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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명선 농장장과의 친환경 데이트
마명선 농장장과의 친환경 데이트
  • 송혜란
  • 승인 2017.03.2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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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명선 농장장이 천수텃밭 곳곳에 자리한 사계절 빗물통장 중 봄 테마 빗물통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Queen 양우영 기자)

드넓게 펼쳐진 배 과수원. 틈새마다 자리 잡은 생태 텃밭. 그리고 알록달록한 빗물 통까지. 약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천수텃밭의 산책로는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옛날 옛적 군사 기지로 사용했을 법한 지하 창고에서는 버섯 재배가 한창이었을 뿐 아니라 농장 중턱에는 허브 실습장이 조성돼 있었다. 산 구석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밤송이는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 드문 진풍경을 자아냈다. 비가 잔뜩 온 뒤 산속에서 흐르는 계곡물을 모아 빗물통장을 만들고,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 텃밭 곳곳에 물을 공급한다는 천수텃밭의 친환경적인 운영방식도 꽤 인상적이었다.

신세계를 방불케 하는 노원 천수텃밭

“안녕하세요.(웃음)”
매달 오가닉 스토리 연재 인터뷰를 위해 만나는 농부들은 늘 밝고 활기차다. 천수텃밭 마명선 농장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부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함께 있는 사람도 쉬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저희 텃밭 빗물통장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별 테마가 있어요. 봄에는 씨앗을 심고, 여름에는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합니다. 가을에는 가을걷이를 끝내고 나무 위에 눌러앉아 룰루랄라 노는데 무릉도원이 따로 없지요. 특히 제 고향이라 그런지 여기만 오면 근심 걱정이 다 사라져요.”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천수텃밭은 원래 5만평에 이르는 배 과수원이었다. 건설업계에서 30년간 직장생활을 한 그가 11년 전 퇴직 후 돌연 집안 대대로 내려온 과수원을 깎아 주말농장을 만들었다. 조상들이 농사를 지어 얻는 이익 중 상당수가 유통비로 빠져나가 실제 농사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전혀 없는 삶에 애환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통구조를 개선해서 농사짓는 사람이 직접 소비자와 만나게 하면 그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우선 배나무를 베어 주말농장부터 가꾸었습니다. 그들을 고객으로 삼아 배도 팔고, 서로 이웃이 되어 공동체를 형성하니 농민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이웃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크지요.”

자연 속에서 즐기는 힐링 농사

아직 겨울이라 천수텃밭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봄이 오면 다 함께 시농제를 지낸 후 각종 씨앗을 나눠 가져 토마토부터 가지, 오이, 고추, 피망, 파프리카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운다. 1가구 당 주말농장의 면적은 4.5평. 온 가족들이 모여 직접 흙을 만지며 물을 주고 식물을 키우는 재미는 매우 쏠쏠하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노원도시농업협의회와 자매결연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도시농부 교육을 하므로 초보자도 별 어려움 없이 농사에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키운 채소로 건강까지 챙기는데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현대인들이 너무 각박하게만 살고 있는데,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데 크나큰 의미가 있습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잠시 자연 속에서 쉬었다 가며 본래 감각을 회복하는 거예요. 도시농사는 그 자체로 힐링이 따로 없습니다.”

천수텃밭에는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는 물론 버섯 모임 공동체인 ‘노원 행복자람 도시 농업공동체’, 다 함께 힘을 모아 텃밭의 풀을 뜯는 '풀 팀',' 하여가 팀' 등 다양한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단연 하여가 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하여가 팀은 연간 가장 큰 행사인 김장을 주관하는 팀인데요. 김장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설렁설렁 농법이라고, 한 시간 일한 후 막걸리를 내리 네 시간이나 먹으며 놀다 갑니다.(웃음) 각자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지요.”

▲ 왼쪽부터 천수텃밭에 위치한 ‘노원 행복자람 도시 농업공동체’ 입구와 노루궁뎅이•녹각•느타리 등 다양한 버섯, 드넓게 펼쳐진 천수텃밭의 메인 농장 '배 과수원'의 모습이다.(사진=Queen 양우영 기자)

빗물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

천수텃밭 자랑이 일색인 마명선 농장장. 그도 그러한 것이 천수텃밭은 봄이면 산 양쪽에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하고, 두 꽃이 지면 꽃 중의 꽃 이화, 배꽃이 피어난다. 텃밭 가장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아카시아 나무도 농장의 봄 풍경이 어떨지 대략 짐작해 주었다. 가을에는 또 어떠한가. 숲에 침엽수가 많아 단풍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설산의 설록꽃도 천수텃밭이 지닌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천수텃밭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친환경 농법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의 도시농업이 그렇듯 천수텃밭 또한 유기농업을 접목하고 있다. 웬만하면 화학 비료는 멀리하고 유기농 퇴비와 거름을 사용한다. 비가 온 뒤 산에서 콸콸 흐르는 계곡물을 그대로 모아 빗물통장에 저장한 후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해 각 텃밭에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산책하다 마주친 강아지는 고라니를 쫓고 있었는데….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가제도 살고 있다고 하니 서울 도심 속에 이렇게 잘 보존된 자연 생태계가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배꽃이 피는 계절이면 배나무 밑에 삼삼오오 모여 향긋한 막걸리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는 음악회도 연다는 마명선 농장장.

“배 과수원이 가장 자연스러운 도시 농업의 축제공간이 되는 거지요. 자연을 최대로 활용하고, 또 자연과 순응하고 있어요. 노원 행복자람 도시농업공동체처럼 다 함께 키운 버섯을 나눠 먹다 남으면 팔기도 하고요. 이제는 농사를 지어도 행복하게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은퇴 후 삶으로도 제격이에요. 요즘은 집에서도 옥상에 상자텃밭을 많이 가꾸잖아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통해 행복해졌으면 해요.”

이를 위해 노원도시농업협의회 회장으로서 도시농업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마 농장장. 가장 먼저 천수텃밭을 롤 모델로 해 다양한 농사 콘텐츠로 가득 채울 것이라는 그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기를 힘껏 응원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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