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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식객 임지호의 자연 요리 철학
방랑 식객 임지호의 자연 요리 철학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3.2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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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40년 넘게 떠돌이 생활을 한 산당 임지호 선생. 발길 닿는 대로 재료를 찾고, 손길 닿는 대로 음식을 만드는 그의 스승은 자연이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을 활용해 사람의 몸을 치유하고 영혼을 살찌우는 그는 인생의 맛까지 간파했는데…. 그런 그가 서양식 달고 짠 요리에 익숙해진 우리를 자연 순리에 따르는 음식의 세계로 초대했다.

예술가들이 하는 몇몇 식당의 주방장, 불교방송 요리 칼럼니스트, 프리랜서 요리 연구가 겸 코디네이터 등으로 일하던 임지호 선생은 1998년 경기도 양평에 식당을 내고 정착 생활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어언 18년 후…. 인천 강화도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 곳을 마지막으로 만들어가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강화도의 뻘이 참 좋아요. 항암효과가 탁월해요. 여섯 개의 강이 합수하는 곳이라 생물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밀물과 바닷물이 교류하는 아주 이상적인 곳이지요. 대기에 알파가 있어 공기 자체도 달라요. 강화도는 머지않아 치유의 섬으로 떠오를 겁니다.”

음식에 치유적 인자가 있다

지난해 말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의 대단원을 마무리한 그는 방송 활동 내내 ‘밥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요리는 정신적인 훈련이다’,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이다’ 등의 숱한 명언을 남겼다.

그는 강화도에서도 어김없이 자연 요리 철학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스의 의학자이자 의사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고치지 못하는 것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했다. 약으로 쓰이던 음식이 캡슐화 되어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된 게 지금의 현대 의학이다. 한의학을 공부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 역시 자연의 모든 재료가 생명을 살리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았다. 실제로 자연 재료와 건강은 어떠한 상관관계를 이룰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순환의 구조를 방해합니다. 시간에 쫓겨 대강 추스르고…. 사실 내가 먹는 음식은 몸이라는 기계를 최상의 상태로 운전하기 위한 연료예요. 그게 충족되지 못했을 때 제 몸이 받아들이는 스트레스가 배가되어 문제가 생기는데, 그게 오래 축적되면 질병이 되지요. 음식에는 치유적 인자가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죽, 나물, 그리고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 장아찌 등 발효 음식까지 모든 게 하나의 법제(法製)의 과정이다. 몸속의 독을 배출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넘치는 것은 줄여준다. 최상의 음식이 식탁에 올라와 우리 입으로 전달되는 게 음식이고, 또 맛이다. 몸을 통해 음식의 향기에 취하고, 음식물을 씹는 소리, 맛, 촉각, 눈부터 코, 귀, 소리와 입이 닿는 음식과 사람 사이는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우리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이 단순한 게 아니라 어떠한 교감적 현상이에요. 육체는 맛을 보고 영혼을 향기를 취하지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약으로서의 음식, 건강과 치료를 위한 요리에 주로 쓰이는 자연 재료는 무엇일까, 라는 물음도 모두 무의미한 것이 된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다 재료이지요.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통해 제독이 되니까요. 내 몸에 독이 있으면 그 독으로 대응해서 치료도 해요. 그래서 명의는 독을 잘 쓴다는 말도 있는 겁니다.”

겨울철 해초, 봄에 나는 온갖 나물 등 독이 있는 것을 삶은 후 말려서 다시 삶는 게 제독이다. 어떠한 나물은 날것으로 혹은 살짝 데쳐서 먹게 되면 몸에 독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해초류 중 톳은 말렸다가 간장에 졸여 밥반찬으로 곁들이면 몸속 중금속을 흡착, 배출시키는 데 그만큼 좋은 게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철 재료 모두 고스란히 요리에 의해 독을 깨는 음식으로 탄생한다. 무엇보다 담배를 자주 피우는 그는 폐 기능이 약해져 기침을 많이 하는데, 가을마다 은행을 담그는 일이 연례행사가 되었다고 한다.

“가을이면 은행을 주워다 통에 담아만 놓습니다. 은행이 썩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만 딱 따라서 걸러 그냥 보관만 해요. 처음엔 구린내가 심하게 나지만 맛은 아주 달콤해요. 과즙에 당이 들어있거든요. 기침을 심하게 할 때 마시면 참 좋습니다.”

지천에 깔린 모든 자연 재료가 소중

 

요즈음 현대인의 질병으로 손꼽히는 우울증 치료에 좋은 음식은 없을까 궁금했다.
“그림을 먹는다. 저는 기다림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어릴 때 엄마가 나한테 뭘 해줬을까를 생각해 보세요. 우울하고 힘들 때마다 엄마가 해주면 맛있었던 게 뭘까? 그것을 먹어보는 것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소위 영혼을 살찌우는 밥상이란 자연의 순리대로 내 앞에 찾아온 복을 감사한 마음으로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임 선생. 이십사절기마다 풍성하게 나는 것들에게 답이 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져 버린 탓에 돈만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어 우리는 그 감사함을 잊고 산다는데….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은 다 자신이 만든 하나의 스케줄이에요. 한순간이 그냥 오는 것 같지만 철저한 법에 의해 짜인 겁니다. 그 찰나는 다시 오지 않아요. 우연한 행운이 결코 아니에요. 오늘 내 식탁 앞에 차려진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병이 왜 필요할까요? 생각이 하나의 벽이 되는 거예요. 내가 좋게 생각하면 좋게, 나쁘게 생각하면 나쁘게 되는 거지요. 이게 마인드 콘트롤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어떠한 재료도 약이 될 수 있다. 지천으로 깔린 모든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상당히 심오한 이야기를 전하는 그. 자연의 쓰고 달고 맵고 짜고 시고 떫은 맛 하나하나를 알아가며 인생의 맛까지 간파했다는 게 바로 이러한 뜻이었을까.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어요.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태양과 달, 지구가 단절된 것 같지만 조화롭게 연속하고 있어요. 생과 사도 마찬가지예요. 세상만사가 마치 퍼즐 맞추듯 돌아가고 있습니다. 입춘, 우수, 청명, 입하, 하지, 대서, 소서, 추분, 대설, 소한까지 이십사절기가 일 년 동안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여기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법을 결합해야 하는데, 그게 우리네 삶입니다.”

자연 요리여야 하는 이유

결국 인간이 독을 제독시켜 살아남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졌다는 자연의 이치를 전하는 임지호 선생. 세상에 독 없는 재료는 없다. 독을 해독시키는 법이 잘 발달된 게 젓갈과 장아찌, 장, 나물 등 한국의 발효 음식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발사믹 식초 같은 달고 짜기만 한 서양식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에 그는 앞으로 백년 후 인류는 음식을 먹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자연계는 끊임없이 진화하는데 인간은 사람이 키운 것만 먹게 되면서 진화를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굉장히 슬픈 시대가 올 거예요. 더는 자연이 키운 재료를 먹을 수 없을 겁니다. 전부 기계가 만들어낸 데이터에 의해 정해진 대로 주사만 맞고 팔찌 끼고 살 거예요. 인간의 몸속 장기조차도 줄어들게 될지 몰라요. 먹는 게 없으면 성욕도 없어질 테니 섹스도 사라지겠지요. 어쩌면 아주 무서운 전염병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시작됐지요. 설탕이 만들어낸 병이 그 징조예요. 지금이 천국입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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