히 감사해요. 사람이 살면서 아내, 엄마, 그리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보람까지 갖기 참 어려운데요. 저는 그 이상으로 받은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금껏 다져온 자녀교육과 부부간의 소통법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책 집필과 강연에 집중할 것이라는 강주은.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녀가 또 한 번 여자의 리더십으로 건강한 가정문화를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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