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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숙 박사의 중학 수학교육법-수학이 즐거워지는 시간
고중숙 박사의 중학 수학교육법-수학이 즐거워지는 시간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3.3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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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고등학생 2명 중 1명이 수포자라는 통계가 나돌고 있는 요즈음. 이미 수학을 포기한 학생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수학은 어렵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함수가 뭐지? 음…. 글쎄?’ 부모 역시 학창 시절 집합이나 함수를 배웠지만 아이의 질문에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올바른 수학관을 재정립해야 해요.” 영재교육 전문가 고중숙 박사를 만나 수학의 참맛이 무엇인지, 한층 큰 맥락에서 수학을 바라보며 창의력까지 키우는 자녀 수학교육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Queen 송혜란 기자 ]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

고중숙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학교에서 레이저분광학으로 박사 학위를,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지낸 후 순천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오랫동안 영재교육과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해 오며 몸소 깨달은 수학 공부에 대한 효과 만점 노하우를 저서 <중학수학 바로 보기>에 담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현행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학생들이 보다 쉽게 수학 공부의 길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느 공부가 그렇듯 수학도 무조건 공식만 암기하거나 문제 풀이에 치중하는 주입식, 반복식 교육과 학습법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수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배양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아이들 먼저 수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고 흥미를 느껴야겠지요. 부모가 옆에서 잘 도와주고 이끌어 준다면 적어도 수학을 포기해 버리는 아이들이 속출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생활 속 수학

옛날에는 수학이 선택이었지만, 사회가 갈수록 수리는 점점 필수화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실생활에서 더 이상 경제적인 가치를 따지는 일을 등한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AI 시대가 도래하며 사회가 원하는 인재 역시 기본적인 수학 능력을 갖춘 이들이 아닌가.

수학을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 되는 시대가 왔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다못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가입하는 적금 이자 계산, 보험료, 대출금 이자 비교, 주식 등 재테크를 할 때도 수리는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이러한 수학에 대해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일찍부터 흥미를 느낄 수 있느냐, 그 실마리에 있다.

“단서는 도처에 있습니다. 어디에나 널려 있지요. 수학은 어렵다는 편견, 두려움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는 것뿐이에요. 가장 쉬운 구구단부터 방정식, 근의 공식 모두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든 편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 낸 소중한 선물이에요. 지금 당장 주변을 둘러보세요. 수학은 늘 오픈돼 있으니까요.”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생각에 잠길 때쯤, 고 박사는 아이들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애용하는 컴퓨터를 한 예로 들어 설명했다.

“우리가 매일 컴퓨터로 문서를 작업하거나 게임을 즐기고 동영상을 보잖아요. 컴퓨터가 매우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정작 그 안에 CPU라는 중앙처리장치는 하루 종일 숫자 0과 1로 이진법의 덧셈만 해요. 신기하지 않나요? 수학에서 가장 기초적인 게 덧셈인데, 컴퓨터의 CPU는 그것만으로 세상만사를 다 처리합니다. 수학 공부가 싫다고 매일같이 컴퓨터 게임만 하는 아이들이 사실은 수학에 빠져 있는 거예요. 이러한 점을 깨달으면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걷어내고, 조금씩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학으로 소통해요

CPU의 예는 빙산의 일각과 거대 암반의 돌부리에 불과하다. 컴퓨터의 현란한 작동들이 모두 0과 1, 이진법, 덧셈에서 비롯된다는 호기심은 더 나아가 끝말잇기처럼 모든 분야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고중숙 박사.

장막은 수학이 아니라 자신의 눈꺼풀에 있다는 사실이 불현듯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다. 막연하고 어이없는 두려움과 편견만 떨쳐 내면 수학의 무궁한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제가 늘 강연 때마다 설파하는 자녀교육법 십계명 중 하나가 ‘부모도 함께하자’입니다. 아이가 공부할 때 과일 깎아서 간식 챙겨 주는 뒷바라지도 좋지만, 그보단 부모가 같이 공부하며 앞에서 이끌고 가는 ‘앞라지’가 필요해요. 적어도 요즘 아이들이 뭘 배우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앞라지는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도 도와줍니다. 자녀와 함께 수학 개념을 살피며 조금이라도 대화할 시간을 갖고,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거지요. 100세 시대에 부모는 평생학습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지요.”

꼭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 야구를 보러 가거나 자가용을 몰고 쇼핑을 갈 때, 또는 음악회나 영화를 감상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수학적 요소를 끄집어낼 수 있다.

“저 같은 경우 가령 영화를 볼 때도 아이들에게 함수를 가르쳐요. 영화를 상영하려면 영사기와 필름, 스크린이 필요한데, 여기서 필름은 정의역, 스크린은 공역, 영상은 치역입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인 함수는 영사기에 해당해요. 함수는 단가 대응이라는 2대 의미를 되짚고, 영상기가 필름의 일부만 영사하는 경우와 영상이 스크린보다 작거나 같은, 또는 큰 경우에 따라 함수가 성립되는지 아닌지를 시각화해 보여 주면 아이들이 함수에 대한 개념을 보다 확실하게 잡을 수 있어요.”

중학 수학이 중요한 이유

이러한 고 박사의 수학 교육법은 자녀가 중학생일 때 적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학 수학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정식으로 배우는 사실상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초등 수학은 일상생활에서 큰 곤란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계산 능력을 함양하는 것에 일차적 목표가 있으므로 수학이라기보다는 산수에 가깝다.

