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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가 바라본 밤 하늘, 별 헤는 서촌
윤동주가 바라본 밤 하늘, 별 헤는 서촌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7.03.28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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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산책
사진 [Queen 유화미 기자]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 그리고 어머니를 떠올렸던 별의 시인 윤동주. 스무 여덟 해 남짓을 살다가 별과 함께 저버린, 눈부시게 반짝이던 그때의 그 청년은 새카만 밤하늘을 보며 무슨 고민이 그렇게도 많았을까. 시인 윤동주의 발자취를 따라 서촌의 밤길을 걸어보았다.

흑백 사진 속의 앳된 얼굴

윤동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흑백 사진이었다. 컬러 사진이 나오기도 훨씬 전에 찍은 듯한 빛바랜 사진 속에서 살포시 미소 짓고 있는 까까머리 소년, 그가 바로 윤동주다. 서촌에서 윤동주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또 가장 치열했던 젊은 날을 보냈다. 인왕산을 바라보고 언덕길을 걷다 숨이 약간 가팔라질 때쯤 청년 윤동주가 대학 시절을 보냈던 하숙집이 나타난다.

이곳은 그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던 소설가 김송의 집이다. 그의 대표작 <별 헤는 밤>, <자화상> 그리고 <또 다른 고향> 등이 바로 이 곳에서 씌어졌다. 이제 갓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스무 살 그 즈음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어리숙하고 서툴기만 했던가.

그러나 그 어린 날의 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움을 참지 못했다. 산모퉁이를 돌아 나타난 우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왜 그렇게도 그 사나이를 미워했을까. 그의 하숙집을 눈앞에 두고 보니 문득 어리숙하고 서툴렀던 스무 살 즈음의 내 자신이 생각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사진 [Queen 유화미 기자]

우물 속의 한 사나이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윤동주문학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시인의 모습을 닮은 정갈한 모양새의 건물로 들어서면 그의 올곧은 심성을 드러내는 듯한 소담스러운 필체가 눈길을 잡아끈다. 윤동주의 손끝에서 씌어진 친필원고 영인본을 두 눈에 담으며 발길을 옮기면 윤동주가 그토록 미워했던 홀로 찾은 우물 속에서 발견한 그 사나이가 되어 볼 수 있다.

<자화상> 속의 우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제2전시실을 지나 마치 그 우물에 들어와 있는 듯한 제 3전시실의 작은 창은 이름 모를 주사를 맞으며 홀로 스러져간 그가 떠올라 왈칵 솟아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그때의 그도 저렇게 작은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문학관 옆으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올라가면 머리 위로 별이 떨어질 듯한 시인의 언덕에 다다른다. 윤동주 시인의 영혼의 터 앞에 서서 상처 받고 부끄러워했던 그의 젊은 날을 다독이며 언덕 끝에 서본다.

서촌의 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하늘과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게 한다. 그가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것일까. 윤동주의 발자취를 따라 걷던 2월 16일은, 72년 전 청년 윤동주가 먼 이국의 땅에서 마지막 숨을 내뱉었던 날이었다.

[Queen 유화미 기자]

사진 [Queen 유화미 기자]

문학관 관람정보
관람 시간: 10: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문의: 02-2148-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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