그러나 중학 수학에서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 수학의 본령이라고 할 진지한 이론적 영역으로 접어든다. 이후 이어지는 고교 수학과 대학 수학은 중학 수학에서 처음 대했던 여러 주제를 한 두 단계 높은 차원에서 반복된다. 이 때문에 중학 수학은 한 개인이 가질 수학적 사고 체계의 원형이라는 의의가 있으며, 따라서 이를 처음 구축할 때 올바른 틀을 갖도록 체계적인 방법론에 따라 나아갈 필요가 있다.

파스칼, 뉴턴, 가우스, 아인슈타인 등 역사상 수많은 천재가 이른 십대, 곧 중학생 또래의 나이에 그들의 천재성을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으로 표출해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천재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 또한 중학 시절부터 논리적, 추상적, 체계적인 사고 능력에 눈을 뜬다는 점을 꼭 명심하자.

통섭의 시대, 창의 수학이란 이런 것

중학 수학에서는 수학의 탄탄한 기본기를 정밀하게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고중숙 박사는 위에서 짚어 준 중학 수학 공부의 각 단계를 확실하게 밟은 뒤 다양한 문제를 풀며 자신의 수학 실력을 가늠해 볼 것을 권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다 보면 한층 더 큰 맥락에서 수학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중학 수학을 충분히 정복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이르면 이후에는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때이다.

“수학의 미시적 해결 능력을 넘어 수학 전반에 대한 거시적 사고 능력을 키워야지요. 우리나라 학생들이 주입식, 암기식, 기계적 학습의 영향으로 개별 문제들에 대한 미시적 해결 능력을 무척 뛰어나지만, 시공을 뛰어넘는 거시적인 사고 능력이 약해요. 쉽게 말해 응용력이 부족하지요. 그러나 수학을 잘하려면 기능과 사고를 겸비해야 하며, 그 총화가 바로 진정한 수학 실력입니다.”

인터뷰가 절정에 이르자 고 박사는 현대를 통섭의 시대라고 일컬으며 수학의 인문학적 접근, 일명 역사를 정복한 교육법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위 메마르고 삭막한 학문으로 여기는 게 수학이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얕은 생각이지요. 수학에도 수학자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가 깊숙이 깔려 있어요. 즉 수학도 사회 문화, 철학적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그 어느 학문보다도 인간적이에요. 수학자 중 뉴턴의 생애만 봐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유복자로 태어나 요즘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를 보냈어요. 수학사를 공부하면 전체를 통관하는 시각을 갖게 되고, 이는 곧 창의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탄탄한 수학 실력을 완성해 주는 중학 수학 공부법>

0단계
- 수학의 가장 중요한 관념의 하나인 정의와 수학을 매우 편하게 해 주는 문자의 사용을 익힌다.

1단계
- 수학에서 수와 수식보다 더욱 기초적인 역할을 하는 집합론을 배운다. 수학사를 둘러봐도 집합론은 아주 늦은 19세기 후반에야 독일 수학자 칸토어에 의해 구축되었다. 20세기가 가까워질 무렵부터 차츰 널리 호응을 얻었으며, 마침내 수학의 전 분야에 걸쳐 가장 근본적인 토대를 이루었다. 이후 인간 정신의 가장 위대한 산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수학에 관한 거의 모든 교재는 집합론부터 소개함이 통례이다.

2단계
- 수학을 배우는 데 기초 역할을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수와 연산에 대해 공부한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단순한 사칙연산을 넘어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수와 연산을 새롭게 살펴본다. 이 주제는 나중에 대학 과정의 수론이란 분야로 이어지는데, 수학 전체를 떠받치는 주춧돌의 하나로 작용한다. 이런 뜻에서 독일의 위대한 수학자 가우스가 남긴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고 수론은 수학의 여왕이다’는 말은 수학이 계속되는 한 언제까지나 그 의의를 잃지 않을 것이다.

3단계
- 숫자와 문자를 결합한 수식을 배운다. 수식의 발명은 수학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의 하나이며, 수식을 통해 비로소 수학은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갖게 되었다. 수식의 연산은 종래 말과 숫자로 했던 계산을 수식으로 하는 것을 뜻하는 바, 이런 점에서 수식은 수학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4단계
- 함수는 수학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핵심적 개념이다. 함수는 고대의 수학이 주로 정지된 대상을 파악하는 학문으로 출발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변화하는 대상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면서 구체화되었다. 이 가운데 중학 과정에서는 기본적인 두 대상 사이의 함수관계를 다루며, 그중에서도 특히 1차와 2차함수를 살펴본다.

5단계
- 수학의 전반적 구조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기하를 익힌다. 고대의 수학이 현실적 대상들의 길이, 넓이, 부피 등을 측정할 필요에서 시작했고, 그리스 시대에 이르도록 기하는 모든 학문의 원형으로 여겨졌다. 역사적 순서에 따르자면 기하는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주제다. 그러나 수학이 발전하면서 기하는 수학의 한 부분이 되었고, 나름의 특수성을 가진 분야로 성장해 왔다. 오늘날 관점에서는 미리 어느 정도의 수학적 소양이 갖춰진 뒤에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참고하도록 하자.

6단계
- 통계와 확률을 배운다. 역사적 연원은 오래됐지만 수학에서 통계와 확률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기나긴 수학사에 비춰볼 때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확률론은 17세기 중반, 통계학은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체계적인 기틀을 갖추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세계는 각각의 구성 분야가 갈수록 치밀하게 얽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 사회를 운영하는 데 통계와 확률의 역할도 날로 증대하면서 현대 수학의 주요 분야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참고 도서 : <중학수학 바로 보기>(고중숙 지음, 궁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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